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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대한민국에서 1920년대 뉴욕으로 가는 법

[공연리뷰]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 1983년 국내 초연 이후 꾸준히 사랑 받는 이유

13.12.11 11:05최종업데이트13.12.11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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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에서 스카이로 분한 배우 김다현 ⓒ CJ E&M


|오마이스타 ■취재/이언혁 기자| 오후 7시. 서울 강남구 압구정 BBC 씨어터가 있는 건물에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였다. 로비에 들어서면 '여기에 과연 공연장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조용하지만,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 7층에는 또 다른 세계가 있었다. 건물에 들어설 때부터 조금씩 들떠있던 관객들은 오후 8시, 드디어 막이 오르자 2013년의 대한민국을 떠나 1920년대 뉴욕으로 향했다.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은 미국 브로드웨이의 고전이다. 극의 무대도 브로드웨이다. 1983년 국내 초연된 뒤 꾸준히 공연됐던 이 뮤지컬은 빅밴드 반주의 곡으로 구성됐다. 최근 만나볼 수 있는 다른 뮤지컬에 비해 노래가 적고, 주인공들의 대사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남자들이 모여있는 도박판이 자주 등장하기 때문에 남자 배우들의 군무 등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에서 사라 역을 연기하는 배우 김지우 ⓒ CJ E&M


2013년부터 오는 2014년 1월까지 <아가씨와 건달들>을 이끄는 배우들은 김다현·류수영·송원근(스카이 역), 김지우·이하늬(사라 역). 10일 공연에서는 김다현과 김지우가 호흡을 맞췄다. 김다현은 항상 냉정하고 차분해 보이지만, 능글맞은 면도 있는 매력남 스카이로, 김지우는 발랄하고 사랑스러운 선교사 사라로 분했다.

스카이와 사라가 브로드웨이에서 쿠바로 넘어가고, 이 과정에서 서로의 마음을 알게 된 두 사람이 점차 달라지는 모습은 관객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여기에 도박사인 네이슨(박준규 분)과 약혼한 뒤 14년간 결혼을 기다린 아들레이드(구원영 분)의 존재도 힘을 보냈다. 특히 아들레이드는 노처녀가 된 서글픈 심정을 노래로 풀어내며 관객에게 유쾌함과 재미를 안겼다.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에서 네이슨과 아들레이드로 호흡을 맞추는 배우 박준규와 구원영 ⓒ CJ E&M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다. 스카이와 사라, 그리고 네이슨과 아들레이드 커플이 우여곡절 끝에 해피엔딩을 맞는 부분이 급작스럽게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바로 전 넘버에서 "결혼해야 한다"고 외쳤던 사라와 아들레이드가 다음 무대에서 갑자기 유부녀가 되는 결말이라니. 2시간 넘게 "14년이나 기다렸다"는 것을 강조했는데 말이다. 아들레이드의 소원이었던 결혼은 한순간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가씨와 건달들>이 매력적인 건, 단순히 배우들의 호흡 덕분만은 아니다. 베니(임춘길 분), 나이슬리(김태한 분), 브래니건 형사(이종문 분), 아비드(조유신 분), 빅쥴(김용구 분) 등이 굵직한 목소리로 부르는 넘버들도 인상적이지만, 무엇보다 그동안 무대 바닥에 숨겨져 있던 오케스트라가 무대 위 뒤편에 자리한 오픈 라이브 공연이라는 점이 신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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