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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취대' FC서울, 2년 연속 실패는 없다

[임형철의 축구 칼럼 : FA컵 결승 프리뷰 ①] 더 강해진 그들의 '재도전'

15.10.29 16:01최종업데이트15.10.29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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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취대' 작은 것을 버리고 큰 것을 취하라. 지금 서울의 상황과 딱 들어맞는 말이다. 전북전을 0-0 무승부로 마치면서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아래 ACL) 진출을 노리는 서울의 남은 리그 일정은 더욱 험난해졌다.

오는 31일 열리는 FA컵 결승전을 마친 뒤 수원과의 슈퍼매치가 홈 경기로 예정되어 있고, 이후 제주-포항 원정 2연전에 나서야 한다. 3위 안에 들기 위해 포항과 수원을 쫓아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는 서울로서는 남은 3경기에서 최대한 많은 승점을 획득하는 것이 절실하다. 결국, 험난한 리그 3경기보다는 FA컵 한 방에 모든 것을 거는 게 매우 중요해졌다.

지난 시즌 결승전에 올랐을 때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험난했던 리그에 비해 FA컵 우승으로 ACL 진출을 확정할 가능성이 컸던 서울은 홈에서 성남을 만나 승부차기 끝에 패하며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다행히 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오스마르의 뒤늦은 결승 골과 포항을 꺾어준 수원의 도움에 힘입어 극적으로 ACL 진출에 성공했지만, 트로피의 빈 자리가 아쉽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지난 시즌은 무언의 '방심'으로 트로피를 놓쳤다고 한다면, 올 시즌은 지난 번의 실패를 교훈 삼아 더욱 전력을 다해야 한다. 자칫 2년 연속으로 우승에 실패하면, 트로피와 함께 팬들의 인내심도 놓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후반기에 살아나는 서울과 막강 화력의 공격진

올 시즌도 서울의 흐름은 여느 때와 같았다. 초반엔 하위권에 쳐지며 부진하다가 중반기부터 살아날 조짐을 보인 뒤, 후반기에 완전체가 되어 어느새 상위권 자리로 복귀했다. 시즌 전부터 예고됐던 포백 전술로의 변화는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결국 수원전 1-5 대패 후 팀은 스리백으로의 복귀를 선언했고, 최용수 감독이 거액의 중국 장수행 제의를 거절하며 서울에 잔류할 것을 결정하면서 팀 분위기가 전환되기 시작했다. 중반기부터 상승세를 타며 본격적인 제자리 찾기에 나섰다.

여름 이적 시장에 영입한 다카하기와 아드리아노로 공격진을 완전히 바꿔놓는 데 성공한 서울은 올 시즌 부활의 조짐을 보였던 몰리나의 왼발까지 터지기 시작해 막강 화력의 공격진을 갖췄다.

스리백을 통한 안정된 수비에 공격진의 화력까지 더해지면서 팀은 리그 순위를 4위까지 끌어올렸고, FA컵에서는 경주 한수원, 화성 FC, 포항 스틸러스, 울산 현대를 차례로 꺾고 2년 연속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준결승전 MOR, 결승에서도 중심이 될 다카하기

울산과의 준결승에서 1골 1도움을 올려 2-1 승리에 견인한 다카하기는 4강전 최우수 선수에 선정되는 영광을 누렸다. 뛰어난 실력을 보유하고 있는 그는 특히 빈 공간을 보고 한 번에 찔러주는 킬 패스 능력이 일품이다.

상대 진영에서도 빌드 업에 능한 그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한다면 상대 팀의 밀집수비도 효과적으로 뚫어내는 것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다카하기도, 팀도 아직은 완전한 적응을 마쳤다고 보기는 어려울 듯하다. 공격적인 재능이 뛰어난 다카하기는 팀에서 공격과 수비 모두에 가담해야 하는 중앙 미드필더를 맡고 있어 생각보다 더 많은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문제는 그로 인해 다카하기의 장점이 폭발적으로 발휘되지 않는 경기가 종종 나타났고, 다카하기의 기복이 생기면 팀의 공격력도 저하되는 연쇄 작용이 우려된다는 점이다. 지난 25일 열린 전북전에서 다카하기의 공격 전개 패스는 대부분 불발됐다. 이로 인해 서울의 화력은 이전 경기보단 확실히 잠잠해졌다.

