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프로축구 사간 도스 윤정환 감독의 사퇴를 보도하는 <닛칸스포츠> 갈무리.
닛칸스포츠
일본프로축구 J리그가 '윤정환 사태'로 들썩이고 있다.
올 시즌 사간 도스를 J리그 선두로 이끌던 윤정환 감독은 지난 7일 돌연 사퇴를 발표했다. 일본 언론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며 '전대미문', '충격', '난장판' 등의 단어들과 함께 윤정환 감독의 사퇴를 대서특필했다.
<닛칸스포츠>는 "J리그 1위 팀이 시즌 도중 사령탑을 해임하는 것은 전대미문의 사건"이라며 "창단 후 첫 우승을 눈앞에 두고 갑자기 벌어진 해임극으로 사간 도스는 물론이고 J리그 전체가 큰 충격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스포츠 호치>는 "지금 사간 도스는 난장판"이라며 "선수들이 많이 놀라서 구단 분위기가 어수선하고, 일부 선수는 (윤정환 감독 사퇴를 묻는) 인터뷰를 거부하기도 했다"며 사간 도스를 비판했다.
사간 도스의 축구팬인 한 남성은 <스포츠 호치>와의 인터뷰에서 "윤정환 감독의 후임이 누가 될지는 모르지만 사간 도스가 2부 리그로 강등될까 걱정"이라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동안 우승을 차지하고 곧바로 물러나는 사령탑은 있었지만 윤정환 감독처럼 선두를 질주하다 시즌 도중 사임하는 것은 처음이다. 더구나 윤정환 감독은 사간 도스에서 선수, 코치를 거쳐 사령탑에 오른 인물이라 더욱 충격이 크다.
일본의 대표적인 일간지 <아사히신문>은 "윤정환 감독이 J리그 승격 임무를 완수하고 선두까지 올려놓은 사간 도스의 '얼굴'이나 다름없는 존재인 만큼 앞으로 큰 불안이 드리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일본 축구를 놀라게 한 '윤정환 신화'윤정환 감독은 사간 도스에서 그야말로 신화적인 인물이다. 그렇기에 갑작스러운 사퇴 소식은 더욱 충격적이다. 윤정환 감독은 선수 시절 '꾀돌이'이라는 별명답게 지능적으로 공격을 이끄는 정상급 플레이 메이커로 이름을 날렸다.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1996 애틀랜타 올림픽, 2000 아시안컵, 2002 한일 월드컵에도 참가했던 윤정환 감독은 2006년 K리그를 떠나 당시 일본 2부 리그의 사간 도스로 이적했다.
윤정환은 입단 첫해 사간 도스를 창단 후 최고 성적인 2부 리그 4위에 올려놓으며 주목을 받았고, 2007년 은퇴 후 사간 도스에 남아 기술고문, 수석코치로 한 계단씩 착실히 오르며 지도자 경력을 쌓았다.
2011년 마침내 정식 사령탑이 된 윤정환 감독은 평범했던 선수들을 혹독한 훈련과 치밀한 전술로 단숨에 바꿔놓았고, 부임 첫해 2부 리그 2위를 차지하며 사간 도스를 1부 리그인 J리그로 승격시켰다.
J리그 최연소 사령탑이 된 윤정환 감독은 주위의 예상을 깨고 승격 첫해 J리그 5위에 오르는 돌풍을 일으켰다. 작년에는 12위로 부진했지만 일왕배 4강에 오르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그리고 올 시즌 윤정환 감독은 인구 10만 명도 되지 않은 작은 도시의 사간 도스를 마침내 J리그 선두에 올려놓으며 사상 첫 우승의 꿈에 부풀었다. 일본 언론도 일제히 윤정환 감독과 사간 도스의 돌풍을 소개하는 특집 방송과 기사를 쏟아냈다.
하지만 우승의 결실을 눈앞에 두고 있던 윤정환 감독에게 돌아온 것은 박수와 격려가 아닌 사퇴였다. 사간 도스는 윤정환 감독을 보좌하던 요시다 메구무 코치가 임시 감독으로서 남은 시즌을 이끌도록 했다.
사간 도스, 사퇴는 윤정환 감독의 잘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