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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돌풍 잠재운 한국... 결승 상대는 북한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남자축구 준결승] 한국 2-0 태국

14.09.30 22:33최종업데이트14.10.01 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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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기도 전반전을 득점 없이 마쳤다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 남쪽 관중석에는 태국 축구팬들이 꽤 많이 찾아와 열띤 응원의 목소리를 높였고 태국 선수들은 빠른 순발력으로 한국 선수들을 압박해왔다. 태국이 16강에서 중국을, 8강에서 요르단을 각각 2-0으로 물리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이 고비에서 한국 선수들은 전반전 마무리 집중력이 좋았다.

이광종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이 30일 오후 8시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제17회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남자축구 준결승 태국과의 맞대결에서 전반전 끝무렵에 터진 두 골에 힘입어 2-0의 완승을 거두고 금메달 결정전에 올랐다. 이로써 여자축구에 이어 남자축구에서도 마지막 남북 대결이 이뤄지게 됐다.

이종호, 여우처럼 파고들다

▲ 골대로 빨려 들어가는 헤딩 슛 30일 오후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제 17회 인천아시안게임 축구 남자 4강 한국-태국 경기에서 이종호 선수가 헤딩슛을 성공 시키고 있다. ⓒ 이희훈


2014 K리그 클래식 뚜껑이 열리고 현재까지 정규리그 28라운드가 진행돼온 가운데 많은 축구팬들을 놀라게 하고 있는 팀이 있다. 지난해까지 리그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던 전남 드래곤즈(감독 하석주)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하지만 올해는 리그에서 팀 성적이 좋으니 전남에서 핵심 멤버로 활약하고 있는 세 선수가 아시안게임 대표로까지 발탁돼 주목받을 수 있는 자리까지 올라섰다. 미드필더 안용우는 많은 시간을 뛰지는 못했지만 왼발의 재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재목이고 김영욱은 가운데 미드필더나 측면 미드필더나 어디에 세워도 능력을 뽐낼 수 있는 실력자다.

이들 말고도 공격 자원으로 활용 가치가 높은 이종호가 대회 막바지에 이르러 결정적인 역할을 해주고 있다. 가운데 골잡이는 물론 측면 미드필더로도 뛸 수 있기에 이광종 감독은 김신욱이 부상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는 빈 자리에 이용재와 더불어 이종호를 적절하게 기용해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다.

긴장감 넘치는 일본과의 8강 맞대결에서도 이종호는 전반 종료 직전 김영욱 대신 들어와 후반전 끝무렵에 빼어난 위치 선정으로 결승골이 된 페널티킥을 얻어내는 활약을 펼친 바 있다.

이종호는 태국과의 이번 준결승전에서도 승부의 고비에서 가장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며 승리의 원동력이 됐다. 전반전에 선취골을 터뜨리지 못했으면 여러모로 안 풀리는 경기가 될 뻔했지만, 이종호는 여우처럼 파고들어 멋진 헤더 선취골을 40분에 뽑아냈다. 임창우의 오른쪽 띄워주기가 절묘하게 넘어온 것을 끝까지 집중한 덕분이었다.

경기 시작 9분 만에 혼자서 상대 문지기 탐사차난과 맞선 절호의 선취골 기회에서 너무 몸에 힘이 들어간 나머지 오른발 슛이 막혀 아쉬워하던 장면을 깨끗하게 지워버릴 수 있는 큰 활약이었다.

와일드 카드 김승규, 한국을 구하다

▲ 붉은악마와 함께 승리의 기쁨을... 30일 오후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제 17회 인천아시안게임 축구 남자 4강 한국-태국 경기에서 2:0으로 승리를 거둔 대표팀이 붉은 악마응원단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 이희훈


이종호의 멋진 선취골에 풀이 죽은 태국 선수들은 곧바로 3분 뒤에 수비 쪽에서 결정적인 실수를 저질러 페널티킥을 내줬다. 쉽게 처리할 수 있는 공을 머뭇거리다가 뒤로 흘리는 바람에 한국 선수들에게 곧바로 역습 패스를 얻어맞은 것이다.

