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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성남은 이겼는데... 닮은꼴 인천은?

[임형철의 축구 칼럼 : FA컵 결승 프리뷰 ②] 창단 첫 우승 노리는 인천

15.10.30 10:10최종업데이트15.10.30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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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인천, 오는 31일 FA컵 결승전에서 맞붙게 될 두 팀의 전력 차는 상당하다. 아드리아노, 오스마르, 차두리 등 스타 선수들이 즐비한 서울에 비해 인천은 많은 부분에서 열세에 놓여있다.

올 시즌 서울을 상대로 한 번도 승리를 챙기지 못한 것과 이번 결승전이 서울의 홈에서 열린다는 사실도 인천에는 불리하게 작용한다. 시민구단의 돌풍을 보여주겠다는 각오의 인천이지만, 창단 첫 우승을 가로막는 마지막 관문이 유독 어렵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들이 위축될 필요는 없다. 지금까지 2015 FA컵에서 실점 없이 전경기를 마친 만만치 않은 팀 전력을 무시할 수 없고, 디펜딩 챔피언 성남과의 묘한 평행이론도 희망으로 작용한다. 창단 첫 FA컵 우승과 함께 ACL(아시아축구연맹) 진출을 노리는 인천의 염원은 과연 이루어질 수 있을까?

#1. 위기를 기회로, 기적의 2015

인천 유나이티드 선수들이 전남과의 FA컵 4강전 경기 종료 후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 대한축구협회


인천의 2015 시즌은 기적이다. 인천시의 재정이 어려워져 구단 운영비가 대폭 삭감됐다는 소식이 전해질 때만 해도 그들의 2015년은 험난할 것으로 점쳐졌다. 박태민, 남준재, 이석현, 문상윤 등 지난 시즌의 주전 선수들은 대다수 팀을 떠났다. 선수단 동계훈련이 미뤄진 마당에 뒤늦게 선임된 김도훈 감독도 감독 경험이 전혀 없는 초보 감독에 불과했다.

하지만 외부에서 이들을 흔들수록 오히려 내부는 더욱 단단해졌다. 하나가 된 선수들은 매력적인 하나의 팀을 완성하는 데 성공했다. 김도훈 감독의 늑대축구는 시즌 내내 굳건한 모습을 보였고, 비록 그룹 A 진출엔 아깝게 실패했으나 FA컵에서는 더 좋은 분위기를 이어갔다.

32강부터 부천 FC, 천안시청, 제주 유나이티드를 무실점으로 격파한 인천은 준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준결승에서는 연장전에 터진 윤상호의 원더골과 케빈의 쐐기골에 힘입어 전남을 2-0으로 완파했다. 그리고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FA컵 결승행을 확정 지었다.

#2. 지난 대회 우승, 성남과 평행이론

최근 인천은 리그에서 4경기 연속 무승(2무 2패)을 거두며 부진한 흐름을 보여줬다. 결승을 최상의 분위기에서 치르고 싶었던 인천에게 불안 요소가 아닐 수 없다. 하필 상대인 서울이 최근 리그 4경기를 3승 1무로 치렀다는 걸 생각하면 더 그렇다. 결승에서 만난 두 팀의 최근 분위기는 극과 극이다.

하지만 인천은 단판으로 치러지는 결승전에서 얼마든지 반전을 일으킬 수 있다. 같은 시민구단인 성남의 사례가 그들에겐 희망이다. 지난 시즌 성남은 서울과의 FA컵 결승전 전까지 5경기 연속 무승에 시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리그에서의 부진을 FA컵에 총력을 기울이는 걸로 만회하려 노력했고, 상대에 대한 맞춤 전술로 승부차기까지 끌고 가는 데 성공해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인천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아쉽게 떨어진 그룹 B에서의 남은 경기는 큰 의미가 없는 상황에서 올 시즌의 결말은 FA컵 결승 단 한 경기에 달렸다. 모든 역량을 집중하는 만큼 어떠한 결과가 나올지 알 수 없다.

