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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의 한화, 그래도 희망을 보았다

[KBO 리그 2015 팀별 결산 5] 한화 이글스

15.12.29 14:05최종업데이트15.12.29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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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는 KBO리그 원년에 창단되지는 않았지만, 롯데 자이언츠와 마찬가지로 아직까지 정규 시즌에서 1위를 차지한 적이 없다. 한국 시리즈에 6번 진출했고 이중 유일하게 1999년 한국 시리즈 챔피언에 올랐다.(매직리그 2위)

한화는 2007년을 마지막으로 포스트 시즌에 진출한 적이 없었다. 그리고 2008년부터 한화의 암흑기가 시작되었다. 한화는 2008년 5위로 하락했고, 2009년에는 결국 리그 최하위(당시는 8위)로 떨어지고 말았다. 2011년 잠시 6위를 기록하며 꼴찌에서 탈출하는 듯 보였던 한화는 다시 최하권으로 추락했다.

한화는 2009년부터 2014년까지 6년 동안 무려 5번의 최하위를 기록했다. 그 중 2012년까지는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현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이 고군분투했고, 2012년에는 코리안 특급 박찬호(은퇴)까지 있었다. 주포 김태균도 2년 동안 지바 롯데 마린즈에 다녀왔다가 2012년에 한화로 복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화는 전체적인 취약점에 대한 답이 없었다. 2013년과 2014년은 KBO리그 역대 최다승 감독인 김응용까지 영입되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류현진은 포스팅 시스템을 통하여 다저스로 이적했고, 박찬호는 은퇴했다. NC 다이노스가 리그에 진입하여 9구단 체제가 되었지만, 한화는 2년 모두 최초의 9위를 기록하고 말았다.

대변혁 예고했던 김성근 효과

김응용 감독의 계약 2년이 끝나자, 한화는 김응용과의 재계약을 포기했다. 그리고 고양 원더스가 해체되면서 한화는 원더스에 있었던 김성근 감독을 영입했다.

김성근 감독은 10월에 영입되자마자 대변혁을 예고했다. 선수들의 마음가짐부터 바꾸겠다는 각오로 지옥의 시즌 마무리 훈련이 시작되었다. 혹독한 겨울 훈련을 끝낸 선수들은 분명 뭔가는 달라진 모습이었다.

정규 시즌 미디어 데이에서 2014년 순위에 따라 감독들이 입장했는데, 9번째로 입장했던 김성근 감독은 "내년엔 앞에서 두 번째로 들어오겠다"라는 각오를 보였다. 포스트 시즌 진출을 뛰어 넘어 한국 시리즈 진출을 목표로 하겠다는 각오였다.

한화는 최근 몇 년 동안 FA 시장에서 가장 많은 돈을 쓴 팀이었다. 2013년 겨울에는 이용규, 정근우 등을 영입했으며, 2014년 겨울에는 권혁, 송은범, 배영수 등을 영입하며 투타에 대한 보강을 마쳤다.

한화는 2015년 4월을 3위로 마쳤다. 그 동안 시즌 초반부터 바닥을 보였던 것에 비하면 대단한 변화였다. 매 경기 치열한 승부가 연출되며 한국 시리즈 7차전이 느껴질 만했던 경기들이 시즌 초반부터 속출했다. 4월 17일만 해도 8위였다가 2주 만에 3위까지 상승했기에 더욱 놀라웠다.

사실 한화는 2015년 전체 기록을 보면 팀 타율은 0.283(2014년 7위)에서 0.271(8위)로 떨어졌고, 팀 도루도 꼴찌(80개)였다. 그러나 팀 출루율이 7위(0.359)에서 5위(0.360)로 다른 팀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비약적 상승을 이뤄냈던 점이 득점의 증가와 연결되었다. 득점이 크게 늘고 팀 평균 자책점이 6.35에서 5.11로 비교적 좋아진 점도 한 몫을 했다.

막판 뒷심 부족, 중독성만큼은 최고였던 마리한화

한화는 6월 중순까지만 해도 주전과 백업 선수들의 적절한 조화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이 때까지만 해도 10개 구단들 중 유일하게 3연패가 없었다. 오히려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 7년 만에 3연전 시리즈를 '스윕'하는 등 5할 승률에서 '+6'까지 기록하고 있었다.

그러나 6월 말 한화는 점차 지친 모습을 드러내며 5연패를 기록했다. 설상가상으로 최진행이 도핑 테스트에서 적발되며 30경기 출장 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았고, 예상치 못한 공백에 팀 순위는 5위까지 내려갔다. 그래도 6월까지 한화의 승률은 5할을 넘었다.

