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왕조 시절. 김광현과 김성근 감독
SK 와이번스
화려한 나날이 너무 일찍 찾아왔던 것일까? 김광현은 2011시즌부터 추락하기 시작했다. 부진에 이은 혹사 논란, 벌투 논란(2011년 6월 23일 KIA전 8이닝 8실점 147구)까지 일면서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견디기 어려운 상황이 닥쳤다.
이후 김광현의 부진은 뇌경색 때문이라는 한 매체의 충격적인 보도가 나왔다. 구단에서는 뇌경색 후유증과 부진은 상관없다며 공식적으로 부인하긴 했다. 하지만 선수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한 해당 보도가 김광현에게 정신적인 충격을 준 탓일까? 결국 2011년에는 데뷔 후 최소 이닝인 74.1이닝을 소화했으며 승수도 고작 4승에 그쳤다. 물론 당시만 해도 다수는 김광현이 곧 예전의 모습을 되찾을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2011~2012시즌 어깨 통증에 시달리며 예전의 구위를 회복하지 못했고 등판 간격도 불규칙해졌다. 2012시즌도에도 8승에 그치며 2년 연속으로 10승을 거두는 데 실패했으며, 이닝도 81.2이닝에 그쳤다. 더 큰 문제는 시즌이 끝난 후 다시 재활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전성기 시절과 비교되지 않는 구위, 흔들리는 제구, 지속되는 어깨 통증은 그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을 쏟아 냈다. 90년대 초반 롯데 염종석과 같은 길을 가는 게 아닌가라는 걱정스런 시선도 존재했다.
하지만 2013년 김광현은 다시 한번 10승 고지에 올라섰다. 제구나 구위는 전성기에 비할바가 아니었고 세부 지표에서도 만족스럽지 못했지만 3년 만에 다시 10승을 달성한 것은 고무적이었다. 그리고 2014시즌 그가 돌아왔다.
사상 초유의 타고시즌이던 2014년, 리그엔 3할 타자가 난무했고(36명), 수많은 백구가 담장 너머의 별이 되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김광현은 에이스였던 자신의 모습을 되찾고 있었다.
1455일만의 완투승, 4년 만에 150이닝을 넘겼으며, 13승을 거뒀다. 2015년도에도 다시 14승을 거두며, 통산 97승에 도달했다. 100승까지 남은 승수는 단 3승. 그리고 마침내 2016년 4월 24일, 감격의 100승을 달성했다.
<내일의 죠>의 주인공인 죠는 링 위에서 모든 것을 불태웠다. 비장미가 느껴지는 마지막이었다. 하지만 비장한 아름다움은 비극과 슬픔을 전제로한 것이고 아름다움의 종류는 그것 뿐이 아니다.
선수 생명이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마운드를 지키는 것이 투혼으로 여겨지고 하등 의미없는 벌투가 스승의 속깊은 애정으로 포장되던 시대도 있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그것은 쓴웃음을 자아낼 뿐인 시대착오적 비장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