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근"연극계에는 어마어마한 인재가 많아요. 충무로에서 그런 인재들을 캐스팅했으면 좋겠어요. 그 중에서도 감각이 좋은 친구보다 체력이 좋거나 의지가 굉장히 강한 친구들을 뽑으면 좋을 듯 해요."
핑크스푼
- 1987년부터 연기자로 한 우물을 파고 있습니다. 한 분야에서 오랜 시간 이렇게 열정을 갖고 왕성히 활동하기가 쉽지가 않은데요. "어렸을 때는 관상이 지금보다 더 좋지 않았어요.(웃음) 그래서 판매업을 할 수도 없었고. 연기 하는 것 외에 할 줄 아는 게 없으니 이것만 할 수밖에요."
- 대학로에서 오랜 시간 극단 생활을 하며 생활이 어렵지 않았나요?"저는 어렸을 때 '감각적'이라는 소리를 많이 들었어요. 그럼 연출자님들이 '넌 이 극단이 우습지? 난 우둔하고 우직한 놈들이 좋다. 너 같은 애들은 금세 그만 둘 거야'라고 말하시곤 했어요. 어릴 때는 그런 말에 엄청 상처를 받았죠. 그래서 그렇게 말한 극단에서 4년 반 정도 버텼습니다. 나중에 보니까, 연출자들이 쓸 만한 놈들한테 자극을 줘서 극단에 더 오래 있게 하려고 그런 말을 하더라고요. 오기로 버티도록... 4년 반 이후에는 작품 별로 많은 극단을 돌아다니면서 엄청난 내공의 소유자들과 만나고 연기도 더 배우고 그랬죠."
- 왜 감각이 좋은 연극배우는 안 되나요?"감각이 좋은 친구들은 개인이 보이는 연기를 할 가능성이 높거든요. 그게 '애드리브 연기'인데, 사실 연기자는 개인기가 아닌 작품 전체를 보이게 하는 '통 연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도 옛날에는 애드리브 막 하고, 감각적으로 튀는 연기를 했었는데요. 내 애드리브에 관객들이 웃고 현혹되는 걸 봐서 더 하게 되더라고요. 그러면 작품은 날아 갑니다. 극 전체가 보일 때 관객들은 엄청 크게 웃지만, 관객들이 애드리브 하는 캐릭터만 보면 웃음의 잔가지가 생기는 거죠. 진정한 웃음이 아니에요. 전 개인보다는 극을 생각하자는 주의입니다."
- 지금도 '연극협회축구단 액터스' 소속으로 여전히 대학로에서 연극계 후배들과 자주 만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연극계에는 어마어마한 인재가 많아요. 충무로에서 그런 인재들을 캐스팅했으면 좋겠어요. 그 중에서도 감각이 좋은 친구보다 체력이 좋거나 의지가 굉장히 강한 친구들을 뽑으면 좋을 듯 해요.
사실 예전에 비해 후배들에게 술을 자주 못 사주는 편이에요. 저는 예전부터 소주에 과일을 먹었거든요. 돈을 벌고 나서는 소맥. 대학로에서 술을 먹으면 처음에 3, 4명이던 인원이 나중에는 15명 정도까지 될 때가 있더라고요. 한 명씩 올 때마다 머릿속으로 숫자 세고(웃음). 후배들이 어렸을 때부터 같이 지내서 제가 만취하면 집까지 바래다주고 그래요. 어떨 때는 미웠다가도 또 얼굴 보면 좋고. '대학로 가족'이죠."
- 어떨 때 대학로 후배들이 미워요?"본인이 한 약속을 지키지 않을 때.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고 자기 입으로 한 약속 잘 안 지킬 때 밉고. 술 주사 심한 후배들은 좀 안 좋아하고요. 옛날에 후배들에게 이런 저런 이야기도 하고, 많이 혼냈어요. 근데 지금은 애들 상처 받을까봐 그런 말도 못 해요. 요즘에는 '그냥 입 닫고 지갑을 열자'고 생각하고 있어요."
"배우에게 도움이 되는 건, '산'과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