6월까지 어떻게 버텼던 한화는 7월에 주요 선수들이 부상으로 이탈했다. 안영명과 쉐인 유먼의 부상으로 선발진에 갑자기 공백이 생겼고, 김태균과 이종환까지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투타가 모두 위기에 놓였다.

8월에는 미치 탈보트가 부진을 이유로 2군으로 내려갔다. 게다가 유먼이 왼쪽 어깨 소원근 손상 진단이 나오면서 기다릴 수 없었던 한화는 결국 유먼을 방출하고 에스밀 로저스를 영입했다. 한 경기 한 경기가 급한 한화로서는 최대한 빠른 선택이었다.

8월에 합류한 로저스는 데뷔전에서 1실점 완투승을 기록하며 지쳐있던 선발진에 큰 힘이 되었다. 선발투수 이태양과 마무리투수 윤규진이 시즌을 접었지만 그래도 어떻게는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권혁과 박정진 등 일부 필승조에 집중 과부하가 걸리면서 김성근 감독의 투수 운영에 혹사 논란이 일었다.

전반기를 5할 '+4'로 마쳤던 한화는 선수들의 집중 부상이 발생하면서 후반기에 무서운 속도로 하락했다. 그래도 와일드 카드 제도의 신설로 5위부터 8위까지 무려 4개 팀이 와일드 카드 티켓을 따기 위한 역대급 중위권 경쟁이 벌어지면서 한화는 참으로 오랜만에 시즌 마지막 경기를 남겨둔 상황에서도 포스트 시즌 진출에 대한 희망이 남아 있었다.

한화의 시즌 마지막 경기는 신생 구단 kt 위즈와의 경기였다. 한화의 입장에서는 이 마지막 경기를 무조건 이기고 경기가 가장 많이 남았던 KIA 타이거즈의 결과를 지켜봐야 했다. 그러나 한화는 마지막 경기에서 패하며 자력으로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는 데 실패했다.

그래도 한화는 2008년 5위로 포스트 시즌에 탈락했던 이후 가장 극적인 시즌을 치렀다. 시즌 마지막 날까지 포스트 시즌 진출에 대한 희망을 가졌던 것은 실로 오랜만이었다. 결국 시즌 막판에 KIA도 지치면서 한화는 시즌 최종 순위 6위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극과 극이었던 전반기와 후반기, 리그 트렌드와 달랐던 김성근

김성근은 감독을 맡았던 팀들 모두 부임 첫 해에 포스트 시즌에 참가한 기록을 갖고 있었다. 태평양 돌핀스, 삼성, 쌍방울 레이더스, LG 트윈스, SK 와이번스에서 모두 그러했다. 특히 SK에서는 부임 첫 해인 2007년 한국 시리즈 챔피언에 오르며 감독으로서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그러나 김성근이 당시 SK를 맡았을 때는 리그에서 우수한 투수들이 많이 배출되던 시기였다. 윤석민, 류현진, 김광현, 양현종 등 젊은 선발투수들이 성장하던 시기였고, SK는 김광현의 데뷔 이후 한동안 전성기를 누렸다.

그러나 김성근이 독립리그에 다녀오는 동안 KBO리그의 트렌드는 타고투저로 바뀌었다. 투수력만 믿고 최소한의 실점으로 이기는 방법은 그 동안 불펜 왕국을 구축했던 삼성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사실 한화에 영입되는 FA들 중 조인성과 배영수 등 노장들의 영입이 많았고, 이로 인하여 전체적인 선수 연령이 꽤 높다. 게다가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진출, 병역 문제를 해결한 이태양의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 존 서저리) 등으로 인하여 한화의 세대 교체는 확실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8년 연속 하위권을 기록하는 동안 한화는 사실 리빌딩 최적화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그 때마다 한화는 당장에 포스트 시즌 진출을 바라며 즉시 전력급 선수들을 보강하는 데에 주력했다. 결국 한화는 류현진이 소년가장 역할을 해야 하는 암흑기가 길어질 수 밖에 없었다. 결국 류현진은 이 여파가 작용했는지,  2015년 어깨 관절와순 파열로 수술을 받고 시즌을 통째로 쉬었다.

장기적인 미래를 감안하면 2015년과 같은 시즌 운영을 할 수가 없다. 당장 2015년에 집중적으로 활용되었던 선수들도 상당수 지쳤고, 이들에 대한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태다. 결국 한화는 어느 정도의 성적과 팀 전력의 세대 교체라는 두 가지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하는 난관에 빠진 상황이다. 한화가 다음 시즌 이 두 마리의 토끼 중 어떤 토끼를 먼저 선택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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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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