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챔피언의 고뇌' 두산의 2015년 겨울

[KBO리그] 2015 팀별 결산 ② 두산 베어스

15.12.24 11:18최종업데이트15.12.28 10:05
원고료로 응원
4위와 5위의 와일드 카드 시리즈부터 시작되는 KBO리그의 포스트 시즌. 대부분의 팀들은 한국 시리즈까지 올라오는 과정에서 많은 선수들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어 지친 상황에서 한국 시리즈를 치른다. 이러한 계단식 포스트 시즌에서 1989년 이후 한국 시리즈에 직행하지 않은 팀이 챔피언에 오르는 사례는 단 4번(1989, 1992, 2001, 2015)에 불과했다.

그중에 두산 베어스는 2001년과 2015년 두 번을 이러한 사례로 우승했다. OB 베어스에서 두산 베어스로 구단 이름을 바꾼 이후 두 차례의 한국 시리즈 우승이 모두 정규 시즌 우승을 차지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뤄낸 성과였다. 두 번 모두 준플레이오프부터 시작하여 이뤄냈다.

팀 재건 시도, 부진했던 외국인 선수들과 불펜

두산은 2013년 한국 시리즈 진출에도 불구하고 김진욱 감독을 경질했다. 2군 감독이었던 송일수를 신임 감독으로 선임했지만, 두산은 2014년 시즌 6위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고 말았다. 두산은 송일수 감독을 1년 만에 계약을 파기한 뒤 경질했으며, 프랜차이즈 초창기 포수 출신인 김태형을 신임 감독으로 선임했다.

또한 두산은 FA 시장에서 왼손 선발투수 최대어였던 장원준을 4년 84억 원이라는 초대박 계약으로 영입하며 기존의 유희관 등과 함께 왼손 투수들을 집중적으로 보강했다. 고양 원더스에서 코치로 활동하던 전설의 왼손 투수 이상훈(현 LG 트윈스 피칭 아카데미 원장)의 영입도 큰 영향을 미쳤다.

꾸준한 활약을 보여줬던 외국인 선발투수 더스틴 니퍼트가 부상으로 예년에 비해 고전했던 두산은 유네스키 마야도 노 히터 게임을 제외하고는 시종일관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게다가 잭 루츠 역시 시원한 공격력을 보여주지 못하며 외국인 선수 3명이 모두 전반적으로 부진한 시즌을 보냈다.

그러나 왼손 투수들을 집중적으로 보강했던 두산은 니퍼트가 부진했음에도 불구하고 장원준, 유희관, 진야곱, 허준혁 등 왼손 투수들의 활약으로 이 위기를 버텨냈다. 왼손 투수로만 무려 4명의 선발 로테이션을 꾸릴 수 있을 정도로 왼손 투수들이 넘쳐났다. 특히 유희관은 커리어 하이를 기록하는 눈부신 활약으로 제 2회 최동원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불펜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윤명준과 노경은 등이 마무리투수 보직에 정착하지 못했고, 후반기에 이현승이 마무리 자리에 안착했다. 결국 리그 하위권의 계투 평균 자책점으로 인하여 두산은 시즌 초반에 선두권에서 시즌 중반에 3위권까지 내려가고 말았다.

6위에서 챔피언으로, 14년 만에 이뤄낸 미라클 챔피언

그러나 두산은 특정한 한 선수가 고군분투하며 팀을 이끌어가는 것이 아니라 선수 하나하나의 기량을 합한 전반적인 전력에 있어서 만만치 않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시즌 막판까지 넥센 히어로즈와 함께 3위권 경쟁을 펼쳤고, 결국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3위를 확정지으며 준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했다.

2014년 9구단 체제까지는 준플레이오프가 포스트 시즌의 첫 번째 라운드였다. 그러나 10구단 체제가 된 2015년부터 와일드 카드 시리즈가 신설되면서 정규 시즌 3위 팀에게는 준플레이오프 홈 어드밴티지 정도가 아니라, 포스트 시즌에서 한 라운드를 건너뛸 수 있는 새로운 프리미엄이 생겼다. 게다가 와일드 카드 시리즈가 단판이 아닌 2차전까지 이어질 경우 이러한 프리미엄은 더 큰 효과를 불러올 수도 있었다.

이에 두산은 와일드 카드 시리즈 1차전에서 앤디 밴 헤켄을 써 버리느라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에이스가 등판할 수 없는 넥센을 상대하게 됐다. 게다가 넥센은 단판이긴 했지만 와일드 카드 시리즈에서 연장전까지 가는 혈투를 펼치느라 다소 지친 상태였다.

그러한 상황에서 외국인 에이스 니퍼트가 부활했다. 비록 승리투수가 되진 못했으나 부상으로 부진했던 정규 시즌에서의 모습이 아니라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온 니퍼트는 결국 팀이 승리할 수 있는 발판을 놓았다.

두산은 넥센의 에이스 밴 헤켄이 등판한 3차전을 내주었다. 그리고 4차전에서도 6회까지 무려 7점 차로 뒤지고 있었다. 2013년 준플레이오프에서 리버스 스윕으로 넥센을 꺾었던 두산은 반대로 리버스 스윕을 당할 위기였다. 그러나 두산은 9회초에만 6득점하는 무시무시한 집중력을 선보이며 기적의 역전승을 일궈내고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두산은 여세를 몰아 1차전에서 NC 다이노스를 7점 차로 잡아냈다. 포스트 시즌에서 부활했던 니퍼트는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완봉승을 거뒀다. 니퍼트의 활약으로 두산은 그 어떠한 선수도 교체하지 않고 1차전을 끝내며 전력도 아꼈다.

