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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아시안컵 우승하려면 '아찔한 실수' 넘어서야

[2015 AFC 아시안컵 준결승] 한국 2 - 0 이라크

15.01.27 08:30최종업데이트15.01.27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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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전에 올라오기까지 다섯 경기를 치르며 단 한 골도 내주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칭찬받을 일이다. 그 어떤 대회보다 최고의 자리에 올라가겠다는 의지도 강하다. 하지만 결승전은 그 상대가 누구냐에 상관 없이 최고의 경기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특히, 수비에서 어이없는 실수가 나온다면 기회를 잡고도 통한의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26일 오후 6시 호주 시드니에 있는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2015 AFC(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 이라크와의 준결승전에서 골잡이 이정협의 1득점 1도움 활약에 힘입어 2-0의 완승을 거두고 결승전에 올라 55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노리게 되었다.

골잡이 이정협, 섬세함 빛나다

많은 축구팬들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경험 많은 골잡이 이동국(전북)과 김신욱(울산)의 부상 공백을 크게 걱정했다. 손흥민과 이근호, 조영철만으로 여러가지 공격 조합을 만들어낸다는 것이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이에 슈틸리케 감독은 일부 대상자들을 시험하면서 놀랍게도 상주 상무의 이정협을 낙점하고 호주로 데려갔다. 소속 팀 상주 상무가 K리그 클래식에서 뛰다가 1년 만에 다시 K리그 챌린지로 미끄러진 것을 감안하면 위험천만한 모험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감독의 눈은 달랐다.

상주 상무에서 뛴 이정협이 소속 팀의 리그 성적은 형편 없었지만 4-2-3-1 포메이션에서 원톱 역할을 해낼 수 있는 자질이 충분하다는 것을 눈여겨 본 것이다. 슈틸리케 감독의 눈은 이미 호주와의 A조 마지막 경기에서 입증되었다. 상주 상무에서 단짝 호흡을 자랑했던 이근호와 이정협이 기막힌 몸놀림으로 무엇보다 귀중한 결승골을 뽑아낸 것이다.

투박해보이기도 하지만 그가 갖춘 섬세함과 성공 가능성은 이라크와의 이번 경기를 통해 한 번 더 확인되었다. 경기 시작 후 20분 만에 김진수가 왼발로 감아올린 프리킥 세트 피스 순간에 정확한 헤더로 선취 결승골을 터뜨린 것이다. 줄곧 비가 내리는 미끄러운 경기 조건을 감안하면 결코 쉽지 않은 타이밍이었지만 원톱으로서의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이정협의 활약은 후반전에도 빛났다. 50분, 코너킥 세트 피스 기회에서 1차 헤더 슛 시도가 무산되었지만 남태희의 로빙 패스를 받은 이정협이 섬세하게 가슴으로 떨어뜨려준 공을 수비수 김영권이 왼발로 차 넣었다.

개최국 호주와의 맞대결 결승골과 준결승전 1득점 1도움 기록은 그 가치의 측면에서 무엇과도 바꾸기 어렵다고 평가할 만하다. 편견 없이 국내 축구 곳곳을 돌아본 감독의 안목과 정성이 27년 만의 결승 진출의 쾌거를 이뤘다고 할 수 있는 지점이다.

기성용-박주호가 받은 노란 딱지 그리고 김진현의 실수

이처럼 전후반 적절한 시간대에 한 골씩 터뜨린 한국은 이라크의 후반전 반격을 비교적 침착하게 막아내며 다섯 경기 연속 무실점(7득점 0실점) 기록을 완성시키고 결승전에 하루 먼저 올랐다. 외관상으로는 과정부터 결과가 모두 완벽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두 가지 측면에서 아찔했던 상황을 고쳐내지 않으면 결승전에 올라 우리가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쉽게 이길 수 있다고 장담하기 어려운 아시아 축구의 강팀 이란과 일본이 이미 집으로 돌아간 상황이기에 현재까지는 경기 외적인 운도 적잖이 작용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승 트로피는 대진운만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결국, 가장 높은 곳에 올라설 수 있는 조건은 실력이기 때문이다.

축구도 흔히 말하는 '실수의 스포츠'라 말할 수 있다. 상대 선수들이 실수하지 않으면 좀처럼 골을 터뜨리기 어려운 종목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상대 팀에 비해 실수를 얼마나 적게 하느냐가 승리 팀을 결정하는 변수이기도 하다.

