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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전 경쟁' 손흥민, 라멜라에게 배우라

[해외축구] 피할 수 없는 통과의례... 기회는 다시 돌아온다

15.12.28 08:33최종업데이트15.12.28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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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손흥민이 지난 9월 13일 선더랜드와 경기에서 손흔드는 모습. ⓒ 연합뉴스


'한국 축구 에이스' 손흥민에게도 빅리그에서의 치열한 생존 경쟁은 피할 수 없는 통과의례다. 올 시즌 야심차게 EPL에 진출한 손흥민이 이번 겨울 인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팀은 잘나가고 있지만 정작 손흥민의 입지는 불안정하다.

손흥민의 소속팀 토트넘은 27일(한국 시각) 2015/2016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18라운드 노리치 시티와의 경기에서 3-0 완승을 거두며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토트넘은 승점 32점(8승 8무 2패)으로 기록하며 4위 자리를 지켰다. 내년 시즌 챔피언스리그 티켓도 바라볼 수 있는 위치다.

토트넘은 지난 사우샘프턴전에 이어 노리치전에서도 완벽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전반 초반에 보였던 흔들림도 잠시 이내 흐름을 끌어올리며 노리치를 압도했다. 특히 최전방에 나선 케인과 그 뒤를 받친 델레 알리의 활약이 눈부셨다. 모두 넓은 의미에서 손흥민의 포지션 경쟁자로 꼽히는 선수들이다.

손흥민은 최근 4경기 연속 교체 출전에 만족해야 했다. 후반 34분에 교체 투입된 손흥민은 15분간 그라운드를 밟았지만 그리 인상적인 활약은 보여주지 못했다.

손흥민은 올 시즌을 앞두고 아시아 선수 최고 이적료인 3000만 유로(약 400억 원)를 기록하며 토트넘에 입성했다. 손흥민은 이적 초기이던 9월 유로파리그와 프리미어리그에서 세 골을 몰아치며 초반 주춤하던 토트넘을 상승세로 돌아서게 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팀에서도 순조롭게 적응하며 EPL에 연착륙하는 듯 보였지만 맨시티전에서 부상을 당하며 갑작스럽게 한 달 이상의 공백기를 가진 게 아쉬웠다.

다행히 손흥민은 부상 회복 이후에도 비교적 빠르게 경기 감각을 끌어올렸다. 비록 골은 없었지만 도움만 5개를 기록하며 팀에 공헌했다. 선발 출전해 안정적인 출전 시간이 보장된 경기에서는 충분히 제몫을 해낼 수 있음을 보여줬다.

1월 초 세 경기, 주전 경쟁의 분수령

그러나 포체티노 감독은 최근 EPL 경기에서는 손흥민을 교체 요원으로만 분류하고 있다. 현재 4-2-3-1을 주로 구사하는 토트넘의 최전방 주전 원톱은 해리 케인의 위상이 확고하다. 초반 주춤했던 케인은 올시즌 18경기에서 11골을 몰아치며 완벽하게 부활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손흥민의 주 포지션인 2선에는 알리(4골 3도움)를 비롯해 에릭 라멜라(2골 3도움)-크리스티안 에릭센(2골 6도움) 등이 포진해 있다. 모두 뛰어난 기량을 지닌 선수들인 데다 올 시즌 성적도 좋다 보니 포체티노 감독이 굳이 변화를 줘야 할 명분이 없다.

토트넘은 올 시즌 18라운드까지 리그에서 총 31골을 넣었다. 선두 레스터시티와 맨시티 다음으로 많은 득점이다. 이중 절반이 넘는 19골을 주전 4인방(케인-알리-에릭센-라멜라 이 합작했다. 손흥민은 리그만 놓고보면 1골 1도움(유로파리그 포함 3골 5도움)에 그치고 있다.

현재로서 손흥민이 단기간에 반전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EPL에서 가장 빡빡한 일정으로 악명높은 박싱 데이에는 주전들의 체력 안배 차원에서라도 손흥민에게 기회가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지만 여전히 포체티노 감독의 우선 순위에는 손흥민이 없었다.

토트넘은 오는 29일 자정(한국시각) 왓포드를 상대로 원정 경기를 치른 뒤 내년 1월 4일 오전 1시 에버턴을 상대하며 8일간 세 경기를 치르는 강행군에 오른다. 만일 여기서도 선발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손흥민이 사실상 주전경쟁에서 한발 밀렸다는 것이 분명해진다.

그나마 짧은 시간이라도 기회가 주어질 때 임팩트 있는 활약을 보여줘야 하는데, 손흥민은 정작 교체투입된 경기에서는 거의 눈에 띄지 못하고 있다.  선발로 투입되자니 주전들의 아성이 견고하고, 조커로서는 별다른 영양가가 없다면 활용도를 두고 고심에 빠질 수밖에 없다. 현재 토트넘의 전술적 패턴이나 경기 중 손흥민이 투입되는 시점도 손흥민의 장점인 빠른 발을 활용한 돌파와 역습 위주의 공격을 살리기에 적합하지 않은 환경이다.

경쟁자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설상가상으로 1월에는 경쟁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것도 손흥민에게는 좋지 않은 소식이다. 내년에도 유로파리그와 EPL 등 빡빡한 일정을 병행해야 하는 토트넘은 추가로 케인을 받쳐줄 공격수 영입을 타진하고 있다. 잭슨 마르티네즈(포르투), 사이도 베라히뇨(웨스트브롬) 등 많은 스타급 선수들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중앙과 2선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손흥민으로서는 기회의 폭이 더 줄어든다는 점에서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물론 이름이 거론된 영입 후보들 모두 다른 빅클럽들로부터도 러브콜을 받고 있어서 토트넘행이 실제로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손흥민 입장에서는 토트넘이 비록 후보로라도 손흥민을 가장 유력한 대안으로 여기고 있지는 않다는 것을 확인한 장면이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3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에 성공하며 검증된 공격수로 부상한 손흥민에게 주전 경쟁은 오랜만에 느껴보는 낯선 경험이다. 올 시즌 주전경쟁에서 손흥민을 밀어낸 라멜라같은 선수도 불과 몇 달까지만 해도 EPL 적응에 애를 먹으며 끊임없이 이적설에 시달릴 정도로 고전했다.

손흥민도 유럽 진출 이후 리그를 바꿔서 활약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라멜라도 EPL에서 살아남기 위해 약점으로 꼽히던 체격을 키우고 활동량과 수비 가담을 늘리는 등 끊임없는 변화로 감독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성공했다.

다행인 점은 손흥민의 지금까지의 전체적인 활약상이 결코 나쁘지만은 않다는 점이다. 다른 선수들의 활약이 더 두드러져서 가려졌을뿐 손흥민도 그간 충분히 EPL에서도 자신의 역량이 통할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는 토트넘에서의 주전 경쟁이 당분간 쉽지 않더라도 이적시장 등에서 언제든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는 여지로 작용한다.

EPL은 우승팀에서 중하위권팀까지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여서 경쟁하는 리그다. 손흥민에게도 특급 선수들과의 경쟁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더 높은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성장통인지 한계로 그칠지의 분기점이 여기서 갈린다. 알리나 라멜라같은 선수들이 EPL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떻게 스스로를 발전시키고 노력해왔는지를 손흥민도 참고해야 할 필요가 있다. 손흥민에게 기회는 다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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