역으로 울산을 상대한 준결승에서는 울산의 수비진이 다카하기를 틀어막지 못한 탓에 결정적인 상황에서 그의 장점이 폭발적으로 발휘됐다. 인천과의 결승전에서 다카하기의 킬 패스는 상대의 밀집수비를 뚫을 수 있는 최고의 무기가 될 수 있다. 이번 결승전에서 다카하기의 활약 여부는 매우 중요할 것으로 점쳐진다.

'차.두.리' 이름 석 자로 충분한 서울 선수들의 동기부여

지난 시즌 서울이 우승을 놓친 이유 중 하나는 방심이었다. 전북이 아닌 성남이 결승 상대로 확정되자 선수들은 팀 버스에서 환호했고, 이 장면이 담긴 영상은 되려 상대 선수를 자극해 부정적인 결과만 낳았다. 승부차기에서도 오스마르와 몰리나의 킥을 예측한 상대 팀보다 준비가 덜 된 모습이었다. 결국, 그로 인해 받게 된 준우승이라는 벌은 매우 썼다.

그러나 올 시즌은 순간의 방심도 허락되지 않는다. '차.두.리'라는 이름 석 자만으로 팀은 강력한 동기부여를 얻었다. 차두리는 올 시즌을 끝으로 선수 생활 은퇴를 앞두고 있다. 셀틱 시절을 제외하면 유독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던 그이기에, 이제는 팀으로서 차두리와 동료 선수들이 그의 행복한 마지막을 위해 함께 뛰어야 할 때다.

차두리는 언제나 팀의 에너자이저였다. 적응기였던 2013년 초반까지만 해도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으나 적응을 마친 후 서울의 측면 수비, 공격에 대한 모든 걱정을 덜어줬다. 건재했던 폭발적인 오버래핑과 함께 그는 리그 최고의 풀백 자리를 지켰고, 존재만으로 팀의 공격 옵션으로 작용했다.

관중을 불러모을 수 있는 팀 내 최고의 스타였음과 동시에 좋은 선배였다. 늘 웃고 있는 그의 표정이 말해주듯 팀에 긍정적인 분위기를 전파하며 동생들을 이끌었다. 우승을 위해 차두리도 열심히 뛰어야 하지만, 떠나는 선배를 위해 그와 함께한 동생들이 한 발짝 더 뛰어주는 모습을 보고 싶은 건 당연하다.

특히 경고 누적으로 인해 다음 슈퍼매치에서 차두리의 결장이 확정되면서 이번 FA컵 결승전이 차두리가 서울 유니폼을 입고 뛸 수 있는 마지막 홈경기가 됐다. 결승전 한 경기에 우승 외에도 특별한 의미가 걸려있는 셈이다. 작년보다 더 강한 동기 부여적 요소가 서울 선수들과 함께 하고 있어 이전과 같은 방심은 절대 허락되지 않는다.

서울에는 인천이 수월한 상대로 느껴질 수 있다. 올 시즌 상대 전적에서는 2승 1무로 우위를 점했고, 홈에서 열린 경인 더비에서도 6경기 연속 무패를 달리고 있다. 선수들 개개인의 기량도 우세한 데다 김동석, 김원식이 빠져야 할 인천에 비해 주전 선수들의 공백도 없다.

모든 면에서 유리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2년 연속 실패를 피하기 위해선 상대와 관계없이 모든 것을 쏟아 부을 준비가 되어야 한다. 결국, 우승컵 앞에선 모두가 같은 출발선에 놓여있다. 정신력에서 밀리면 이 싸움이 어찌될지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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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blog.naver.com/stron1934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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