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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이자 엄마인 그녀, PD이자 DJ로 나선 사연

[인터뷰] SBS 올드 팝 전문 라디오 <스위트 뮤직 박스>의 송경희 PDJ

15.11.30 18:56최종업데이트15.11.30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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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J는 프로듀서(Producer)와 디제이(DJ)의 줄임말로 라디오 프로그램의 제작과 진행을 함께 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우리나라에도 방송사의 상황에 따라 이런 PDJ들이 가끔 활동을 펼쳐왔다. SBS 라디오의 대표 프로그램으로 한때 높은 인기를 누렸던 <스위트 뮤직 박스>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송경희 프로듀서는 지난 7월 말부터 DJ가 되어 청취자들을 만나고 있다.

15년 넘게 라디오 프로듀서로 여러 프로그램을 제작 연출해 온 베테랑이지만, 올여름 입사 20년 만에 처음으로 라디오 스튜디오의 마이크 앞에 앉았다. 청취자들을 위해 이야기와 노래를 자신의 목소리로 전했던 송경희 PDJ를, 지난 27일 밤 생방송에 들어가기 전 만날 수 있었다.

PD 겸 DJ의 데뷔 "첫날 빼고는 긴장 안했다"

지난 27일, 방송에 들어가기 전 송경희 PDJ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베테랑 연출자에서 초보 DJ가 된 그녀는 애청자들과 소통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 중이다. ⓒ 이종성


- 언제부터 PDJ로 방송을 시작했나?
"연출자와 DJ로 <송경희의 스위트 뮤직박스>를 맡게 된 것은 올해 7월 20일부터다. 넉 달이 조금 지났다. SBS 라디오의 경우 1998년 외환위기 시절 제작비 절감을 위해 몇몇 선배와 동료 프로듀서들이 주로 새벽 시간에 DJ로 나선 것이 그 시작이었다. 2000년대 초반 이후 오랜만에 PD 겸 DJ로 프로그램하게 된 것이다."

- DJ를 하겠다는 결심, 쉽지 않았을 것 같다.
"함께 프로그램을 해나가던 아나운서가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다. 당시 회사에서는 팟캐스트를 비롯한 뉴미디어 시대의 홍수 속에서 어떻게 보면 '정체된 매체'라고도 볼 수 있는 라디오의 새로운 시도를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음악을 좋아하고 프로그램 제작을 해 온 프로듀서가 경험과 연륜을 바탕으로 마이크 앞에서 청취자들과 만나는 게 어떻겠냐는 권유를 SBS 라디오국 센터장이 해주셔서 걱정도 있었지만, DJ를 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대학교 때 방송국 아나운서로 학교생활을 병행했는데, 학창시절 생방송으로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좋은 기억들이 내 마음을 움직였다. (웃음)"

- 스튜디오 안에서 DJ로 방송에 임했던 첫 주를 떠올려 본다면?
"생방송을 시작한 첫날을 제외하고는 별로 긴장하지 않았던 것 같다. 아무래도 아마추어였지만 라디오 방송을 진행했었던 예전 경험, <스위트 뮤직 박스>를 상당 기간 연출한 것 등이 내겐 큰 도움이 되었다. 빨리 긴장과 불안감을 잊고 편안하게 DJ 자리에 앉을 수 있어 좋았다. (웃음)

물론 내가 마이크를 통해 전하는 멘트 하나하나가 얼마나 중요한지 매일 신경을 쓴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프로그램은 'DJ의 색깔' 보다는 '음악의 색깔'이 더 중요하다. 작가분들과 더불어 '좋은 음악을 들려드리자!'라는 마음으로 방송제작을 해나가는 중이다."

- 제작만 하다가 진행도 겸하면서 느끼게 된 차이점은?
"프로그램을 제작할 때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부분인데, 처음 며칠간은 진행하면서 시간 배분이 잘 안됐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생방송이라 실시간으로 변하는 상황을 프로그램에 자연스럽게 반영될 수 있게 해야 하는데, 하루하루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기술적인 요소는 나를 포함한 모든 진행자분이 해결해 나가는 듯하다.

프로그램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도를 높여 완성도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 PDJ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싶다. 선곡된 노래의 분위기나 순서 또는 청취자들이 보내주신 사연에 따라 진행자의 목소리 톤이나 전하는 이야기가 달라져야 하는데, PD로서 진행자에게 의견을 전달할 때와 내가 직접 멘트를 하게 되면서 많은 차이점을 느끼고 알게 됐다. 여전히 배우고 느끼고 알아나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 <스위트 뮤직 박스>는 SBS의 장수 프로그램이라 중압감이 컸을 것 같다.
"부담감이 없을 수 없다. 그래도 2000년 3월 라디오 센터로 근무부서를 옮긴 후 <스위트 뮤직 박스>를 3번이나 연출을 했다는 점이 프로그램에 대한 애정과 관심으로 이어졌다. 진행자로서도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이겨내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