무리하게 한국의 공격을 저지하려고 하다보니 수비수 위라왓노돔이 이재성의 다리를 걸어 넘어뜨렸다. 알자로니(아랍에미리트) 주심은 아슬아슬하게 벌칙구역 표시선 위에서 벌어진 반칙 상황을 과감하게 페널티킥으로 선언했다. 태국 선수들이 억울하다며 항의했지만 판정이 번복되지는 않았다.

이 공을 11미터 지점에 내려놓은 주장 장현수는 1차 슛을 성공시켰지만 우리 선수들이 벌칙 구역 표시선 안으로 먼저 달려드는 바람에 킥을 다시 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2만3555명의 관중이 질러대는 소리 때문에 결코 평정심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두 번째 페널티킥도 장현수의 오른발은 어김없었다. 장현수의 오른발 인사이드킥은 골문 왼쪽 구석에 정확히 꽂혔다.

하지만, 문제는 후반전 우리 선수들의 수비 집중력이었다. 아무리 전반전에 이미 점수판을 2-0으로 만들어놨다고 하더라도 후반전 태국의 거센 반격을 예상했어야 했다. 가장 심각했던 것은 위험 지역에서 반칙을 저질러 아찔한 프리킥 기회를 자꾸 내줬다. 70분과 78분 두 차례의 프리킥은 우리 선수들의 수비벽이 쉽게 감당할 수 없는 거리였기에 더 아찔했다.

이번 대회를 위해 와일드 카드로 뽑힌 월드컵 대표팀 멤버 김승규의 슈퍼 세이브가 아니었다면 우리도 고스란히 연장전의 아찔함을 감당해야 할 정도였다. 김승규는 태국의 간판 미드필더 차푸이스의 슛을 세 차례나 쳐내는 맹활약을 펼쳤다. 그는 보기 드문 무실점 행진을 결승전까지 이어갈 수 있게 만들었다.

▲ 이종호 '감독님 저 골 넣었어요' 30일 오후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제 17회 인천아시안게임 축구 남자 4강 한국-태국 경기에서 이종호 선수가 헤딩골을 성공시키고 이광종 감독에게 뛰어가고 있다. ⓒ 이희훈


68분에는 차푸이스의 왼발 대각선 슛이 오른쪽으로 날아들었고, 79분에는 차푸이스의 오른발 중거리슛이 낮게 깔려 날아왔다. 이것을 모두 김승규가 뛰어난 순발력으로 날아올라 쳐냈다. 차푸이스는 이어서 더 가까운 거리에서 오른발 감아차기로 한국 골문 오른쪽 톱 코너를 노렸지만 김승규는 새처럼 왼쪽으로 날아올라 그 공을 쳐냈다.

한편, 이보다 앞서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또 하나의 준결승전에서는 북한이 이라크를 상대로 연장전까지 이어진 접전 끝에 정일관의 연장전 결승골(96분)에 힘입어 1-0으로 이기고 결승전에 올라 한국과 금메달을 놓고 한판승부를 벌이게 됐다.

그런데, 프리킥으로 결승골을 터뜨린 정일관이 결승골 득점 후 8분 만에 두 번째 딱지를 받으며 퇴장당하는 바람에 결승전에 출전할 수 없게 됐다. 그렇지만 한국은 정일관의 부재를 안심해서는 안 된다. 이번 태국과의 준결승전 후반전처럼 위험 지역에서 자꾸 프리킥을 내주는 습관을 고치지 않으면 북한의 전천후 미드필더 서현욱이나 간판 골잡이 박광룡에게 프리킥 골을 내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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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제17회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남자축구 준결승 결과(30일 20시, 문학경기장)

★ 한국 2-0 태국 [득점 : 이종호(40분,도움-임창우), 장현수(45분,PK)]

◎ 한국 선수들
FW : 이용재(89분↔문상윤)
AMF : 김승대, 이재성(83분↔최성근), 이종호
DMF : 박주호, 손준호
DF : 김진수(64분↔곽해성), 김민혁, 장현수, 임창우
GK : 김승규

★ 북한 1-0(연장전) 이라크 [득점 : 정일관(96분)]

◇ 금메달 결정전 일정(10월 2일 20시, 문학경기장)
☆ 한국 - 북한
축구 인천아시안게임 이광종 태국 남북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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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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