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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카드 '배구단 매각', 러시앤캐시와 비교되네

구단주 바뀌었다고 '프로배구단 매각 검토... 예고된 '신용 참사'

14.05.15 17:59최종업데이트14.05.15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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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배구연맹


우리금융지주가 우리은행 민영화를 앞두고 우리카드 한새 프로배구단의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인수-철회-인수' 소동까지 벌이면서 배구단을 인수한 지 1년도 채 안 돼 또다시 매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금융기관으로서 신뢰도 추락은 물론 배구계에도 큰 파장이 예상된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15일 전화 통화에서 "우리카드 프로배구단 매각을 검토 중인 것은 맞다"고 시인했다. 그는 "아직은 내부적으로 검토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진행된 사항은 전혀 없다. 인수 기업도 앞으로 알아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매각하게 된다면 한국배구연맹(KOVO) 측과 협력해서 좋은 기업에 인수되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신원호 KOVO 사무총장은 15일 "아직 우리카드 측으로부터 매각 관련 공식 통보를 받은 것 없다"며 "우리카드 배구단도 선수들과 연봉 협상, 외국인 선수 물색, KOVO컵 참가 등을 차질없이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 총장은 또 "우리카드가 KOVO에 납부하기로 약속한 서울 연고권료(서울 입성금) 20억 원도 10억 원은 작년 12월 말에 이미 납부했고, 나머지 10억 원은 오는 6월 30일까지 납부하기로 했다. 7월에 열리는 KOVO컵 타이틀 스폰서 비용(4억원)도 계약대로 차질없이 진행하기로 다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우리카드가 서울 입성금과 KOVO컵 타이플 스폰서 비용을 기간 내에 납부하지 않을 경우 몇 배에 해당하는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

신 총장은 우리카드의 매각 방침과 관련해 "우리금융이 민영화에 대한 압박이 강하다 보니 우리카드도 매각 과정에서 혹시 배구단 운영이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 검토를 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금융지주 측과 실제 배구단을 운영해본 우리카드는 배구를 바라보는 분위기가 다르다"고 덧붙였다. 신 총장은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다각적으로 대응 방안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구단주 한 명 바뀌었을 뿐인데...

우리금융지주는 작년 3월 7일 에이앤피파이낸셜대부(러시앤캐시)와 치열한 인수 경쟁을 펼치며 KOVO 관리 하에 있던 드림식스 프로배구단을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당시 러시앤캐시는 한 시즌 동안 드림식스 배구단의 스폰서를 하면서 많은 TV 중계와 높은 시청률 등으로 프로배구단의 홍보 효과가 대단하다는 점을 실감하고 적극적으로 인수 경쟁에 뛰어 들었다. 그러나 KOVO는 러시앤캐시가 대부업체라는 기업 이미지와 재무건전성 등의 이유로 우리금융지주의 손을 들어주었다.

하지만 우리금융지주는 인수자로 선정된 지 3개월 만에 이순우 우리은행장이 신임 우리금융지주의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180도 돌변했다. 이 회장은 작년 6월 20일 "우리카드가 배구단을 운영할 사정이 안 된다. 행복하지 못할 결혼이라면 약혼 단계에서 깨는 게 맞다"고 폭탄 발언을 했다.

'신용을 먹고 사는 금융기관이 신용을 헌신짝처럼 버린다'는 비난 여론과 60억 원의 위약금에 대한 부담감, 금융당국의 재고 지시 등으로 결국 인수 철회 방침을 거둬들이고, 우리카드 한새 프로배구단을 출범시켰다.

우리카드는 2013~2014시즌 V리그에서 초반에는 2위까지 치고올라가며 크게 선전했지만, 뒷심 부족으로 후반기에 4위로 내려앉아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여기에는 우리카드 구단의 배구단에 대한 지원 및 열정 부족도 한 원인으로 꼽힌다. 외국인 선수 영입과 선수단 숙소 등에서 다른 구단과 비교해 열악함을 노정했다.

​'같은 시기 창단' 우리카드 vs 러시앤캐시... '너무도 다른' 행보

이는 창단 1년도 안돼 허겁지겁 2013~2014 V리그에 참여했던 러시앤캐시의 행보와 비교하면 더욱 대조된다.

우리금융과 인수 경쟁에서 패한 러시앤캐시는 배구단 운영 의지를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대부업체라는 비난 여론에도 불구하고 KOVO에 적극적인 구애 끝에 작년 4월 26일 신생팀 창단 승인을 받아냈고, 결국 제7 프로배구단을 출범시켰다.

V리그 시즌을 불과 6개월도 채 안 남기고 창단한 신생팀이지었만, 러시앤캐시는 구단주인 최윤 회장이 '배구 광팬'에 가까운 열정적인 관심과 적극적인 투자에 힘입어 단기간에 눈부신 성과를 일궈냈다.

2013~2014 V리그에서 신생팀으로서 첫 출전임에도 강팀들을 연파하며 11승 19패로 돌풍을 일으켰다. 주전 선수 대부분이 대학생들로 구성돼 젊은 패기를 마음껏 발산하며 큰 인기를 누렸다. 러시앤캐시는 프로배구단 운영을 통해 그룹 이미지 제고는 물론 회사원들의 단결심을 고취하는 데 큰 효과를 봤다. 현재 그룹 내부 분위기도 프로배구단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높다. 프로배구단 운영 이후 신입사원의 학력 수준도 급격히 높아졌다는 후문이다.

더 좋은 일도 생겼다. 러시앤캐시는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던 대부업체 이미지도 조만간 졸업을 앞두고 있다. 현재 금융위윈회로부터 저축은행 인수를 사실상 확정하고, 다음 달부터 '오케이저축은행'으로 영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를 계기로 러시앤캐시는 대부업에서 장기적으로 철수하고 저축은행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대부업체에서 제도권 금융기관으로 전환하게 되면서 부정적인 이미지도 탈피하고, 프로배구단을 통해 새롭게 출범하는 저축은행 홍보도 강화하면서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게 된 것이다.

불안의 근원적 해결 필요

프로스포츠단 운영은 모기업의 규모가 중요한 게 아니라, 구단의 스포츠에 대한 이해와 운영 의지에 따라 큰 차이가 난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한 셈이다.

프로배구의 인기가 날로 상승함에 따라 각 구단들은 현재 좋은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외국인 선수의 활약에 따라 팀 성적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몸값이 높은 세계적인 선수라도 전력 상승에 보탬이 된다면, 과감하게 투자하겠다는 게 현재 남자 프로배구단의 전반적인 분위기이다. 선수단의 사기 진작을 위한 투자도 과거보다 많이지고 있다.

​​여기에 딱 한 팀만 예외가 있다. 우리카드 배구단이다. 사실상 공기업인 우리금융은 앞으로도 정부 방침이나 구단주인 회장이 바뀔 때마다 배구단의 불안한 운명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한 프로배구단 고위 관계자는 15일 "계속 운영이든 매각이든 하루라도 빨리 결정해야 한다. 불안한 상태로 시간만 낭비하면 피해보는 건 배구단과 선수들뿐이다. KOVO도 적극 대응을 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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