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연배우 에디 레드메인(왼쪽)과 감독 톰 후퍼
UPI 코리아
사회적 핍박 속에서도 에이나르 부부는 꿋꿋이 릴리를 지지한다.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며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 누구도 인정하지 않지만 트랜스젠더라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 간다. 사회적 관념이라는 사각형의 프레임에 갇히지 않고 힘차게 걸어나간다. 너무나도 위험한 게임이지만 에이나르 부부는 진정한 주체로서의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우연히 자신을 지지할 수 있는 의사를 만난 에이나르 베게너 부부. 바르네크로스 교수는 처음으로 릴리를 정신질환이 아닌 실제로 인정한다. 그리고 그들에게 성전환 수술을 권유한다. 일련의 사례를 통해 에이나르와 같은 남자들을 연구하고 있었던 바르네크로스 교수는 에이나르에게 릴리가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단 한 번도 시도된 적도 없고, 실패 위험성도 많은 수술. 자신이 죽을 수도 있는 길이지만 에이나르는 고민 없이 릴리를 선택하기로 한다. 물론 이는 단순하게 에이나르 혼자만의 분투는 아니다. 그의 부인이자 동반자인 게르다의 도전이기도 하다.
영화는 이 둘의 고민과 이야기를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공평하게 담아낸다. 영화의 전반부가 여성성에 눈을 뜨는 에이나르의 이야기였다면, 영화의 후반부는 남편의 여성성을 인정하는 게르다의 이야기다. 비록 남편이란 존재는 잃지만, 인생의 동반자로서 게르다는 에이나르의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한다.
성전환 수술을 통해 생리학적으로도 이제 진짜 릴리로 거듭나는 에이나르. 하지만 결국 그는 수술 후유증을 이겨내지 못한다. 첫 수술 다음 해 눈을 감는 에이나르. 행복한 결말을 맺지 못했지만, 이것은 인류사에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 낸 한 부부의 용기 있는 분투였다.
평생 에이나르가 그렸던 풍경 속으로 직접 찾아간 게르다. 그런 그녀의 눈동자에 지금까지 남편의 그림 속에서만 보았던 풍경이 펼쳐진다. 그리고 바람이 불자 자신의 남편이 건네준 '릴리의 스카프'가 그녀의 목에서 떠나간다. 그것을 잡지 않고 가만히 떠나보내는 게르다가 말한다.
"Let it f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