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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어와 악어새의 만남, 참 따뜻하네

[프리뷰] <슈퍼처방전>

14.11.19 14:23최종업데이트14.11.19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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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처방전>은 건강염려증으로 결벽증까지 지니고 있는 주인공과 친구의 여동생 안나, 그리고 안나의 고국으로부터 온 혁명 영웅간의 악어와 악어새 같은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주인공의 친구인 디미트리는 이 셋을 모두 적절한 공간으로 이끄는 의사 역할을 하고 있죠.

사실 악어와 악어새 같다는 비유를 쓴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그만큼 희극적 요소보다 드라마적 요소가 강한 영화이기 때문에 가능한 표현이지요. 실제로 영화에서 등장하는 코미디는 따뜻한 미소를 머금게 하는 바탕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그 경향은 후반으로 갈수록 더욱 강해지고요. 영화사의 줄거리 소개에서 주인공을 '역사상 가장 미친 캐릭터'라고 표현한 것은 동의할 수 없지만, 전염성 있는 코미디가 온다는 얘기는 동의합니다. 그것이 단순한 코미디에서 오는 것이 아닌 따뜻함에서 오는 것이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겠지요.

극중 인물들이 외부로부터 도움 받는 영화

이 영화의 주인공은 병균을 마구 옮기는 행위라고 키스조차 거부하는 결벽증 환자입니다. 실제로 네덜란드 TNO(응용과학연구원) 미생물학·시스템미생물학부는 최근 <미생물 저널(The journal Microbiome)>에 실은 연구 보고서에서, 10초간 키스할 때 세균 8천만 마리가 이동한다는 연구 조사를 발표하기도 했었죠. 아마도 주인공은 그 사실을 알았나 봅니다. 그래서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모든 세균을 차단하기 위해 끊임없이 결벽 강박을 일으키죠. 외부와의 직접적인 접촉을 두려워하는 사람입니다. 접촉과 소통은 곧 세균이거든요.

그런데 재미있습니다. 외부와의 접촉을 두려워하던 주인공이 외부에서 온 혁명 영웅을 흉내 내며 자신의 건강염려증을 회복해 나갑니다. 이 과정에서 정체성이 흔들리긴 하지만, 종국에는 자신의 내부가 아닌 외부 사람을 흉내 낸 것에 대해 솔직히 고백하고 정체성을 바로 잡지요. 그 과정에서 그는 혁명 영웅과 소심남 사이를 왔다 갔다 합니다. 그의 상반된 연기를 보는 재미도 상당하군요.

▲ [슈퍼처방전] 스틸컷 혁명 운동가의 복장과 군화가 그의 겁먹은 몸짓하곤 사뭇 대조적이라 재미있다. ⓒ 파테 Canal+


친구 디미트리의 여동생 안나도 외부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습니다. 그녀와, 그녀 오빠인 디미트리 남매의 조부모까지밖에 살지 않았던 체르기스탄을 자신의 고국으로 여기며 그곳의 혁명영웅을 위대하게 생각합니다. 약간 아이러니하기도 합니다. 그녀와 디미트리는 사실 평생을 프랑스에서만 살았거든요. 자신의 핏줄이자 근원이라는 생각만으로 체르기스탄에서 정체성을 끌어옵니다. 사실 그녀에겐 발길조차 닿은 적 없는 외부이지만 그곳에서 끊임없이 정체성을 찾으며 스스로를 정의하죠. 그리고 안나는 그런 스스로를 자랑스러워 합니다.

반대로 혁명 영웅인 안톤은 내부가 체르기스탄이고, 잠시 프랑스로 망명해온 '외부인'이죠. 그리고 그는 외부 사람인 주인공과 안나에게 도움 받으며 위기를 넘깁니다. 그 과정에서 안톤은 주인공의 집에 '침범'하여 숨어있으며, 반대로 주인공은 안톤의 흉내를 내며 그를 통해 자신을 정의하려는 시도가 재미있죠.

