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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 먹고 사는 '룸메이트', 그러고도 꼴찌라면

[기자수첩] 박민우 졸음운전-박봄 욕설 논란, 제작진 믿은 출연진은 무슨 죄?

14.07.15 11:10최종업데이트14.07.15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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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일 방송된 SBS <룸메이트>의 한 장면

13일 방송된 SBS <룸메이트>의 한 장면 ⓒ SBS


|오마이스타 ■취재/이미나 기자| 현재 방영되고 있는 SBS의 예능 프로그램 <일요일이 좋다-룸메이트>(이하 <룸메이트>)는 시작부터 논란이었다. 일본에서 인기를 얻은 비슷한 콘셉트의 프로그램이 있었고, 케이블 채널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같은 '동거'를 소재로 한 프로그램 <셰어하우스>를 방영할 예정이었기 때문이었다. 이 같은 논란을 두고 SBS 예능국은 지난 4월 간담회를 통해 "프로그램 기획이라는 것은 그 시대의 트렌드를 염두에 두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대중의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콘텐츠 제작자의 입장에선 트렌드를 읽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실제 1인 가구가 늘어나는 현상에 발맞추어 1인 가구를 다루는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이 생겨났고,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산된 '썸'(본격적인 교제 전 단계를 이르는 신조어-기자 주)이라는 말은 가요와 TV 프로그램을 통해 주요하게 소비됐다. 그래서 '젊은 층의 주거 문화를 다루고 싶다'는 <룸메이트> 측의 설명엔 설득력이 있었다.

그런데 딱 거기까지다. 5월 4일 첫 방송 이후로, <룸메이트>는 방송마다 화제의 중심에 서 있다. 그런데 그 화제가 <룸메이트>에서 보여주려 하는 중심적인 이야기와는 별개의 것에서만 생긴다는 점이 문제다. 초반엔 출연자들 간의 러브라인으로 화제몰이를 하더니, 그 다음은 한 여성 출연자의 발언이 도마 위에 올랐다. 뒤를 이어 남성 출연자 사이의 갈등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때마다 포털 사이트 검색어는 <룸메이트>로 도배가 됐고, 관련 기사는 범람했다.

'논란 위한 논란' 의식한 제작진에 애꿎은 출연진만 '뭇매'

절정은 지난 13일 방송이다. 박민우는 졸음운전으로 십자포화를 맞았고, 그 뒤에 있던 2NE1 박봄은 욕설 논란에 휩싸였다. 아쉬운 건 제작진의 대처다. '자극적인 편집'이라는 지적이 쏟아지자 박상혁 PD는 "편집에서 음악이나 자막으로 위험이 커 보일 수 있었지만 사실은 사고 상황이나 응급상황은 아니었다"며 "이 과정을 편집하지 않았던 이유는 그를 통해서 (서)강준 팀 갈등과 해결의 일련의 스토리를 보여주고자"였다고 밝혔다.

그러니까, 응급상황이 아니었던 장면을 굳이 제작진이 '음악'이나 '자막'을 통해 부풀렸다는 이야기다. 방송 화면을 살펴보면 박 PD의 말처럼 출연자들이 찬 타량 옆으로 지나가는 구급차를 보여주며 '불길한 예감'을 부각했고, 문제의 장면에서는 긴박한 BGM이 흘러 나왔다.

또 10분에서 15분에 한 번씩 등장하는 중간 예고에도 차가 흔들리는 장면, 그리고 뒤를 이어 묵음 처리한 박봄의 욕설이 계속해 등장했다. 자막에도 '반응이 없다!' '하마터면 큰일 날 뻔' 등 위험천만한 상황이었음을 강조했다.

 SBS <룸메이트> 출연진

SBS <룸메이트> 출연진 ⓒ SBS


박 PD의 해명은 '차라리 이런 장면은 편집했어야 한다'는 지적에 대응하는 것이긴 했으나, 되려 출연자 간의 갈등과 화해를 극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일종의 장치를 <룸메이트>가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자충수'가 됐다. 이와 함께 이 극적 장치 때문에 출연진만 애꿎게 희생되고 있다는 사실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됐다. <룸메이트>를 통해 입방아에 오르고, '비호감'이라는 낙인이 찍힌 출연진이 벌써 몇 명째인가.

당초 기획의도는 사라진 채, 어느새 <룸메이트>는 일회성 논란으로 근근이 생명을 유지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그 가운데 자신들을 믿고 출연하는 출연진에 대한 제작진의 배려는 찾아보기 힘들다. 논란을 위한 논란이, 지속적인 '낚시질'만이 이어지는 <룸메이트>에서 SBS 예능국이 기자간담회를 통해 강조했던 '공감'은 실종된 지 오래다. 이젠 자꾸만 벌어지는 '드라마' 같은 상황들마저 출연진 중 한 명인 홍수현의 말처럼 다 제작진이 일부러 만든 것이 아닌가 의심하게 될 정도다.

'공감'보다는 '불안'과 '의심'을 일으키는 예능 프로그램이 계속 존재해야 할 이유가 과연 있을까. 이를 통해 출연진이, 그리고 제작진이 얻게 되는 건 무엇일까. 13일 <룸메이트>는 일요 예능 시청률 중 '꼴찌'(닐슨코리아 전국기준 4.5%)를 기록했다.

이것이 물론 하루 이틀의 일은 아니지만, 이 같은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은 제작진이 다시 한 번 특기해 볼 만한 점이다. 자극적인 편집으로 이어지고 있는 문제 제기를 두고 "문제의 장면이 과했다면 죄송하다"는 한 마디 사과로 무마하려 해서도 곤란하다. 13일 <룸메이트> 에피소드의 이름은 '좋은 일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였다. 정말, 그러게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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