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을 보내는 마지막 경기가 열리기 전 올드 트래포드 스타디움 밖에서는 이미 특별한 스카프들이 팔리고 있었다. 맨유의 엠블럼이 찍힌 스카프에 '스페셜 원, 무리뉴' 감독의 얼굴과 이름이 새겨진 것이었다. 맨유 구단의 공식 상품이 아닌 장사꾼들의 익살스러운 상술이었지만 판 할 감독의 운명을 예견하고 있다는 것을 누구나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루이스 판 할 감독이 이끌고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가 한국 시각으로 29일 오전 2시 30분 맨체스터에 있는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2015-2016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19라운드 첼시 FC와의 맞대결에서 득점 없이 비기는 바람에 최근 여덟 경기 무승(4무 4패, 5득점 10실점)을 기록하고 말았다.
맨유, 전반전에만 골대 불운 2번
그 어느 때보다 어두운 표정으로 홈팀 벤치에 앉은 판 할 감독은 계속되는 불운에 속이 타들어 가는 듯 보였다. 경기 시작 후 2분 만에 루니의 논스톱 패스를 받은 후안 마타가 회심의 왼발 슛을 날렸지만 쿠르투아가 지키고 있는 첼시의 골문 크로스바가 7만5275명 홈팬들의 염원을 외면한 것이다.
맨유의 불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로부터 14분 뒤에 유망주 골잡이 앙토니 마샬이 왼쪽 측면에서 번뜩이는 드리블 실력을 자랑하며 오른발 슛으로 선취골을 노렸다. 하지만 마샬의 발끝을 떠난 공은 왼쪽 기둥 하단을 때리고는 옆으로 흘러나왔다. 관중석의 팬들도 머리를 감싸며 아쉬워할 수밖에 없었다.
후반전에도 맨유에게 악재가 겹쳤다. 페널티킥이 선언되어야 할 장면이었지만 주·부심 모두 그 순간을 놓친 것이다. 페널티지역 안으로까지 수비에 가담한 첼시 미드필더 윌리안의 트래핑이 잘못되어 왼손으로 공 방향을 슬쩍 바꿨지만 이 장면을 주심이나 제2부심 모두 지적하지 못한 것이다.
56분에 안데르 에레라가 오른발로 밀어넣으려고 한 공을 첼시 골키퍼 티보 쿠르투아가 기막히게 쳐낸 것이나 86분에 새내기 풀백 보스윅-잭슨의 날카로운 왼쪽 크로스를 받은 루니가 발리슛을 띄워버린 장면까지 생각하면 판 할 감독 입장에서 속상할 뿐이었다.
맨유가 지난 경기까지 기록한 4경기 연속 패배의 기록은 구단 역사상 1961년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그만큼 이 경기 승리가 절실했던 상황이었다. 더구나 이 경기 상대가 라이벌 구단 첼시 FC였기 때문에 정규리그 반환점을 찍는 시점에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11월 21일 왓포드 원정 경기 2-1 승리 이후에 무려 여덟 경기를 치르며 단 한 경기도 이기지 못하고 있는 맨유의 빈약한 공격력은 심각한 수준을 드러내고 말았다.
이제 루이스 판 할 감독은 스카프 장사꾼들의 예견대로 팀을 떠나야 하는 기로에 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맨유의 다음 일정은 새해 1월 3일 0시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리는 스완지 시티와의 홈 경기다.
손흥민 결승골, 100일 만에 터진 리그 2호 골
한편, 29일 0시에 비카리지 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왓포드와 토트넘의 경기에서는 한국 국가대표 공격형 미드필더 손흥민이 멋진 결승골의 주인공이 되었다.
68분에 토마스 캐롤 대신 교체 선수로 들어간 손흥민이 경기 종료 직전인 89분에 트리피에의 오른쪽 크로스를 받아 절묘한 힐 킥 기술을 선보이며 결승골을 터뜨린 것이다.
지난 9월 20일 열린 크리스탈 팰리스와의 홈 경기에서 프리미어리그 데뷔골을 터뜨린 이후 100일 만에 맛보는 정규리그 골맛이기 때문에 더욱 특별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토트넘 홋스퍼는 손흥민의 짜릿한 결승골 덕분에 같은 날 경기가 없었던 맨체스터 시티를 따돌리고 3위 자리에 올라서며 기분 좋게 새해를 맞이할 수 있게 되었다. '아스널-레스터 시티-맨체스터 시티'와 함께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 '빅4'의 위용을 본격적으로 뽐내게 된 셈이다.
이제 토트넘 홋스퍼는 새해 1월 4일 오전 1시 구디슨 파크로 들어가서 에버턴 FC와의 20라운드 맞대결을 준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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