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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한류 제동걸기' 본격화...'사드'는 구실일 뿐?

유인나 하차설에 박보검 만리장성 논란.. 확산되는 혐한 움직임

16.08.07 13:41최종업데이트16.08.07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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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에 중국 정부가 꺼낸 한국 압박 카드는 한류 제동 걸기다.

중국의 미디어 통제, 관리를 담당하는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이하 광전총국)이 한국 연예인의 TV 방송 출연을 금지할 것이라는 소문이 기정사실화 되어가고 있다.

중국 정부는 공식 인정을 피하고 있지만 중국 관영 언론들은 이미 '한류', '한국 드라마', '한국 스타' 등을 노골적으로 언급하며 사드 배치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 인터넷판은 4일 '서울은 한국 드라마와 한국 스타가 중국에서 차단되는 것을 책임져야'라는 제목의 사평에서 "한류가 중국의 차단을 만나게 되면 그건 한국 측의 자업자득이다, 중국과 한국의 대치가 계속되면 한국 측은 더 많은 손실을 입게 될 수 있다"라고 위협적 경고를 내놨다.

팬미팅 취소, 드라마 방영 중단... '한류 보복' 소문이 현실로

중국 언론의 이 같은 경고 메시지는 한류연예산업 전반에서 현실로 나타났다.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에 방영 중인 KBS 2TV 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 주연 배우 김우빈과 수지가 중국서 팬미팅을 가질 예정이었지만 돌연 취소됐고, 걸그룹 와썹(Wassup)이 계획한 중국 프로모션 일정도 취소됐다.

중국 활동에 시동을 건 신인 아이돌그룹 스누퍼는 이달 21일 중국 동방위성TV 음악순위프로그램 'AIBB(Asian Idol Billboard)'에 출연할 예정이었지만 중국 측으로부터 돌연 출연 취소 통보를 받았다. 드라마의 경우 배우 교체나 방영 중단설이 나온다.

배우 유인나는 중국 후난위성TV 드라마 <상애천사천년 2 : 달빛 아래의 교환>의 여주인공을 맡아 촬영 중이지만 주인공 역에서 하차할 가능성이 크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 후난위성TV


배우 유인나는 여주인공으로 촬영에 임하던 중국 후난위성TV 드라마 <상애천사천년 2 : 달빛 아래의 교환>에서 하차할 가능성이 크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다음 달 방영을 앞두고 촬영이 막바지에 이른 시점에서 여주인공 교체설이 나온 것이라 충격은 더 크다.

한편 중국 후난위성TV가 방영 중인 지창욱 주연 드라마 <선풍소녀2> 역시 방영이 중단될 수 있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에 중화권 한류를 선도하던 SM, YG, JYP 등 주요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주가가 하루 사이 5~6% 하락하는 등 큰 타격을 입었다.

'트집 잡기'로 번지는 혐한 움직임... 사드는 구실일 뿐?

홍콩 유력 일간지 <빈과일보> 등 중화권 언론이 이달 초 밝힌 중국의 '한류 보복설'이 현실로 나타나기까지 불과 2, 3일밖에 안 걸린 것을 보면 중국 방송계와 연예계의 잇따른 '한국 보이콧' 조치에는 그 어느 때보다 중국 정부의 강한 의지가 깔렸음을 알 수 있다.

주목할 점은 한류스타를 대상으로 근거 없는 공격이 나올 정도로 '혐한' 움직임이 노골적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것이다.

박보검이 스포츠의류브랜드 광고(CF)에서 ‘만리장성’이라는 이름의 남자와 바둑을 둬 이기는 장면을 연기한 것을 중국을 모독했다며 중국 매체가 일제히 비판 기사를 쏟아냈다. 5일 <중국청년망> 보도 캡쳐. ⓒ 중국청년망


대표 희생자는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 낳은 한류스타 박보검이다.

그는 최근 스포츠의류브랜드 케이스위스 TV 광고에서 '만리장성'이라는 이름의 남자와 바둑을 둬 이기는 장면을 연기했는데, 이 광고가 중국의 상징인 만리장성을 비하했다며 중국 매체 다수가 박보검에 대한 비판 기사를 쏟아냈다.

<중국청년망>은 5일 "한국이 만리장성을 부정적으로 묘사했다, 박보검 광고가 중국을 모독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얼굴을 내미는 여성을 배석시켰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해당 광고 장면을 실었다.

중국 네티즌들은 "국가 앞에 스타 없다"라며 박보검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처럼 중국 언론과 대중이 한국 스타에 대해 '트집 잡기'식 공격도 서슴지 않는 것을 보면 그동안 한류 영토 확장에 대한 누적된 반감이 '사드' 문제를 구실 삼아 폭발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 정도다.

중국의 경제력과 국력의 빠른 성장으로 중국 대중의 민족적 자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만큼 탄탄대로를 걸어오던 한류에 제동이 걸릴 때가 왔다는 해석이 힘을 받는다.

'사드' 문제가 해결 국면에 접어든다 해도 앞으로 중국 현지 문화산업에서 중국 정부와 방송계가 주도권을 틀어쥐고 한국 측에 통제 수위를 높이려는 움직임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한국 방송 연예계가 중국의 한류 보복에 대처하는 자세도 단순히 '비는 피하고 보자'는 식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상황에 대한 냉정한 판단과 장기적 관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한 때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강훈 시민기자의 개인 뉴스 페이지 <차이나스타리포트>(cnstrp.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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