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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비극... 황선홍 감독의 외국인 선수 잔혹사

[임형철의 축구 칼럼] 2% 아쉬운 명장 황선홍, 용병과의 악연 언제 끊나

15.10.12 15:01최종업데이트15.10.12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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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수들 살피는 황선홍 감독 지난 2014년 11월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성산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FC서울과 포항스틸러스의 경기. 경기 시작에 앞서 포항스틸러스 황선홍 감독이 그라운드의 선수들 모습을 살피고 있다. ⓒ 연합뉴스


포항의 유명한 팀 컬러 중 하나는 '쇄국 축구'다. 모기업의 재정악화로 인해 지난 2년 동안 국내 선수만으로 팀을 꾸렸음에도 상위권을 유지한 게 이 별명의 이유다. 더불어 최근 5년간 포항은 유독 외국인 선수와 인연이 없기도 했다. 2011년, 포항으로 이적해 맹활약을 펼쳤던 모따와 아사모아를 제외하면 올 시즌 영입한 외국인 3인방까지 모두 아쉬운 평가가 이어졌다.

어느덧 포항 감독 5년 차에 접어든 황선홍 감독 역시 전 소속팀인 부산 아이파크 재임 시절부터 외국인 선수와 인연이 없기로 유명했다. 어쩌면 우리가 아는 포항과 외국인 선수들의 악연은 포항이 아닌 황선홍 감독이 진짜 주인공일지도 모르겠다. 2012년 FA컵 우승, 2013년 K리그 클래식과 FA컵 더블을 달성하며 명장 반열에 오른 황선홍 감독이지만, 외국인 선수와의 질긴 악연은 도무지 끊질 못하고 있다.

황선홍 감독에게 남는 2%의 아쉬움은 과연 언제쯤 해소될 수 있을까?

'8년 차 감독' 황선홍을 거쳐 간 수많은 외국인 선수들

2008~2010년 부산 아이파크 외국인 선수 기록 ⓒ 임형철


황선홍 감독과 외국인 선수의 질긴 악연은 그가 프로팀 감독을 맡은 첫해인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감독 경력의 시작부터 외국인 선수의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득점력을 기대했던 브라질 공격수 소우자와 헤이날도는 시즌 내내 한 골도 넣지 못했다. 여름에 합류한 구아라는 7경기 2골 1도움을 기록했으나, 그 다음해 치명적인 부상을 당해 별 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다.

수비수 파비오와 수비형 미드필더 핑구만이 각각 15경기, 24경기를 소화하며 제 역할을 해냈다. 특히 파비오는 다음 해에도 10경기 출전에 나서는 등 황선홍 감독 아래에서 2년 이상 준수한 활약을 펼친 몇 없는 외국인 선수로 통한다.

2009년에는 이전 시즌 제주에서 27경기 10골 2도움을 기록한 호물로를 영입해 주전 공격수로 활용했지만, 그 역시도 28경기 6골 1도움 활약에 그쳤다. 2010년 여름에 추가로 영입한 펠리피도 세 골을 넣었을 뿐이다. 6강 플레이오프 진출, FA컵 우승을 노리며 순탄 대로를 가는 듯했던 부산의 2010 시즌은 아쉬운 결과만 남았다.

시간이 지나도 팀에 녹아들지 못했던 펠리피, 기대와는 달리 부상 후유증에 시달리며 두 번째 시즌 3경기 1골에 그친 호물로 등 외국인 선수들의 부진이 원인이었다. 팀은 6강 플레이오프 진출 실패, FA컵 준우승을 거두며 시즌을 마무리했다.

2011년 포항 감독으로 부임한 뒤에는 리그 최고의 외국인 공격수 중 한 명인 모따와 가나 국가대표 출신의 아사모아가 새롭게 합류하여 각각 31경기 14골 8도움, 31경기 7골 5도움을 기록했다. 특히 두 선수는 전반적인 플레이 자체가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같은 시즌 타깃형 스트라이커 역할을 기대했던 슈바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결국 15경기 6골 3도움 활약에 그치고 만다. 그 다음해 포항은 마음껏 쓰지 못한 슈바를 눈물을 머금고 떠나보내기로 결심한다.

