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 파디야 감독의 2014년 <로보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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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판 <로보캅>이 구현하는 비주얼은 컴퓨터 게임을 방불케 한다. 리메이크 버전과 비교해 볼 때 원작의 비주얼은 조악해 보일 정도다. 그러나 극적 완성도나 감수성은 원작이 압도적인 우위다. 리메이크 버전의 관전 포인트는 마이클 키튼과 개리 올드만, 새뮤얼 L. 잭슨 등 쟁쟁한 연기파 배우들이 펼치는 연기대결이다. 하지만 연기파들의 분전에도 원작과의 격차는 전혀 좁혀지지 않는다.
원작은 뛰어난 사회적 텍스트였을 뿐만 아니라 미장센도 뛰어나다. 원작의 무대인 디트로이트는 을씨년스럽다. 공장지대는 녹슬대로 녹슬었고 거리는 지저분하기 짝이 없는 데다 밤이 되면 범죄자들이 활보한다. 원작의 미장센은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 횡행하는 21세기 살풍경을 정확히 예언했다. 이에 비해 리메이크 버전은 오리지널을 넘어서야 한다는 강박증에 사로잡혀 있는 듯 보인다.
리메이크 버전의 강박증은 원작에 대한 오마주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특히 로보캅의 실버 수트나 마약공장에서 로보캅과 악당들이 벌이는 총격신이 그렇다. 그러나 이런 오마주 조차 원작에 미치지 못한다.
원작에서 로보캅은 클레런스 보딕커 일당과 마약공장에서 불꽃 튀는 맞대결을 펼친다. 로보캅과 클레런스 보딕커 일당이 벌이는 총격전은 영화의 백미 중 백미였다. 그러나 리메이크 버전은 이런 박진감 넘치는 장면을 새롭게 재해석하는 데 실패한다.
더구나 OCP의 기계들이 연신 '압달 샬라이쿰'을 연호하며 이라크 주민들을 위압적으로 대하는 오프닝은 불편하다. 오프닝 장면은 흡사 테러범 소탕을 이유로 무인 폭격기(드론)를 이용해 이라크인을 무차별적으로 살상하고도 세계 평화 운운하는 미국의 위선을 정당화하는 것 같은 느낌을 자아내게 한다.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작업보다 리메이크가 더 쉬워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기존에 있는 '무엇'을 새롭게 만드는 일이 아예 새로운 '무엇'을 만들 때 보다 더 어려울 수 있음을 보여준다. 더구나 <로보캅> 리메이크 버전은 기술 진보가 작가 정신의 진보와 직결되지 않음을 여실히 드러내준다.
최근 헐리웃은 리메이크가 대세다. <저지 드레드>, <토탈 리콜>, <올드 보이>에 이어 <로보캅>까지. 그런데 리메이크 '신상'들이 하나같이 원작의 작품성을 뛰어넘지 못한 범작으로 그치는 실정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라면 스파이크 리가 리메이크한 <올드 보이>다. <로보캅>의 경우도 실패한 사례에 해당한다. 아무래도 헐리웃은 다른 데서 활로를 찾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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