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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 공유 쫓다 보니...미간에 주름 생겼네"

[인터뷰] 민세훈 대령 역 박희순 "마초일 것이라는 편견?...저 편한 놈이에요"

14.01.02 09:12최종업데이트14.01.02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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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는 하면 할수록 어려운 것 같아요. 더 조심스럽기도 하고. 좀더 새로운 것을 찾고 싶은 것도 있고 기존에 해 왔던 것이라도 좀 더 단단하게 하고 싶은 것도 있죠. 여러 가지로 더 고민이 많고 생각이 많아지니까 더 어려운 거 같아요."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조경이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영화 <작전><혈투><의뢰인><가비><간기남> 등의 작품에 이어 영화 <용의자>로 돌아온 박희순. 최근 박희순은 강렬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인물을 주로 연기했다. 이 때문에 관객들은 박희순의 이미지를 '강렬한 카리스마'로 느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저를 센 사람으로 알지만 사실 부드러운 면도 있어요. 그런데 부드러운 역할의 작품들이 다 망해서…. (웃음) 강한 영화들만 잘 되어서 저를 강한 이미지로 기억하시더라고요. 기회가 된다면 흥행이 안 된 좋은 작품들도 꼭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그가 이번에 출연한 영화 <용의자>는 북한 최정예 특수요원 출신 탈북자 지동철(공유 분)이 우연히 목격한 한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 된 후, 모두의 타깃이 된 채로 쫓기는 동시에 자신의 가족을 죽인 자를 쫓는다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 박희순은 <용의자>에서 지동철을 쫓는 민세훈 대령 역을 맡았다. 지동철을 쫓는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 이면에, 악연이었던 지동철이 알고 보니 가족을 죽인 자를 쫓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연민을 느끼는 인간적인 모습도 함께 갖고 있다.

"작품을 할 때마다 주름이 극 중 성격에 맞춰 하나씩 생기는데 이번에는 미간에 주름이 잡혀 있더라고요." ⓒ 이정민


"감독님의 주문 자체가 '눈에 물기가 계속 있으면 좋겠다'였어요. 분노, 복수심 같은 감정을 참아내고 이성적으로 이겨내려는 게 눈가가 젖어 있는 것으로 표현되면 좋겠다고. 극중 여러 가지 복합적인 감정이 있어요. 훈련을 마치자마자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일주일을 버틴 상태라 육체적인 피로가 굉장히 크지만 이겨내야 하고, 군인 대 군인으로 자존심에 상처를 낸 지동철을 잡아야 한다는 복수심도 있죠. 작품을 할 때마다 주름이 극 중 성격에 맞춰 하나씩 생기는데 이번에는 미간에 주름이 잡혀 있더라고요."

민세훈 대령은 피로한 상황 속에서 눈을 부릅뜨고 지동철을 추격한다. 거기에 자신도 모르는 거대한 음모가 내부에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는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추격전을 이어간다. 박희순은 지동철과 김실장(조성하 분), 최경희(유다인 분), 그리고 조대위(조재윤 분) 등과의 다층적인 관계 속 민세훈 대령의 복잡한 감정들을 유연하게 풀어냈다.

이와 함께, 박희순은 극중 스카이다이빙 신으로 시선을 사로잡기도 했다. 과연 <용의자>에서 박희순이 가장 촬영하기 어려웠던 신은 무엇이었을까. 박희순은 극 후반 최경희를 차에 태운 채 지동철을 쫓는 추격신이 가장 어려웠다고 전했다.

"카체이싱 장면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요. 한 달 반 정도 찍었어요. 사건사고가 많이 발생할 수 있는 위험한 신들이었기 때문에 제 개인적인 안위도 걱정됐지만 공유를 비롯해 액션팀, 스태프들, 보조출연자 등 모두가 다치지 않기를 바랐죠. 크게 다친 사람 없이 무사히 끝나서 다행이었어요."

"'용의자'로 처음 만난 공유, 정서적으로 통하는 게 있더라"

"제가 작품 속에서 센 캐릭터를 많이 해서 어렵게 보는 후배들이 있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촬영장에서 처음 만났을 때 먼저 다가가서 '나 편한 놈이니까 막 대해줘'라고 격 없이 다가가는 편이에요." ⓒ 이정민


특히 이번 영화에서 박희순은 영화 <작전>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던 조재윤과 찰떡 호흡을 선보인다. <용의자>에서 민세훈의 오른팔로 출연한 조재윤과의 코믹한 호흡으로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역할에 유머러스함을 불어넣고, 극의 긴장감을 이완시키는 것.