▲ [슈퍼처방전] 스틸컷 뱀 공포증 환자에게 뱀을 갑자기 던져주어 충격요법으로 치료하는 방법이 있다. 주인공 로망에겐 감옥이 그와 같은 충격요법이다. ⓒ 파테 Canal+


결국 두 인물 모두 타인에 대한 경계선을 침범하며 내가 타인이 돼 보고, 또 타인이 스스로가 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지요. 재미있군요. 다른 이가 스스로의 반경을 침범하며 접촉하는 것을 두려워하던 주인공이 스스로의 경계선을 무너뜨리고 흉내를 통한 타인과의 접촉을 통해 자신을 정의하고 회복해갑니다.

키스를 통해 병균이 옮겨지는 것은 맞지만, 예전에 보았던 또 다른 이야기가 떠오르는군요. 열정적인 키스를 하면 침샘이 분비되어 유해한 박테리아를 씻어내어 주는 효과가 있다고 말이죠. 물론 그 소문이 거짓이라는 이야기가 있지만요.

장점과 단점이 일치하는 영화

<슈퍼처방전>은 장점과 단점이 같은 사유가 되는 영화입니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외부와의 소통을 통해 치유되는 사람들을 그리고 있죠. 그리고 엔딩 크레딧이 내려갈 때까지 그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프레임이 단순하다고 볼 수 있죠. 하지만 그 단순한 프레임 덕택에 영화에 쉽게 몰입할 수 있고, 또 그 덕택에 웃음을 유발합니다.

또한 드라마적 요소가 강하다 보니 웃음이 자주, 또 크게 터지진 않습니다. 코미디 영화라면 웃음을 줘야 한다는 생각에, 극장에서 관객들이 몇 번 웃는지 세어 보니 웃음과 웃음의 간격도 넓고, 그 횟수도 그리 많지는 않더군요. 다만, 드라마적 요소가 강해 뼈대 없는 웃음은 거의 없습니다. 영화를 보며 웃었던 관객들은 아마 아빠 미소와 같은 웃음을 지었을 겁니다. 그 웃음이 모두 따뜻함에서 유발되기 때문이겠지요. 영화에서 웃음은 곧 '치유'거든요. 아마 감독은 외부와의 소통을 통해 관객들이 웃고, 치유되길 바랐을 겁니다.

실제로 영화 내에 등장하는 <장발장>의 원작 소설가 빅토르 위고는 이런 말을 했었죠.

"웃음은 인류로부터 겨울을 몰아내 주는 태양이다."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영화 초반 주인공은 계속된 절망을 이기기 위해 억지웃음을 짓습니다. 슬픔을 몰아내기 위해서는 웃어야 한다고 말이죠. 그러고 보니 장발장과 주인공은 어느 정도 닮은 점이 있군요. 장발장도 19년간의 차단된 감옥살이를 마치고 외부사회와 소통하고 항거하다 순화되었고, 주인공 또한 결벽증으로 유발된 심리적 감옥살이를 마치고 극단적인 사건들을 통해 순화되는군요. 그래서인지 장발장이 등장하는 때가 재미있습니다. 주인공이 안나와 안톤을 처음 만나고 삶이 변화되는 시점이거든요. 아마 감독은 주인공의 감옥살이가 끝났다고 말하고 싶었을 겁니다.

생각 없이 빵빵 터지며 따발총 같은 웃음을 원했던 관객 분들은 어쩌면 <슈퍼처방전>이 실망스러우실 수도 있을 듯합니다. 하지만 소음총과 같이 소리 없이 가슴을 파고드는 웃음이 더욱 가치 있다고 생각되시는 관객 분들에게는 꽤 볼 만한 영화입니다. 너무 큰 기대를 가지면 실망하실 수 있으나, 기대 없이 본다면 단순한 프레임에서 아빠 미소와 같은 웃음으로 이어지는 따뜻한 영화로군요.

슈퍼처방전 SUPERCONDRIAQUE 대니 분 재밌는 영화 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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