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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가는 박병호-김현수, 이들의 '성공 조건'

[해외야구] 박병호, 20홈런이면 '본전'... 김현수, 2할8푼대 타율이면 '성공'

15.12.28 08:20최종업데이트15.12.28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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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최정상급 타자 두 명이 다음 시즌 나란히 메이저리그 무대에 도전장을 던졌다. 홈런왕 박병호(미네소타)와 타격기계 김현수(볼티모어)가 그 주인공이다. 최근 KBO 출신으로 메이저리그에서 성공적으로 연착륙한 류현진(LA)-강정호(피츠버그)의 아성을 이을 수 있을지 야구팬들의 관심이 쏠린다.

박병호의 장타력, MLB에서도 통할까

미네소타 트윈스에서 뛰게 될 박병호. 사진은 지난 10월 2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2015 프로야구 롯데와 넥센의 경기 당시 모습. ⓒ 연합뉴스


일단 두 선수 팀내 상황은 나쁘지 않다. 김현수보다 앞서 미네소타와 최대 5년 옵션 포함 1800만 달러에 계약을 맺은 박병호는 1루수와 지명타자를 번갈아 소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네소타의 1루는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인 조 마우어의 자리다. 마우어는 볼티모어가 2018년까지 1억8400만 달러의 대형 계약으로 묶여있고 팀내 입지도 탄탄하다.

지난 시즌 80경기에서 18홈런을 날리며 유망주로 평가받는 미겔 사노가 변수다. 하지만 미네소타는 다음 시즌 사노를 외야수로 전향시키는 것을 검토하고 있어서 박병호가 무혈입성할 가능성이 그만큼 커졌다. 물론 사노가 수비면에서 적응이 더딜 경우 지명타자로 회귀할 가능성이 있지만, 어떤 식으로든 박병호에게 충분한 기회가 보장될 것이라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팬들은 물론 미국 야구계의 최대 관심은 결국 박병호의 장타력이 과연 메이저리그에서도 얼마나 통할 수 있는지다. 미네소타는 올 시즌 팀 홈런이 156개로 30개 구단 중 16위에 머물렀다. 30홈런 이상을 기록한 타자가 전무했고, 20홈런 이상도 브라이언 도저(28개)-토리 헌터(22개) 정도에 불과했다. 그나마 이들도 타율은 모두 2할4푼대 이하로 저조했다. 주전 1루수 마우어는 158경기나 출전했음에도 홈런 10개, 타율 .265에 불과했다.

한국인 선수 중 단일시즌 빅리그 최다 홈런은 추신수가 2010년과 올해 기록한 22개다. 데뷔 시즌만 놓고보면 일본인 선수 조지마 겐지가 2006년에 기록한 18홈런이었다. 박병호의 목표치는 아시아 선수 데뷔시즌 최다 홈런 기록 및 한국 선수 첫 단일시즌 30홈런 돌파다.

물론 미네소타의 홈구장 타깃필드가 다소 투수친화적인 구장임을 감안하면 최소한 20홈런 이상만 기록해도 본전은 해냈다고 평가받을 수 있다. 현지 언론도 박병호의 성적에 여러 가지 변수를 거론하고 있지만, 장타력 하나만큼은 높은 점수를 주는 분위기다. 메이저리그의 경기수가 많은 데다 박병호에게 500~600타석 정도가 보장된다면 20~30홈런은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 참고로 지난 시즌 미네소타에서 팀내 최다 홈런을 기록한 브라이언 도저는 157경기에서 704타석에 올랐다.

김현수 주전 확보? 낙관은 금물

한국프로야구의 교타자 김현수가 지난 23일(현지시각) 미국프로야구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2년간 계약했다. 볼티모어의 홈구장인 오리올파크를 찾은 김현수가 지난 달 프리미어 12 대회에서 자신의 활약상이 담긴 동영상이 전광판에서 나오자 환하게 웃고 있다. ⓒ 연합뉴스


김현수는 지난 24일 볼티모어와 2년 700만 달러에 합의했다. 볼티모어는 올해 중견수로 나온 아담 존스 정도를 제외하면 외야진 구성이 불안정했다. 코너 외야수(좌·우익수)가 자주 바뀌었다. 올 겨울에는 그나마 코너 외야수로 많은 경기에 나섰던 헤라르도 파라와 스티브 피어스가 자유계약 선수로 풀렸다. 볼티모어는 최근 김현수와 함께 시애틀과 트레이드를 통해 마크 트럼보까지 영입하며 외야진을 보강했다.

트럼보의 주포지션은 우익수이지만 1루수도 소화한다. 지난 시즌 홈런왕이자 주전 1루수인 FA 크리스 데이비스와의 계약이 불발될 경우 트럼보가 1루로 전업할 가능성도 있다. 트럼보의 외야 수비가 썩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던만큼 데이비스가 잔류하더라도 포지션 문제는 볼티모어의 고민 거리가 될 수 있다.

김현수의 포지션인 좌익수에는 뚜렷하게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가 없다. 현실적으로 놀란 레이몰드 정도가 경쟁자로 평가받지만 2015시즌 61경기 출전에 타율 0.247 6홈런 20타점에 그치며 인상적인 모습은 보여주지 못했다.

쿠바 출신의 헨리 우루티아나 다리엘 알바레스도 있지만 이들은 경력이나 지난 시즌 성적면에서 김현수보다 딱히 월등한 부분이 없다. 몸값으로만 따져도 김현수의 가치가 현재까지 볼티모어 외야진에서 두 번째로 고액 연봉자일 정도다. 김현수가 첫해부터 바로 주전을 노리는 것이 불가능한 시나리오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물론 볼티모어가 아직 남은 이적 시장에서 추가로 외야 자원을 보강할 가능성도 열려 있어서 섣부른 낙관은 금물이다. 저스틴 업튼, 알렉스 고든, 요에니스 세스페데스 등 아직 시장에 많은 외야수 자원들이 남아있다.

물론 빅마켓 구단들도 관심을 보일 만한 고액연봉자이자 올스타급 선수들이라 볼티모어까지 영입 기회가 돌아올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이적이 성사된다면 포지션 중복으로 외야 경쟁의 난이도가 갑자기 확 올라갈 수도 있다. 트레이드 통한 외야진 보강 역시 가능한 선택지다.

타격 면에서 김현수는 정교함에 파워도 겸비한 중장거리형 타자다. 볼티모어 타선에 현재 절대적으로 부족한 '3할+좌타자'라는 희소성도 빼놓을 수 없다. 어떤 타순에 배치되느냐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대략 김현수가 메이저리그 첫해 꾸준한 출전 기회를 얻으며 타율 2할8푼대에 3할 중반 이상의 출루율, 15홈런 이상을 기록한다면 성공적인 연착륙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 현지 언론은 출루율이 높은 김현수가 다음 시즌 볼티모어의 리드오프나 2번 타순에 배치돼 테이블 세터로 활용될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올해 볼티모어의 주전 리드오프로 활약한 선수는 매니 마차도(타율 .286 35홈런 86타점 20도루)였다. 여기에 KBO 통산 출루율 .406를 기록한 선구안에 주루 센스와 작전 소화 능력도 나쁘지 않고, 파워까지 겸비한 김현수를 2번  타순에 조합하면 공격력을 한층 극대화시킬 수 있다.

이는 김현수가 첫 시즌부터 붙박이 주전까지는 아니더라도 활용법에 따라 충분한 출전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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