그러나 두산은 2차전에서 장원준의 호투에도 불구하고 NC의 재크 스튜어트의 완투에 눌리며 2차전을 내줬다. 심지어 3차전에서는 최동원 상 수상자였던 유희관이 초반에 무너지며 무려 14점 차의 대패를 당했다.

그러나 두산에게는 니퍼트가 있었다. 니퍼트는 1차전 완투(114구)에도 불구하고 3일 휴식 후 등판이라는 살신성인의 자세로 위기에 빠졌던 두산을 구해냈다. 그리고 시즌 내내 꾸준한 활약을 보였던 장원준이 2차전에 이어 5차전에서도 호투하며 끝내 한국 시리즈 진출을 이뤄냈다.

플레이오프에서 5차전까지 가는 풀 게임 시리즈를 치르느라 지쳤을 법도 했다. 그러나 한국 시리즈에서 상대해야 할 삼성 라이온즈에 악재가 터졌다. 해외 원정 도박 의혹으로 인하여 선발(윤성환), 불펜(안지만) 그리고 마무리(임창용)까지 각 보직별 주축 선수들이 빠져 버린 것이다.

그래도 삼성은 1차전에서 치열한 접전 끝에서 승리하며 만만치 않은 모습을 보이는 듯했지만 거기까지였다. 2차전에서 니퍼트는 포스트 시즌 연속 무실점 기록을 이어가면서 분위기를 다시 잡아왔다. 그리고 나머지 경기를 두산이 내리 승리하면서 사실상 압도적인 분위기로 시리즈를 마무리했다.

우승의 기쁨은 잠시, 다음 시즌을 생각하면 근심

그러나 챔피언 등극의 기쁨도 잠시였다. 바로 프리미어 12를 치른 뒤 FA 시장이 열렸지만, 두산은 FA 시장에서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FA 대상자였던 3명 중 김현수는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계약했다. 주장이었던 오재원과는 4주 기초 군사 훈련이 끝난 뒤 이제 막 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고영민과는 아직 구체적인 협상을 진행하지 않고 있다. 외부 FA 영입 선수는 없었다.

FA가 아니더라도 아직 FA 자격이 되지 않은 저연차 선수들과의 연봉 협상도 쉽지는 않다. 선수들은 한국 시리즈 챔피언 등극에 대한 공로를 어느 정도 인정해주길 원하고 있다. 그러나 구단의 입장에서는 포스트 시즌에 대한 보상은 우승 배당금과 보너스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사실 이렇게 된 배경에는 모기업 두산인프라코어의 상황이 겹쳤다. 모기업이 대규모 구조조정이라는 상황에서 희망퇴직 논란까지 일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야구단 선수들의 연봉을 너무 큰 폭으로 올렸다가는 불황인 경제 상황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

다른 팀의 FA 대어들 중 총 규모 80억 원을 넘긴 선수만 3명(박석민, 정우람, 김태균)이며, 최근 기량이 하락하는 모습이었던 손승락(현 롯데 자이언츠)도 60억 원을 받았다. 게다가 오재원은 훈련소에 입소하느라 일단 협상 자체를 진행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오재원이 퇴소하는 시점에 FA 시장은 사실상 문을 닫는 분위기로 바뀌고 말았다.

다른 팀들이 사실상 외부 영입을 마무리지은 가운데 오재원이 다른 팀으로 갈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게다가 오재원의 포지션인 2루수에는 각 팀별로 자원이 여유가 있는 편이다. 한화에는 몇 년 전 FA로 영입한 정근우가 있으며, 넥센에는 안타왕 경력의 서건창이 있다. 야마이코 나바로와 재계약을 포기하는 분위기의 삼성도 외부 영입 가능성은 적다.

게다가 두산은 아직 니퍼트와의 계약 협상도 마무리짓지 못했다. 비록 정규 시즌에서 부진했지만 포스트 시즌에서 3승 무패 평균 자책점 0.56으로 컴퓨터 게임에서나 낼 수 있는 압도적인 기록을 남긴 니퍼트는 두산의 전력에서 없어서는 안 될 선발투수다. 설상가상으로 니퍼트의 에이전트는 류현진(로스앤젤레스 다저스)과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의 에이전트이기도 한 그 유명한 스캇 보라스이다.

다만 니퍼트가 두산에 남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는 점은 협상에 있어서 안심이 되는 상황이다. 니퍼트는 한국인 여성과 결혼을 준비하는 중으로 한국에 남을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다만 올 시즌 외국인 역대 최대 규모인 150만 달러의 연봉을 갱신할 가능성은 적다. 포스트 시즌에서 압도적이었지만, 부상으로 인해 정규 시즌에서 부진한 탓이 컸다.

NC와 kt 위즈의 창단으로 2차 드래프트 제도가 신설된 뒤 KBO리그 10개 구단의 각 전력이 점차 평준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그나마 현재까지 두산의 출혈은 김현수 뿐이다. 김현수의 존재가 두산의 전력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그래도 다른 몇몇 구단에 비하면 출혈은 적은 편이다. 챔피언 등극 후 난관에 봉착한 두산이 이번 겨울에 여러 가지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지 지켜보자.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KBO리그 KBO리그팀별결산 두산베어스 두산겨울과제 두산연봉협상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