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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중계, 이영표만큼만 해라

[하성태의 사이드뷰] '모범사례' 만들어 가는 KBS 이영표 해설위원의 힘

14.06.18 14:43최종업데이트14.06.18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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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의 브라질 월드컵 한국전 중계를 맡은 조우종 아나운서와 이영표 해설위원 ⓒ KBS


브라질월드컵 축구 대표팀의 러시아전이 끝난 18일 오전, 가장 흥미로웠던 SNS 반응 중 하나는 이런 종류였다.

"뭐, 이영표가 골을 넣었다고?"

1대 1 무승부라는 비교적 만족스러운 경기 결과에 아랑곳없이, KBS 축구 해설위원 이영표에게 쏟아지는 관심은 이런 오해 아닌 오해를 낳을 만큼 지대했다. '스페인 몰락' '코트디부아르 승리' 등 이미 여러 차례 예언(?)을 적중시켜 '인간 문어' '갓영표' '작두 중계' 등의 별명을 얻은 이영표 해설위원. 그는 러시아전에 앞서 "경기 시작 70분 이후 한국 대표팀에게 모험을 걸어볼 만한 기회가 올 것"이라는 예상과 함께 "이근호가 키플레이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반까지 0대 0을 유지하면 승산이 있을 것"이라는 말도 크게 틀리지 않았다. 러시아전은 '인간 문어'란 그의 애칭을 다시금 확인하게 하는 경기라고 봐도 무방해 보였다. 하지만 MBC와 SBS, 양강구도로 전개될 것이라던 월드컵 중계 3파전에서 KBS와 이영표 위원이 각광을 받는 이유는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MBC와 SBS의 화제성 따라 잡는 KBS의 원동력 이영표

KBS 2TV <1대100>에 출연해 러시아전 결과를 예측했던 KBS 이영표 해설위원 ⓒ KBS


<아빠 어디가>의 김성주와 안정환, 송종국을 내세운 MBC,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두각을 나타낸 배성재-차범근 콤비에 차두리 선수까지 합류시킨 SBS. 이에 비해 KBS는 이영표 위원을 전격 발탁하고 예능에서 활용하던 조우종 아나운서 카드로 맞대응 전략을 짰다.

이후 MBC, SBS보다 중량감이 떨어진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더욱이 KBS 출신 프리랜서 방송인 전현무의 캐스터 영입과 관련된 잡음과 KBS 양대노조의 파업이 이어지면서 '웰컴 투 브라질'을 슬로건으로 내건 KBS 월드컵 중계에 대한 주목도는 높지 않았다. 

그러나 뚜껑을 열자 분위기가 반전됐다. 예언이 하나둘 맞아떨어지면서 이영표는 일약 이슈메이커로 떠올랐다. 시청률 역시 방송 3사가 엎치락뒤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명확한 승자는 18일 러시아전 시청률 표가 나와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대신 인터넷과 SNS상에서 이영표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그건 비단 말 한 두 마디로 화제가 되는 '예언의 힘'이 전부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영표, 국민들 모르게 '해설학교'라도 다닌건가?"

예언의 적중률은 결국 냉철한 분석에서 출발한다. "국민들 모르게 해설학교라도 다녔느냐"라는 반응까지 끌어내는 이영표의 해설은 대부분의 선수 출신 해설자가 선보이는 경험에 의한 현실감과는 차원이 다르다. 정제된 언어와 차분한 감성은 물론 해외파가 가질 수 있는 너른 식견과 전문성까지 겸비했다.

무엇보다 그는 그간 축구해설, 아니 스포츠 중계 전체에서 발견되는 감정의 과잉을 거의 배제한다. 냉정함과 침착함이야말로 해설위원의 전문성을 돋보이게 하는 주요 요인 아니겠는가. 실제로 러시아전에서 이영표 위원은 후반 이근호가 첫 골을 넣는 순간에 조우종 캐스터와 같이 환호성을 지른 것 빼고는 시종일관 침착함을 유지했다.

장탄식이나 감탄사를 연발하거나 심지어 반말까지 일삼는 여타의 해설위원과는 격이 달랐다고 할까. 특히 이영표는 국가대표팀 경기에서 종종 묵인되는 편파 해설, 예컨대 국가대표라는 명분 뒤에 숨어 발현되는 국가주의적 시각을 최대한 배제하려고 노력한다. 많은 이들이 기다려왔던 담백하면서 정확한 해설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을 선수 출신 이영표 해설위원이 실현하고 있다. 하나둘씩 적중하는 예언 리스트를 늘려가면서 말이다. 그에 대한 호감은 KBS 2TV <우리동네 예체능>에서 보여주는 친근하고 성실한 이미지와 함께 배가되고 있다.

아직 대표팀의 1승도, 16강 진출도 확정되지 않았지만,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얻을 수 있는 한 가지 수확은 확실해 보인다. 스포츠 중계의 '모범사례'를 만들고 있는 이영표 해설위원 말이다.      

이영표 브라질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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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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