한때 <스위트 뮤직 박스>가 SBS Power-FM의 자정 시간대 프로그램으로 청취율 1위를 기록하며 많은 사랑받았던 적이 있다. 당시 담당 PD를 맡기도 해서 <스위트 뮤직 박스>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SBS 라디오'하면 바로 떠올릴 수 있는 대표 프로그램으로 계속 청취자분들과 만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많은 분이 기억하는 <스위트 뮤직 박스>와는 많이 달라진 것 같다.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선곡 중심의 가요 프로그램으로 기억하실 거다. 시간대와 주파수를 옮기면서 1970년대와 1980년대 중반에 발표된 '추억의 올드 팝'을 주로 방송하고 있다. 1960년대와 1990년대 초반 팝음악도 가끔 들려드리고 있지만, 1970·1980년대 노래를 즐겨 들어온 분들을 주요 청취자로 프로그램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다양한 장르의 곡들을 들려 드리기보다는 항상 편안하게 즐겨 들어왔던 노래들을 전해드리면서 고단했던 하루의 피로를 조금이나마 덜어 드릴 수 있었으면 한다."

- 방송국 내 프로듀서, 아나운서 등 동료들의 반응은 어떤가?
"선배, 동료보다 후배가 많아서인지 나쁜 소리는 전혀 안 하고 좋은 이야기만 해준다. (웃음) 회사에 들어와서 처음으로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을 하는 경우여서 '처음치고는 잘하네!'란 말을 많이 들었다. 그런데 몇 개월 DJ로 방송진행을 해 왔는데 똑같은 평가를 계속해서 들으면 안 되는 것 아닌가? 나아지고 발전해나가려고 나름 노력을 계속하는 중이다."

"나 또한 동시대를 살아가는 직장인이자 엄마"

PD이자 DJ로 활동하고 있는 송경희. 그녀는 지난 7월부터 마이크를 잡고 청취자들을 만난다. 사진은 SBS <스위트 뮤직 박스> 홈페이지 갈무리. ⓒ SBS


- 그렇다면 DJ 송경희 진행의 매력은 무엇인가?
"진심으로 청취자분들에게 다가가려는 점이 아닐까 싶다. 청취자분들의 여러 사연을 전하고 이야기를 나눌 때, 스피커를 통해 듣게 되는 내 목소리에 따뜻함과 진솔함이 담겨 있는지 아닌지 그분들도 잘 아실 거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진행자의 음성에 그날의 기분과 상황이 다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거짓되지 않고 솔직하게 프로그램 애청자들과 소통하려는 점을 무척 좋게 봐주시는 것 같다.

그리고 직접 원고도 쓰고 선곡도 하는 'Song PD의 선택'이란 코너로 <스윗 뮤직 박스> 가족들과 마음을 나누고 있다. 오늘 하루 있었던 소소한 일이나 옛 추억을 담은 이야기와 노래로 진솔하게 다가가니 나 역시 소박하고 따뜻한 행복함에 취한다."

- 동시간대 다른 프로그램들과 차별화된 점이 있다면?
"군더더기 같은 멘트, 듣는 이들에게 설명하려는 것을 가능한 배제 하고 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약간은 늦은 시간, 퇴근길에 나선 분들에게 음악으로 피로와 휴식을 드리려 한다. 말보다는 좋은 음악을 많이 들려드리는 라디오 프로그램임을 강조하고 싶다. (웃음)"

- 게스트 코너가 있다면 어떤 분들을 초대하고 싶은지?
"만약 게스트 코너가 생긴다면 글을 쓰시는 작가분들을 초대하겠다. 2003~2004년에 걸쳐 1년간 김영하 작가가 진행했던 <책하고 놀자>란 프로그램을 연출했다. 그 당시 다양하면서도 소중한 경험을 많이 했던 기억이 떠올라 좋은 코너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스위트 뮤직 박스>는 청취자들에게 추억을 되새길 수 있는 가교 구실도 한다. 예전에 즐겨 봤던 영화와 그 속에 담긴 음악 이야기를 전해 줄 수 있는 분들도 가끔은 초대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 라디오 방송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나?
"청취자분들에게는 평안과 휴식을 주는 집과 같은 매력을 주는 곳이 바로 라디오가 아닐까 생각된다. 나에게 라디오 방송은 매일 밤 1시간 30분 동안 '나만의 시간을 오롯이 누릴 수 있는 행복한 공간'을 제공한다. 가정과 직장생활을 병행하는 경우 즐겁고 보람된 일도 많지만 고단한 일상으로 다가설 때도 잦다.

비록 직장 내 주어진 공간이지만, 월요일부터 금요일 오후 8시 30분부터 10시까지 작지만 포근한 생방송 스튜디오에서 지내는 시간이 정말 소중하고 매력적이다."

- 어떤 PDJ로 기억되길 바라나?
"나 또한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직장인이자 엄마다. 많은 여성분이 '일상의 생활에 함몰된 삶'의 틀을 벗어나 새로운 일을 향한 도전과 자기 자신을 위해 노력하려 한다. 내가 여기에 자극과 용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롤 모델'로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다."

○ 편집ㅣ곽우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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