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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과 레버쿠젠, 내려갈 팀은 내려가나

사미 하피아 감독의 전술, 4-3-3... 과감한 변화 부족

14.03.25 14:06최종업데이트14.03.25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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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과 소속팀 바이어 레버쿠젠이 시즌 후반기 나란히 부진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국내 팬들의 아쉬움을 자아내고 있다.

레버쿠젠은 후반기 들어 최근 9경기 연속 무승(1무8패)의 참담한 부진에 빠져있다. 한때 절대 강자 바이에른 뮌헨에 이어 2위(전반기 12승 1무 4패)를 달리던 정규리그 순위는 4위(후반기 2승 1무 6패)까지 추락했다. 포칼컵과 챔피언스리그에서도 모두 탈락했다. 레버쿠젠에 올 시즌 현실적으로 남은 목표는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출전권 확보뿐이다.

레버쿠젠 올 시즌 목표... 다음 시즌 출전권 확보

현재 승점 44점(14승2무10패)으로 3위 샬케와의 승점 차는 6점. 아직은 챔피언스리그 마지노선을 간신히 지키고 있지만, 3위 탈환보다는 5~7위권의 추격이 더 가깝다. 5위 뮌헨글라드비흐(승점 42)부터 6위 볼프스부르크-마인츠(이상 승점 41)까지는 이제 한 경기만 삐끗해도 순위가 뒤집힐 수 있는 위기상황이다. 이대로라면 챔피언스리그는 고사하고 아예 중위권으로 내려앉을 수도 있다.

팀의 부진과 더불어 손흥민의 득점포도 하향세다. 손흥민은 올 시즌 레버쿠젠 유니폼을 입고 총 10골 5도움을 기록하며 부동의 주전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시즌 함부르크에서 12골 2도움을 기록한 것과 비슷한 수치다. 하지만 지난 2월 8일(이하 한국시간) 묀헨글라드바흐전 이후 9경기 연속 골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 경기가 올 시즌 레버쿠젠의 마지막 승리였다. 손흥민이 득점을 기록하지 못한 경기에서 레버쿠젠은 한 번도 이기지 못했고, 손흥민도 올 시즌 가장 오랜 시간 골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손흥민의 침묵이 팀의 부진에도 영향이 없다고 말할 수 없는 대목이다.

손흥민이 가장 최근에 득점포를 가동한 것은 소속팀이 아니라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출전한 지난 6일 그리스와의 평가전이었다. 손흥민은 이 경기에서 1골 1도움의 MVP급 활약을 펼치며 건재를 입증했다. 홍명보호 출범 이후 최다득점자(4골)이기도 한 손흥민은 컨디션이나 개인능력에서는 여전히 문제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레버쿠젠에서의 부진은 손흥민의 문제라기보다는 근본적인 팀 전력과 전술상의 한계와 무관하지 않다. 레버쿠젠은 전반기까지 만해도 손흥민-슈테판 키슬링-시드니 샘으로 구성된 삼각편대를 앞세운 빠른 공수전환과 역습 위주의 전술로 크게 재미를 봤다. 하지만 한계도 뚜렷했다. 레버쿠젠의 삼각편대는 골 결정력과 위치선정에 강점이 있지만, 모두 스스로 힘으로 찬스를 만드는 유형의 선수들은 아니다.

이들이 전방에서 고립될 경우 공격을 풀어갈 수 있는 대안이 없었다. 레버쿠젠의 중앙 미드필더에는 후방에서부터 경기를 조율하고 찬스를 만들어줄 창조적인 플레이메이커가 없다.

레버쿠젠은 지난겨울 첼시로 떠난 안드레 쉬얼레를 대신하여 손흥민을 팀 내 최고이적료로 영입하기는 했지만, 이는 빈자리를 메운 정도이지 지난해보다 전력이 크게 높아졌다거나 두터운 선수층을 갖췄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기존 베스트 11을 제외하고 올 시즌 선발로 두 자릿수 이상 출전한 선수는 3명에 불과하다. 사미 하피아 감독의 전술 역시 기존의 4-3-3에서 벗어난 경우가 많지 않고 선수를 다양한 포지션에서 활용하거나, 경기 중 과감한 변화를 보여주는 승부 사적인 면모도 부족했다.

주전에 대한 의존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은 레버쿠젠으로서는 분데스리가와 챔피언스리그, 컵대회를 병행하는 빡빡한 일정을 소화할만한 로테이션이 불가능한 전력이었다. 이미 전반기 막판부터 조금씩 문제가 드러나고 있었음에도 1월 이적 시장에서도 선수보강을 외면했다. 후반기 들어 악화한 체력적 과부하는 공격진뿐만 아니라 수비와 미드필드에도 연쇄적으로 악영향을 미쳤다.

레버쿠젠은 후반기 들어 수비조직력이 눈에 띄게 무너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최근 9경기에서 무려 19골을 내줬다. 레버쿠젠이 올 시즌 37경기를 치르는 동안 무실점 경기는 8차례에 불과하다. 수비와 미드필드진의 지원을 받지 못하며 고립된 공격진까지 동반 슬럼프에 빠지는 악영향이 손흥민에게도 미치고 있는 셈이다.

한편으로 레버쿠젠의 부진에는 보이지 않는 이유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 최근 독일 언론에서 레버쿠젠 선수단 내에 파벌이 형성되어있다는 폭로가 나오며 논란을 일으켰고, 주포인 시드니 샘은 올 시즌 이후 살케로 이적하기로 합의하면서 경기력이 뚝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분명 전력보강이 부족했지만, 반면 특별한 전력누수도 없는 레버쿠젠이 전반기와 후반기 전혀 다른 팀으로 추락한 데는 선수들 간의 믿음과 조직력에 균열이 생긴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만하다.

손흥민 앞으로 8경기만 남겨둔 상황... 대진운 비교적 수월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손흥민에게는 미래를 생각하면 이런 상황도 소중한 경험이 될수있다. 최근 흐름이 좋지 않을 때 팀의 주전으로서 자신이 어떤 식으로 경기를 풀어 나가야하고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지 한 번 더 생각해보고 집중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최근 경기에서 손흥민에게 돌아온 슈팅찬스는 경기당 1~2번 정도에 불과했다. 그만큼 손흥민에게 공이 제대로 배급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동료들의 부진에 덩달아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이럴수록 수비가담과 연계플레이 등 좀 더 적극적인 팀 공헌도를 보여줄 필요도 있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기회를 살리는 것이 공격수의 숙명이기도 하다.

손흥민은 6월에 열리는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도 대표팀의 주력으로 중용될 가능성이 높다. 고질적인 수비 불안 문제와 더불어 골 결정력은 월드컵에서 상대적 약체로 분류되는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에게 있어서도 비슷한 고민이다. 손흥민의 성숙이 곧 대표팀의 경쟁력 향상에도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레버쿠젠은 올 시즌 이제 8경기만을 남겨놓고 있다. 다행히 하위권팀들과의 일정이 많아서 대진운은 비교적 수월하다. 손흥민은 오는 27일 지동원-홍정호과 있는 아우크스부르크와의 코리안 더비를 통하여 다시 한 번 득점포 재가동과 무승 탈출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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