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오늘도 안되네" 지난 10일 오후 경남 창원시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NC와 한화 경기. 3회말 동점을 내준 한화 김성근 감독이 그라운드를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한화의 끝없는 추락과 더불어 더욱 논란의 중심으로 떠오르는 것이 바로 김성근 감독의 행보다. 올해 한화 사령탑 취임 2년차를 맞이한 김 감독은 팀 운영의 전권을 책임진 것은 물론이고, 구단의 파격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선수단 총연봉이 전체 구단 1위에 올랐음에도 정작 팀 성적은 초반부터 무기력하게 꼴찌로 추락하며 팬들의 실망감을 자아내고 있다.
더구난 지난 14일 두산전 대패와 더불어 벌어진 일련의 해프닝들은 가뜩이나 김 감독의 리더십을 둘러싼 논란에 그야말로 불을 붙였다. 많은 팬들은 대패보다도 송창식을 둘러싼 '벌투' 의혹에 더욱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첫 시즌이었던 지난해부터 이미 도마에 올랐던 김성근 야구 특유의 '혹사' 논란이 사실상 선을 넘었다는 성토가 쏟아졌다. 정작 김 감독은 경기 중간에 갑작스러운 건강 이상을 이유로 돌연 자리를 비우면서 또 한 번 많은 이들을 당혹스럽게 했다.
김성근 감독은 15일 LG전을 앞두고 정상적으로 복귀했다. 그러나 전날 경기를 둘러싼 김감독의 해명은 팬들에게 더 큰 실망과 분노만을 선사했다. 김 감독은 송창식의 기용 방식에 대하여 "원래 5회까지 던지게 할 생각이었고, 혹사가 아니다", "송창식이 맞더라도 던지면서 감을 찾기를 바랐다"라고 주장했다. 이는 결국 '벌투'라는 직접적인 표현만 쓰지 않았을 뿐, 송창식이 난타당하도록 방치한 게 의도적이었음을 인정한 셈이다.
"밖에서 보는 것과 내가 생각하는 것은 다르다", "결국은 선수 본인을 위한 것"이라는 식의 논리 전개는, 사실 김성근 감독이 자신의 지도 방식을 둘러싼 각종 논란이 생길 때마다 스스로를 합리화하던 전형적인 레퍼토리이기도 하다. 이는 결국 "모든 것은 감독인 내가 결정하고 판단한다"는 결론으로 귀결된다.
선수생명 위협하는 '벌투'는 감독의 갑질하지만 여기에서 정작 선수의 개성이나 심리적인 부분 같은 변수는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는 점, 궁극적으로는 모든 원인을 감독이 아닌 해당 선수나 상대 등 매번 '남 탓'으로만 교묘하게 떠넘긴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리더가 모든 것을 혼자 생각하고 결정하는 것은 '권위주의적 리더십'의 전형이기도 하다.
김성근 감독은 과거 다른 투수들의 사례를 언급했지만 정작 이들도 벌투가 경기 감각을 찾는 데 도움이 됐다는 구체적인 근거는 없다. 김 감독이 언급한 투수 중 장호연은 말 그대로 '80년대에나 통하던' 이야기이고, 오늘날에는 김성근 감독만이 주장하는 방식이다. 오히려 벌투처럼 선수생명을 위협하는 행위는 현대야구에서는 감독의 권한을 남용하는 시대착오적인 '갑질'에 가깝다.
특히 송창식은 2004년 데뷔하여 프로 경력만 10년 차가 넘은 선수다. 버거씨병으로 투병한 전력도 있어서 더욱 신중한 관리가 요구되는 투수다. 서른 살이 넘은 베테랑 투수, 그것도 일주일 사이에서 선발과 불펜을 오가야 했던 투수에게 연습경기도 아닌 실전에서 의도적으로 굴욕감을 맛보도록 방치하는 것이 과연 투구 감각을 찾는 것과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김성근 감독은 현재 송창식의 몸 상태와 투구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점만 강조했지만, 정작 이번에도 송창식의 구위가 하락한 원인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송창식은 지난해를 비롯하여 몇 년간 한화 마운드에서 지속적으로 많은 이닝을 소화하며 혹사 논란에 시달렸던 선수 중 하나다. 기본적으로 '혹사'의 개념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김성근 감독이기에 송창식의 등판 기록과 불분명한 보직에 대한 문제 의식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하지만 백번 양보해서 김 감독의 기용 방식이 선수 본인을 위한 것이라고 해도,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다. 올 시즌 한화가 12경기를 치르는 동안 선발투수가 5이닝 이상을 소화한 경기는 단 두 번 뿐이다. 심지어 1~2회도 버티지 못하고 강판되는 경기가 부지기수였다. 불펜요원에 가까운 송창식에게는 90구나 강제로 던지게 하면서 감을 찾게 해줄 정도의 인내심을 발휘하면서, 왜 그동안 다른 선발 투수들에게는 그렇게 냉정했는지 설명이 되지 않는다.
더구나 김 감독은 평소 "그라운드는 전쟁터"라고 주장해온 인물이다. 선수들을 극한까지 몰아붙여 "한계를 넘으라"는 요구도 자주한다. 그러나 지난 14일, 선수가 그라운드에서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강제로 '총알받이'가 될 동안 정작 김 감독 본인은 몸이 아프다는 이유로 경기 중 자리를 비웠다.
평소 김 감독의 가치관대로라면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데 장수가 위기에 처한 부하들을 버리고 혼자만 먼저 후퇴한 셈'이다. 그러면서 정작 부하들에게는 여전히 엄격한 기준과 과도한 노동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김 감독은 이튿날에도 이 부분에 대하여 어떤 사과도 없었다.
독선의 늪에 빠진 한화, 건강한 소통이 해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