이 경기에서 한국은 원하는 골들을 터뜨렸다. 하지만 뒤통수를 얻어맞을 만한 아찔한 실수들도 여러 차례 보였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공격과 수비의 중심을 잡아줄 수비형 미드필더들(기성용, 박주호)이 나란히 받은 노란딱지들이었다.

이번 대회 한국의 경기력에서 박주호와 기성용의 위치는 절대적이다. 한국영과 이명주라는 능력자가 대기하고 있지만 그들이 엮어내는 조직력과 안정감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다.

먼저 기성용이 노란딱지를 7분 만에 받았다. 이라크의 가장 대표적인 공격 루트라 할 수 있는 칼라프의 오른쪽 측면 역습 드리블을 옆줄 바로 앞에서 높은 태클로 저지하다 사토 류지(일본) 주심의 눈에 띄었다.

40분에 박주호마저 노란딱지를 받았다. 반대쪽인 왼쪽 옆줄 바로 앞에서 역시 이라크의 역습을 차단하기 위해 태클을 시도하다가 왼팔에 공이 걸리는 바람에 고의적인 핸드 볼 반칙을 지적당한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이들은 더 이상 딱지를 받지 않고 경기를 끝냈지만 후반전에 펼쳐진 상대의 거센 반격 앞에 제대로 몸싸움을 해내지 못하는 문제점을 안고 뛰어야 했다. 특히, 박주호는 전반 종료 직전, 이라크 주장 유누스 마흐무드와 불필요한 몸싸움을 펼치며 식은땀을 흘렸다. 감정적으로 말려들 우려가 있는 장면이었지만 자제력이 부족했던 것은 분명했다. 주심의 구두 경고로 그친 것이 고마울 따름이었다. 박주호는 57분에도 중앙선 부근에서 이라크의 역습을 차단하기 위해 뒤에서 무리한 태클을 시도하며 반칙이 선언되었다.

그동안 한국의 골문을 든든하게 지키며 무실점 결승 진출을 이루기까지 가장 큰 공로를 세운 문지기 김진현도 이번 준결승전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실수를 두 차례나 저질렀다.

1-0으로 앞선 상태에서 후반전을 시작한 한국 문지기 김진현은 단 2분도 지나지 않아 판단 실수를 저질렀다. 옆줄 가까이로 이라크의 역습 패스가 부정확하게 날아왔을 때 무리하게 멀리까지 골문을 비우고 달려나간 것이다. 거기서 공을 걷어내지 못하고 김진현은 뒷걸음질쳐야 하는 경험을 했다. 노련한 차두리의 커버 플레이가 그를 도와주지 못했다면 이번 대회 첫 실점은 물론 점수판이 1-1이 되면서 결승전으로 가는 길에 먹구름을 드리울 뻔했던 것이다.

김진현은 58분에도 볼 처리가 느려 무리한 패스를 동료 미드필더에게 밀어주다가 가로채기 위험을 감수했다. 0-2로 뒤지고 있는 이라크의 반격이 거세게 이어지고 있는 시점이었기에 김진현의 경솔한 패스는 치명타가 될 뻔했다.

모든 플레이를 90분 넘도록 완벽하게 해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기 위해서 어느 정도의 경기력을 유지해야 하는가 하는 점은 구차하게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대충 준비하고 대응한 팀에게 우승의 영광이 돌아가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루 먼저 결승행 뜻을 이룬 한국은 27일(화) 오후 6시 뉴캐슬 스타디움에서 벌어지는 호주와 아랍에미리트의 맞대결을 지켜보며 55년 만의 우승의 꿈을 구체화시킬 수 있게 되었다. 대망의 결승전은 1월 31일(토) 오후 6시 한국이 이라크를 물리친 바로 이곳 시드니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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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2015 AFC 아시안컵 준결승 결과(1월 26일 오후 6시,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시드니)

★ 한국 2-0 이라크 [득점 : 이정협(20분,도움-김진수), 김영권(50분,도움-이정협)]

◎ 한국 선수들
FW : 이정협
AMF : 손흥민, 남태희(81분↔장현수), 한교원(46분↔이근호)
DMF : 박주호(경고-40분), 기성용(경고-7분/90+3분↔한국영)
DF : 김진수(경고-56분), 김영권, 곽태휘, 차두리
GK : 김진현

◇ 준결승, 결승 일정표
준결승전 ☆ 호주 - 아랍에미리트(1월 27일 오후 6시 뉴캐슬 스타디움)

결승전 ☆ 한국 - [호주vsUAE 승리 팀](1월 31일 오후 6시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시드니)
축구 한국 슈틸리케 이라크 아시안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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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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