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민
MBC <무한도전>이 2011년 세계에 비빔밥을 알리려 찍은 30초짜리 CF에, MBC <넌 내게 반했어>(2011) 속 예술을 향한 열망으로 가득 찬 대학생들 틈에, 김슬기는 스치듯 등장했다. 정식으로 데뷔하기 전의 일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김슬기는 학자금 대출을 걱정하는 서울예대 재학생이었다.
시간이 흘러 드라마에서 두 손을 모으고 "나도 배우가 되고 싶다!"고 외쳤던 '학생 1', 김슬기는 정말 배우가 됐다. 일은 술술 풀려갔다. 1400만 관객을 모은 영화 <국제시장>의 끝순이도, 역시 80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한 영화 <수상한 그녀>의 철없는 손녀 반하나도, 고 김광석의 노래를 소재로 한 뮤지컬 <디셈버>의 일편단심 여일이도 다 김슬기의 또 다른 얼굴이다. 그간 걱정하던 학자금 대출도 제 힘으로 모두 갚았다.
"다 좋은 사람들을 만난 덕분이죠. 사람을 잘 만나는 건 커다란 복이잖아요. 그리고 제가 성장하는 시기에 있는 덕분인 것 같기도 해요. 물론 이 과정을 잘 해내고 있는 건 스스로를 칭찬할 부분이긴 하겠지만... 운이 좋다는 것, 좋은 시기에 접어들었다는 것에 늘 감사해 하고 있어요. 또 그만큼 무언가 세상에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그게 무엇인지는 차차 찾아가야겠지만요."다음 작품은 비인기종목인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국가대표2>다. "(작품 속에서) 그동안 짝사랑만 했으니 이번엔 누군가와 사랑을 함께 하고 싶다"고 푸념을 늘어놓으면서도, 김슬기는 "일복이 터졌다"며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이번에도 연기의 신이 나를 보호해주길 기도해야겠다"며 "그래도 막상 (촬영이) 닥치면 또 잠깐 미칠 거다"라며 웃어 보이기도 했다. 자신을 던져 사람들을 웃고 울게 만드는 작품의 일부가 되는 것, 그것이 바로 그가 생각하는 '세상에 돌려주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한땐 항상 '이게 마지막이다'라는 생각으로 연기해야 했어요. 열심히 촬영하면서도 그런 생각이 한편엔 있었죠. 그러면서도 또 작품이 세상에 나오면 그게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었어요. 또 감사하게도 좋은 작품이 계속 들어와 줬죠. 그 덕분에 '이번만 참자' '이번만 견디자'는 생각으로 오다 보니까 여기까지 왔네요. 스스로 점수를 매긴다면요? 99점이요. 나머지 1점에 제가 갖고 있는 부족한 것들을 다 욱여넣을래요. (웃음)"늘 '사직서'를 품고 연기한다,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