▲영화 <못, 함께하는>의 한 장면. 과제로 시작한 작업이었지만, 그 끝은 훌륭한 결과물이었다.
이나연
이나연 감독의 말에서 알 수 있듯 시작은 그리 심각하진 않았다. 과제였고, 스스로 상처를 바라보려는 의지와 헤어진 아빠와 엄마에 대한 마음을 전달하기 위한 마음이었다. 동생들과 아빠는 흔쾌히 촬영에 찬성했는데 올해 초 인디포럼,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그리고 정동진독립영화제 초청을 받으며 걱정도 들었단다. "혹시나 영화를 본 분들이 우리 가족을 좋지 않게 볼까봐" 두려웠던 것. 다행히 그런 일은 없었다. 오히려 관객과의 대화를 거치며 사람들은 "솔직하게 만들어줘서 고맙다", "우리 가족을 돌아보게 됐다"는 등 응원의 마음을 보탰다.
- 작년 말에 완성해서 올해 여러 영화제에 출품한 건데, 아무래도 최초 관객은 아빠와 동생들이겠다."그렇다. 이 영화를 우리 가족은 펑펑 울면서 봤다. 아빠는 볼 때마다 우신다. 그리고 이런 상황을 만든 것에 항상 미안해 하신다. 이젠 그러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아빠는 애교가 많으셔서 사랑한다는 표현을 자주하시는데 내가 너무 간지러워서 답을 잘 못하겠더라. '네 저도요' 하고 만다. 사실 이 영화를 하게 된 이유 중 하나가 아빠를 사랑한다는 마음을 영화 안에서 표현하고 싶어서였다."
- 영화 공개 이후 가족들에게 어떤 변화가 생겼나. "가장 큰 변화는 엄마와 연락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전부터 갖고 있던 갈등이 물론 사라지거나 하진 않았다. 다만, 영화를 통해 가족과 소통하는 시작점은 된 거 같다. 소통을 이어가기 위해선 영화를 만들 때 만큼의 노력이 필요한 거 같다. 가족이 가장 어렵고, 빡세고 그런 거 같다(웃음)."
- 영화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자막이 기억난다. '정확하게 사랑하고 싶었다' 이게 곧 이 작품의 주제 아닌가. 결국 불가능하지만 그 사랑에 가까이 가고 싶다는 마음의 표현이기도 하고."내가 한 말은 아니고 신형철 평론가의 <정확한 사랑의 실험>이라는 책 첫 페이지에 나오는 문장이다. '그러나 정확하게 표현되지 못한 진실은 아프다고 말하지 못하지만 정확하게 사랑받지 못한 사람은 고통을 느낀다'. 고통을 느낀다는 말이 되게 크게 다가왔다. 모든 영화 속 주인공들이 그렇지 않나. 자신의 존재를 정확하게 사랑받지 못해 고통을 느끼는 것 같다.
영화에 '백만 송이 장미'라는 노래를 넣은 이유도 비슷하다. 미워하는 마음 없이 아낌없이 사랑을 줄 때 백만 송이 장미가 핀다는 건 정말 아름다운 일이지만 말씀하신대로 불가능한 일이지 않나. 노래방에서 이걸 부를 때마다 항상 울컥한다(웃음). 엄마를 정확하게 사랑하고 싶지만 어려운 일이고, 이 다큐가 그 노력의 과정 중 하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