이 밖에도 지난 시즌 성남과 올 시즌 인천은 공통점이 많다. 서울과의 시즌 전적도 똑같다. 지난 시즌 성남은 리그에서 서울과 만난 3경기에서 1무 2패로 열세였고, 올 시즌 인천도 1무 2패로 나란히 열세에 놓여있다.

서울 월드컵경기장에 대한 부담을 안고 있는 상태에서 결승을 치르게 된 점도 똑같다. 인천은 2004년부터 9년 동안 서울 원정에서 징크스를 앓고 있다. 2013년 3월 9일 3-2 승리를 거두면서 13경기 연속 무승을 간신히 깨트렸다. 하지만 이후 있었던 6경기에서 1무 5패를 기록하며 부진이 길어지고 있다.

성남은 2008년 이후 6년 넘게 서울 원정 징크스(이 징크스는 2015년 9월 23일 성남이 1-0으로 승리하면서 깨졌다)를 앓고 있었다. 두 팀 모두 원정에 대한 심리적 부담을 안은 채 결승전을 치르게 된 점은 다를 게 없다.

인천과 성남의 '평행이론' 완성 여부는 이제 결말에 달렸다. 무서울 만큼 같은 과정을 밟은 이 두 팀은 과연 결말까지 똑같을까? 그리하여 '평행이론'을 증명할 수 있을까?

#3. 김원식-김동석의 부재, 김도훈 감독의 해법은?

시즌 내내 중원을 지켜온 김원식과 김동석의 부재로 김도훈 감독은 골치를 앓고 있다. 김원식과 김동석은 전 소속팀 서울에서의 이적 과정에서 맺었던 '서울전 출전 금지 조건'으로 인해 이번 경기 결장이 확정됐다.

그동안 김원식은 팀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맡으며 스리백 수비(수비 시에 김원식이 내려오며 중앙 수비 3명의 형태를 갖추는 방법)와 빌드업에서 많은 역할을 했다. 후반기부터 주장 완장을 찼던 김동석도 중원의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릴 수 있는 자원이다.

두 선수의 빈자리, 그 중에서도 대체자가 없는 김원식의 공백이 큰 문제다. 현재까지 김원식을 대신해 출전이 유력할 것으로 점쳐진 선수는 김진환과 이슬기다. 단 이슬기는 올 시즌 리그에서 1경기 출전에 그쳤기 때문에 경기 감각이 발목을 잡고 있고, 올 시즌 20경기를 소화한 중앙 수비수 김진환의 출전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김도훈 감독이 스리백을 꺼내들 가능성도 있다. 비록 그룹 A 진출의 향방을 갈랐던 성남과의 경기에서 돌연 스리백을 꺼내 든 것이 패인이 됐지만, 김원식의 빈자리를 대체하기 위해선 고민해봐야 할 선택지다.

중앙 수비수 한 명을 늘리면서 전술적으로 김원식의 빈자리를 메울 수 있는 데다, 수비에 무게 중심을 둔 채로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펼칠 수도 있다. 어떤 선택이 그들의 대안이 될지는 미지수지만, 김도훈 감독의 선택에 따라 이번 FA컵 결승전의 모든 흐름이 정해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명 인천의 '비상 시즌'이라 불리는 2005년, 꼴찌로 예상됐던 인천 유나이티드는 장외룡 감독의 리더십을 필두로 기적을 일으키며 리그 준우승이라는 값진 성과를 일궈냈다. 이들이 만들어낸 이야기는 다음 해 다큐멘터리 영화로 만들어져 많은 사람에게 잊지 못할 감동을 안겼다.

10년이 지난 2015년 10월, 그들은 다시 많은 이들이 주목하는 결승 무대에 올라섰다. 그들은 또 한 번의 비상을 해냈고, 두 번째 비상은 행복한 결말로 끝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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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blog.naver.com/stron1934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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