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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심 흔든 류준열, '<응답하라>의 저주' 깨는 중?

[TV리뷰] <운빨로맨스>에서 황정음에 밀리지 않는 존재감의 류준열

16.06.24 17:37최종업데이트16.06.24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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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 같은 외모도 아니고 아직 뛰어난 필모그래피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류준열의 연기에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응답하라의 저주'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응답하라> 시리즈를 찍은 배우 중 상당수가 차기작에서 신통치 못한 성적을 기록했다. <응답하라>를 벗어난 배우들이 자신만의 색깔을 제대로 찾아내지 못하고 차기작에서 존재감을 증명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운빨로맨스> 역시 기대에 비해서는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지 못하다. 경쟁작이 강력한 상황이 아님에도 10% 전후의 성적으로 아쉬움을 자아내고 있다. 더군다나 <운빨로맨스>의 후반부가 수지와 김우빈이 출연하는 <함부로 애틋하게>와 겹치는 상황이 되면서 앞으로의 시청률 역시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운빨로맨스>의 분전, 제수호가 눈에 띈다

<운빨로맨스>에서도 자신의 매력을 다시 한 번 증명한 류준열. ⓒ MBC


하지만 <운빨로맨스>는 초반부의 실망감을 차츰 호평으로 바꿔놓고 있다. 확실한 흥행 포인트가 없어서 완벽한 성공이라 부르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로맨스만큼은 공감할 수 있게끔 그려진다. 그 안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제수호를 맡은 류준열이다.

제수호의 캐릭터는 이 드라마에서 가장 특별한 캐릭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단 그의 성격상 특징이 눈에 띈다. 사회성이 부족한 '천재'라는 캐릭터는 이 캐릭터가 여주인공을 사랑하는 방식을 상당히 독특하게 만든다. 어쩔 줄을 모르면서도 직진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남성상을 묘사하며, 남자 주인공에게 시청자들이 몰입할 수 있는 지점을 만들어 냈다. 완벽하지 않지만 한 여성에게 사랑을 주는 방법을 확실히 알고 있는 그의 캐릭터가 오히려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이 상황에서 그 역할을 설득력 있게 표현하고 있는 것이 바로 류준열이다. 류준열은 <응답하라 1988>에서도 여심을 강타하는 캐릭터로 인기를 끌었지만, 사실 로맨틱 코미디 남자 주인공으로서의 역량은 의구심을 자아냈다. '로코'에 흔히 등장하는 전형적인 상의 배우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 전형적인 로코 연기를 해낼 수 있을지 물음표가 먼저 떠올랐다. 더군다나 <응답하라>로 얻은 인기의 연장선에서 오른 거의 최초의 시험대였다. 시청률이 높지 않다는 것은 이래저래 류준열에게 좋은 일이 아니다.

그러나 <운빨로맨스>는 드라마 사이에서도 <또 오해영>에 이어 화제성 2위를 차지했다. 시청률은 아쉽지만, <운빨로맨스>를 챙겨보는 시청자들의 호감은 확실히 산 것이다. 여기에는 류준열의 연기력이 주효했다. 드라마에서 보이는 것은 류준열이 아니라 제수호다. 다소 어설프지만, 자신의 감정에 꿋꿋하고 솔직한 남성 캐릭터의 매력을 류준열은 자신의 스타일로 연기해내며 배우에 대한 호감도를 높였다.

착실하게 필모그래피 쌓고 있는 류준열

류준열도 황정음처럼 '믿고 보는' 배우로 발돋움할 수 있을까. 우선 가능성은 충분히 보여줬다. ⓒ MBC


류준열이 캐릭터를 표현해내는 능력은 확실히 발군이다. 시청자들은 이 캐릭터에 대해 여러 별명과 애칭을 만들며 애정을 표현하고 있다. 여주인공이 무려 '믿고 보는' 황정음이기에 자칫 상대적으로 묻힐 가능성도 있었지만, 류준열은 눈에 띄는 존재감을 내뿜으며 균형을 맞췄다.

류준열은 올해 상반기에만 <로봇, 소리> <섬> <사라진 사람들> <글로리데이> <계춘할망> <양치기들> 등 총 6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대부분 흥행에는 실패했고, 류준열의 분량도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류준열이 배우로서 나아가는 방향이 보이는 필모그래피들이었다. 자신이 맡은 역할이 어떤 것이든, 그 분량 안에서만큼은 확실한 연기력을 보여주는 류준열의 매력은 충무로에서도 그를 주목하게 하였다.

류준열은 현재 하반기 개봉 예정인 조인성·정우성 주연의 <더 킹>에도 출연하며, 송강호와 함께 영화 <택시 운전사>에도 캐스팅되었다. 이런 대작들에 류준열이 연이어 캐스팅될 수 있었던 까닭은, 류준열이 <응답하라>에서 자신만의 색깔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전형적이지 않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눈에 띄는 존재가 될 수 있었다. 그 안에는 류준열이 보여준 안정적인 연기력과 캐릭터 소화력이 있다.

과연 류준열은 <응답하라>의 저주를 벗어나 날아오를 수 있을까. 아직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내리기 섣부르지만, 그의 행보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것만큼은 사실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우동균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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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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