2012년에도 아사모아는 30경기 6골 1도움을 거두며 꾸준한 활약을 이어갔으나 시즌 후반기부터 나이로 인한 노쇠화 징후에 사생활 문제까지 겹쳐 팀을 떠나야 했다. 새로 영입한 조란과 지쿠도 오랜 부진에 빠졌다. 중앙 수비수 조란은 15경기에 출전했지만, 잦은 부상으로 인해 김원일과 김광석에게 자리를 완전히 빼앗겼다. 비싼 몸값을 지급하며 영입한 지쿠도 느린 발로 인해 오히려 포항의 공격 템포를 끊는다는 지적만 받으며 그 해 여름 쓸쓸히 강원으로 떠났다.

반강제적으로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지 못한 2013·2014년을 지나 2015년에도 황선홍 감독과 외국인 선수의 악연은 이어지고 있다. 최전방 공격수 라자르는 좋은 연계 능력을 지녔으나 소극적인 마무리가 아쉽고, 아직도 데뷔 골이 없다. 22경기 4골 3도움을 기록한 티아고는 수준급의 왼발 능력을 지녔지만, 플레이 패턴이 단조롭고 팀플레이가 약하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2014년 가을에 계약해 올 시즌부터 K리그 무대를 누빈 이청용의 옛 동료 안드레 모리츠도 결국 실망만 남긴 채 여름 중 인도 리그로 임대를 떠났다. 이제 리그 5경기만을 앞둔 시점에서, 사실상 올 시즌 영입한 외국인 3인방도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이어지는 실패, 황선홍 감독에게 남는 2%의 아쉬움

2011~2015년 포항 스틸러스 외국인 선수 기록 ⓒ 임형철


우리 기억에 깊게 박힐 정도로 황금기를 누렸던 팀은 모두 그 시기에 빼어난 활약을 남긴 외국인 선수가 있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2009년 첫 리그 우승 이후 어느덧 4회째 리그 우승을 노리고 있는 전북은 사실상 2000년대 후반부터 활약한 루이스와 에닝요가 팀의 황금기를 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0·2012년 리그 우승 2회를 차지했던 FC서울도 몰리나, 제파로프, 아디, 데얀, 에스쿠데로 등 수준급의 외국인 선수들이 중추를 이루고 있었다. 한국 선수들과는 다른 플레이 스타일과 개성을 지닌 외국인 선수의 존재는, 각 팀의 감독들이 더욱 다채로운 축구를 구상할 기회를 제공해준다. 외국인 선수의 부진과 공백은 그만큼 한 팀의 전력에 있어 치명적이다.

사실 황선홍 감독과 외국인 선수의 오랜 악연을 황선홍 감독에게만 문제 삼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선 지금까지 소개한 외국인 선수들이 모두 황선홍 감독의 의사대로 영입된 선수들이 아니다.

또한, 황선홍 감독에게 선수 보는 눈이 없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하기엔, 포항에서 외국인 선수의 공백을 유스 출신 선수로 대체하며 수많은 선수를 키워낸 감독이 바로 황선홍이라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그렇기에 왜 황선홍 감독이 유독 외국인 선수들과 질긴 악연에 시달리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어쩌면 정말 불운일지도 모른다.

황선홍 감독은 단연 한국 감독 중 명장 반열에 오를 만한 감독이다. 아직은 부족한 점이 있다고 쳐도, 앞으로 충분히 팀의 잠재력을 이끌어낼 능력이 있는 감독이다. 하지만 외국인 선수와 관련해선 아직 2%의 아쉬움이 남아있다. 과연 언제쯤, 황선홍 감독은 이 질긴 악연을 끊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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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blog.naver.com/stron1934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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