"(조재윤은) <작전>에서 제 부하로 나왔어요. 그때부터 알고 지냈고 워낙 코믹한 연기를 잘 하는 배우라서 호흡을 잘 맞췄던 것 같아요. 이번 작품에서도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가장 많이 했어요. 그 친구가 캐스팅되면서 저를 귀찮게 했죠. (웃음) '형,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요'라고 하면서 친하다 보니까 같이 술자리도 많이 했고 (대본) 리딩도 함께 많이 했어요. 서로 아이디어도 내면서 즐겁게 촬영했습니다."

조재윤 외에도 영화 <혈투> <의뢰인>에 이어 <용의자>까지 여배우들보다는 남자배우들끼리 작품에 연이어 출연을 하면서 처음으로 작품을 함께 한 공유와도 호형호제하는 사이가 됐다.

"첫 만남 때부터 분위기가 좋았어요. 공유랑은 정서적으로 통하는 게 있더라고요. 스타지만 마이너적인 성향도 갖고 있고 부드러움 속에 이성적인 면도 있고요. 지적이기도 하고. 되게 좋았어요. 남자가 봐도 좋은 친구였습니다."

박희순은 충무로에서 인간적인 면으로 이견 없이 호평을 받고 있는 배우다. 사람 좋기로 유명하고, 선후배 사이에서 두루두루 좋은 관계를 맺고 있는 덕분이다.

"제가 작품 속에서 센 캐릭터를 많이 해서 어렵게 보는 후배들이 있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촬영장에서 처음 만났을 때 먼저 다가가서 '나 편한 놈이니까 막 대해줘'라고 격 없이 다가가는 편이에요. 서로 격식을 차리다 보면 끝도 없고 허례허식 같은 것도 안 좋아하거든요. 제가 센 역할 많이 해서 보통 마초일 것 같다고 편견을 갖고 있는 분들도 있던데 첫 만남부터 다 깨집니다.(웃음)"

"연기, 뭣 모르고 던지던 시절 그립기도...이제는 노파심이 생긴다"

"연기는 하면 할수록 어려운 것 같아요. 더 조심스럽기도 하고. 좀 새로운 것을 찾고 싶기도 하고, 기존에 해 왔던 것이라도 좀 더 단단하게 하고 싶기도 하죠. 여러 가지로 더 고민이 많고 생각이 많아지다 보니까 더 어려운 것 같아요." ⓒ 이정민


1990년 연극 <심청이는 왜 두 번 인당수에 몸을 던졌는가>로 연기자의 길을 걷기 시작한 박희순. 다수의 연극과 영화,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20여 년 동안 수십 편의 작품에 출연했다. 이제 '박희순' 하면 관객들이 믿고 보는 배우가 되었다.

"연기는 하면 할수록 어려운 것 같아요. 더 조심스럽기도 하고. 좀 새로운 것을 찾고 싶기도 하고, 기존에 해 왔던 것이라도 좀 더 단단하게 하고 싶기도 하죠. 여러 가지로 더 고민이 많고 생각이 많아지다 보니까 더 어려운 것 같아요. 뭣 모르고 할 때는 막 질렀는데, 이제는 노파심도 많이 생기고 이것이 맞는 돌다리인 것인지 자꾸 두드려 보게 됩니다. 자신 있게 던졌던 때가 조금 그립기도 해요." 

개봉 8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영화 <변호인>과 나란히 쌍끌이 흥행을 하고 있는 <용의자>. 큰 예산의 영화라서 부담감이 있을 것 같다고 묻자 박희순은 "에이~공유가 있는데요"하며 너털웃음을 짓는다. 그러나 이내 "아무리 많은 영화를 개봉해도 항상 개봉할 때 마음은 똑같다"라며 "어떤 배우도 이 부분에 있어서는 초연할 수 없을 것 같다. 개봉하고 나서는 무조건 관객들이 많이 봐주시면 좋겠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털어놨다.

<용의자> 속 숨은 사람
추천합니다!

박희순은 영화 <용의자>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땀 흘리고 수고한 '숨은 사람'으로 민세훈 대령의 액션 대역을 해 준 스턴트맨 최성겸씨를 꼽았다.

"이런 액션 영화를 촬영할 때는 각 배우별로 담당 대역들이 있어요. 제 담당이었던 스턴트 배우는 최성겸씨입니다. 차 액션 할 때 그분이 먼저 위험한 것을 다 보여주시고, 제가 그분 따라서 연기를 하는 거죠. 실제 진짜 어려운 것은 그분이 다 하는 거였어요. 위험하고 힘든 장면들을 촬영해 준 그분께 인터뷰를 통해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용의자 박희순 공유 조재윤 유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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