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열의 찰리뮤지컬 <킹키부츠>에서 찰리 역을 소화하고 있는 배우 김무열. 찰리는 아버지가 물려준 구두 공장 '프라이스 앤드 선'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처음에는 아버지를 대신해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떠맡지만, 후에는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이 구두를 만드는 일이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가족같은 공장 직원들을 아무도 해고시키지 않기 위해 헌신한다. 누구들과는 다르게.
CJ E&M
찰리의 약혼녀 니콜라는 제안한다. 공장 문을 아예 닫고 팔자고, 아버지도 포기한 공장을 너가 붙들고 있을 이유가 없다고 말이다. 그런 니콜라에게, 찰리는 외친다. "평생 함께해 온 저 사람들을 위해서"라고,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에 저 사람들 인생이 통째로 달려" 있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다고 소리 지른다.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있어 보이기'를 바라는 니콜라에게, 찰리는 진짜 있어 보이는 건 따로 있다고 일갈한다.
그가 자신의 공장을 그토록 지키고자 했던 이유 중의 하나는, 자신의 공장이 그저 쉽게 팔고 포기할 수 있는 자본이 아니라 누군가의 삶터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찰리는 노동자를, 직원을 소모품이 아니라 사람으로, 동료로, 가족으로서 사랑하는 사람이다. '프라이스 앤드 선'의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월급도 반납한 채 야간근무와 주말노동에 뛰어든 건, 누군가가 시켰기 때문이 아니다. 찰리의 저런 마음가짐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현실은 어떠한가. 노동자가 쇠사슬로 자신의 몸을 묶고, 공장을 점거하고, 천막을 치고, 촛불을 들어야 한다. 회사가 이중장부를 작성하고, 회계를 조작하고, 경영 위기를 과장하여 노동자를 내몰고, 막대한 이익을 챙겨도 다들 모르쇠로 일관한다. 굴뚝 위에 올라가 추위에 떠는 이들이 간절히 바라는 캐릭터가, '프라이스 앤드 선'의 찰리 같은 사람이 아닐까.
"킹키하라!"는 메시지에는 이런 맥락도 깔려 있다. 내가 직급이 낮고, 월급이 적고, 미래가 불안해도 스스로에게 떳떳할 수 있다. 내가 성적 소수자이고, 유색인종이고, 취향이 독특해도 내 삶은 나의 것이다. 아무리 어려운 난관에 봉착해도, 틈새를 노려 돌파구를 만들면 헤쳐나갈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개인 차원의 노력만이 아니라 사회구조적 뒷받침이 있어야 가능하다. 찰리가 지키고 싶었던, 만들고 싶었던 공장 없이는 로렌도 롤라도 새 삶을 시작할 수 없었다.
그래서 왜인지 모르게 개운하지가 않다. 이토록 멋진 인물들이 화려한 무대에서 울림 있는 메시지를 던지건만, 묘하게 껄끄러운 부분이 있다. 뮤지컬 <킹키부츠>를 제작한 회사가 CJ E&M이기 때문이다.
한 약품업체 인수 후, 직원들에게 노조탈퇴를 종용했다는 논란을 일으켰던 기업이 있다. 택배업체를 합병한 후, 노사 갈등이 불거진 기업도 있다. 이들의 수수료 협상은 2년째 난항을 겪고 있다. 어떤 기업은, 인사팀 직원이 해고된 직원을 미행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특정 물품에 대하여 폭리를 취하고 있지 않느냐는 질타를 받기도 했다. 창조경제를 응원하고, 제일 잘하는 것은 '문화'라고 하면서 상영관 배급 문제로 문화 다양성을 해친다는 지적을 받는 기업도 있다.
모두 CJ의 이야기다. CJ는, '프라이스 앤드 선'의 찰리에게 부끄럽지 않을까. "킹키하라!"고 외칠만한 자격이, CJ에게 있는걸까?
▲뮤지컬 <킹키부츠>의 포스터2014년 12월 2일 막을 열었던 뮤지컬 <킹키부츠>가 지난 2월 22일 국내 초연을 성황리에 마쳤다. 관객들의 어깨를 들썩이게 만들며 '킹키하라'는 메시지를 던지던 이 작품의 재연도 무척 기대된다. 그러나 혓바닥 어딘가에 씁쓸함이 남아 있는 것 역시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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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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