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자는 다른 누군가의 인생을 살아보는 거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제가 연기하는 거고, 제 모습을 통해 보여주는 거잖아요. 다른 배우가 할 땐 또 다른 모습이 나올 거고요. 그러니 어쨌든 (극중 역할도) 내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가 이 역할이 되는 게 아니라 역할을 나에게 입히는 거죠. 물론 현재까지의 생각이에요. 나중엔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이런 생각을 해 가면서 자신의 철학이 생긴다 생각해요."
이정민
20 - "드라마 속 민수 통해 어렸을 때를 돌아보게 됐다"과연 박서준은 총 20부작 <따뜻한 말 한 마디>를 통해 자신의 어떤 모습을 발견한 것일까. 박서준은 "내 어렸을 때를 돌아보게 됐다"며 "아버지가 지금은 굉장히 가정적이시지만, 어렸을 땐 엄격하셨다"고 입을 열었다. 그 아래에서 장남으로 자랐던 그는 자연히 '착한 아들'이 되어야만 했다. "동생들에게 영향이 갈 수 있으니까, 모난 행동을 못 하고 '누르는 생활'을 했어야만 했다"는 박서준은 "표현에 서툴고, 의사소통이 어렵고, 낯가림이 심했던 모습들이 민수와 많이 닮았더라. 그런 모습이 오버랩 되면서 '그땐 그랬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민수를 보며 '자존감이 많이 떨어지는구나' 싶었어요.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그럴 수밖에 없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태어날 때부터 눈치를 보고 살았고, 부모님의 사랑은 많이 부족했고…. 누가 들어 올려 주지 않는 이상 한 번 안 좋은 생각이 들면 사람은 바닥을 파잖아요. 그 바닥까지 아는 인물이었기 때문에 민수는 상대방에게 더 조심스러웠을 거예요. 남들에게 피해를 주는 걸 꺼려하는 인물이고, 자기 행복보다는 남을 배려하는 게 먼저라 생각하는 인물이라 자연스럽게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요? 되게 자연스럽게 이해가 되더라고요. 하지만 시청자 입장에선 안타까웠죠. 민수가 조금만 더 이기적이었다면, 조금만 더 자기를 사랑했더라면 어땠을까 싶어요."1997 - 힘들었던 그 때, 하지만 이제는 추억이 된 그 때앞서 한 인터뷰에서 박서준은 1997년 한국에 닥쳐온 IMF 이후 기울었던 가세, 그리고 찾아왔던 가족의 위기를 털어놓은 적이 있다. 놀라웠다. 한 개인의 인생에서 상처로 기억될 수 있는 때를, 담담하게 꺼내 놓을 수 있는 이유가 궁금했다. "내가 이런 것들을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지금 부모님이 정말 행복하게 지내고 계시고, 그 시절들이 연기자로서의 나에게는 '보물'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박서준은 "사실 내가 그렇게 기억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은 못 했다. 그런데 연기를 시작하면서 과거의 기억을 이야기할 때가 있었는데, 막상 이야기하려니 잘 기억이 안 났다"며 "그래서 '기억을 걷는 시간'을 보내 보니 그런 것들이 있더라. 연기할 때 그런 일들을 떠올리지는 않지만, 그래도 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많이 미친 것 같았다"고 고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