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드라마 스페셜-곡비>의 양반 서출 윤수(서준영 분).
KBS
역사는 해석하는 자의 몫이다. 양반들 대신에 울어줘야 하는 노비 곡비의 삶을 거부하는 연심은 태어날 때부터 신분의 족쇄가 강요되는 조선 사회의 인물(?)이라기보다는 자아를 내세운 근대적 인간상이다. 더구나, 서출인 윤수에게 당신이 원하는 삶이 무엇이냐며 다그치고, 울음을 강요하는 문중의 양반들에게 호통 치며 자기 직업의 진정한 면모를 강조하고 토해내는 연심의 울음은 더더구나 '모던'(modern)하다.
과연 그 시대에 노비가 자신의 주어진 신분을 벗어나는 것이 '도망'이나 '죽음'이 아니고서 가능한지 질문해야 하는 관점에서 보자면, 죽은 자식을 위해 진정한 울음조차 내지 못하는 양반들의 위선을 향해 호통 치는 연심의 모습은 상상력을 넘어선 어불성설이기도 하다.
하지만 오늘에 되살려지는 역사적 관점에서 보자면 신분적 억압에 자신을 다해 저항하는 연심의 그 모습은 감동이 된다. 진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고자 하는 노비의 모습은 오히려 진정한 자아를 찾아 헤매는 우리 시대의 역사적 자기계발서와도 같다. 그런 모던한 의식의 연장선상에서 <곡비>의 감동은 전해져 온다.
역사적 사실과 해석의 위태로운 경계에 선 사극 <곡비>를 살려낸 것은 배우들의 후반부부터의 연기다. '짜증을 내어서 무엇하랴~'라며 난봉가를 그 어떤 노래보다 구슬프게 불러대는 아직 소녀 같지만 그래서 그 누구보다 처연해 보이는 김유정의 연기는 울기 싫어 차라리 웃음을 팔겠다는 연심이 그 자체였다. 언제나 사극에서 그 발군의 매력이 돋보이는 서준영의 서출 연기도 안정적이었으며, 그를 뒷받침하는 기생 어미 임지은의 연기는 몇 장면에 지나지 않았어도 존재감이 두드러졌고, 곡비 어미 황미선의 연기는 처연했다.
하지만 2014년에 들어서 새롭게 선보이는 <드라마 스페셜> 단막극 시리즈는 어딘가 어설프다. 초반까지만 해도 김유정은 극에 녹아들지 않았고, 서준영의 감정도 어색해 보였다. 중반 이후 제대로 연기해는 그들이 같은 사람일까 싶을 정도로.
하지만 그런 불협화음들은 비단 <곡비>만의 문제가 아니다. 스토리가 상투적이거나, 맺음새가 어색하거나, 어딘가 한 가지 이상의 단점들을 몇 회 동안 노정하고 있는 중이다. 과연 그것이 배태되는 원인은 무엇일까. 몇 년 동안 반복된 <드라마 스페셜>의 인력과 소재의 고갈 때문인지, 그게 아니라면 7000여만 원 정도에 불과한 제작비 때문인지, 만족도가 크지 않다. 많은 것이 부족한 상황에서 애써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알지만, 조금만 더 신선하고, 완결성 높은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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