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오빠생각> 표 강매 논란, 금융위는 흑기사였나

관행적인 '개봉 전 예매권 사재기 마케팅' 수면 위로 떠올라

16.01.27 17:10최종업데이트16.01.27 17:10
원고료로 응원

영화 <오빠 생각> 포스터 ⓒ NEW


금융위원회의 영화 <오빠 생각> 예매권 강매 논란을 계기로 그동안 관행이라는 이름 하에 음성적으로 이루어지던 '개봉 전 예매권 사재기 마케팅'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과연 이게 적절한가 또는 정당한가가 논란의 핵심이다.

지난 24일 <연합뉴스> 보도(금융당국, 금융사에 영화예매권 강매 정황)에 대해 금융위원회는 25일 공식입장을 통해 "조직적인 행동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아무런 대가 없이 핀테크(Fintech·금융과 기술이 결합한 서비스) 홍보대사로 활동해준 배우 임시완에 대한 감사의 마음과 응원해주자는 공감대로 공식 시사회에 금융위원장과 금융회사 대표들이 참석했고, 영화표 구입은 직원복지 차원으로 활용했다고 해명했다.

영화배급사 NEW(뉴) 역시 "금융 관계자들이 시사회에 와서 영화에 대해 좋게 평가한 후 도와주겠다는 말은 들었으나, 배급사와 협의가 없는 금융사 자체 프로모션이었다"고 밝혔다. "언론 보도대로 표를 산하기관에서 다량으로 구입할 줄은 몰랐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금융위가 은행·보험·증권사 등 산하 기관에 300장에서 많게는 1만 7000장까지 예매권을 사달라고 요청하고, 이에 금융사들이 최소 4만여장을 사들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강매 논란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산하 기관 입장에서는 금융위의 협조요청을 무시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NEW 또한 이번 예매권 사재기와 직접적 관련이 없다고는 했지만, 일반관객들 예매와 달리 대량 예매의 경우는 배급사가 익히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 영화계 인사들의 지적이다. 한 제작 관계자는 "배급사 마케팅에 금융위가 직접 나선 꼴"이라고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NEW가 자체 프로모션을 진행했을 것으로 보고 있으나, NEW의 한 관계자는 "지금 영화가 개봉 초반이라 당분간 지켜봐달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도마 위에 오른 관행

사실 개봉을 앞둔 영화가 예매율을 올리기 위해 표를 사재기하는 방식은 공개적으로 드러나 있지는 않지만 영화계에서는 관행처럼 자리잡고 있다. 개봉 초 예매율이 관객 동원에 미치는 영향이 있다 보니 영화사 자체 프로모션 차원에서 이를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한 제작 관계자는 "이런 방식은 아니었지만 1990년대에도 관객들을 끌기 위한 비슷한 마케팅이 진행됐다"면서 "요즘에는 개봉 전 예매율 1위를 기록하면 그걸 홍보에도 활용할 수 있다 보니 대부분이 같은 방식을 쓰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 배급 관계자는 "상업영화뿐만 아니라 다양성영화도 협찬사 등을 위해 수백 장에서 몇 천 장씩 사전 예매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지난해 호평을 받았던 한 저예산 영화의 배급 관계자 역시 "우리도 개봉 전 표를 대량 예매를 했던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이번 논란도 예매율 마케팅 부작용이 빚어낸 결과라는 얘기고, 금융위가 흑기사 역할을 하면서 논란이 커졌다는 것이다.

평단이나 배급 담당자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오빠 생각>은 이 같은 사재기에도 막상 예매율 대비 좌석점유율은 현저히 낮았다. 영화진흥위원회 전산망 기준으로 개봉일인 21일 예매율이 20%를 넘어섰지만 좌석점유율은 9.5%로 10%대를 못 넘겼고, 주말에도 20% 이하였다. 흥행작들이 평균 30% 이상의 좌석점유율을 기록하는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약한 흐름이었다.

지난 16일과 17일 주말기간에 <오빠 생각>은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에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내줬다. 일반적으로 한국영화와 외화가 경쟁할 경우 현장 매표에서 한국영화가 강세를 보이는 데 <오빠 생각>의 경우 예매율이 우위에 있었음에도 2위로 떨어지는 굴욕을 당했다.

이런 현상에 일부 영화 관계자들은 "강추위로 인해 극장을 찾는 전체 관객 수가 감소했고, 대부분 개봉작들이 주말 매진되는 경우도 드물었기에 금융위의 사재기가 영화 흥행에 큰 영향은 미치지 못했다"면서 "도리어 논란만 일으켜 악영향만 준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 제작·배급사 관계자는 "배급 쪽에서는 예매율이 극장 스크린 배정 등에 영향을 주기에 이런 사태가 발생한다"며 "시장을 교란시키는 모습으로 볼 수 있기에 예매율을 대외적으로 공개하는 게 맞는지 영화계가 고민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오빠 생각 NEW 금융위원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영화(독립영화, 다큐멘터리, 주요 영화제, 정책 등등) 분야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각종 제보 환영합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