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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C 김효범-박경상... 도미보다 가자미!

주인공이 되기보다 팀 승리 위해 노력할 때

13.11.09 14:16최종업데이트13.11.09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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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보다 가자미!'

이노우에 다케히코 원작의 인기 일본농구만화 ´슬램덩크(SLAM DUNK)´를 보면 가자미에 대한 일화가 나온다.

주인공 강백호와 동료인 센터 채치수는 전국대회에서 신현철이라는 엄청난 강적을 만나 좌절한다. 도 대회에서만큼은 최고의 빅맨중 한명인 그였지만 신현철은 그보다 한단계 윗레벨의 기술과 골밑 장악력을 선보이며 채치수의 자신감을 산산조각 내버린다.

그때 그의 전 라이벌인 변덕규가 등장해 "화려한 기술의 신현철은 도미…. 너에게 화려하단 말이 어울린다고 생각하느냐? 채치수 넌 가자미다. 진흙투성이가 돼라!"고 충고한다.

순간 채치수는 잠시 놓고 있던 팀플레이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자신은 신현철에게 질 수 있어도 팀이 이기면 결국 원하는 목적은 달성한다는 것을 느낀 것, 마음을 다잡은 채치수는 이후 허망한 자존심을 버린 채 동료들을 살려주는 플레이를 통해 위기를 돌파해갔다.

프로농구 전주 KCC 김효범(30·195cm)과 박경상(23·180cm)은 지난 시즌 소속팀 팬들에게 그나마 희망을 던져줬던 선수들이었다. 이전 왕조를 이끌었던 주전선수들의 대거 이탈로 인해 과거의 명성을 잃고 삽시간에 꼴찌로 추락한 가운데 그나마 자신감있는 플레이를 통해 다음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줬기 때문, 허재 감독은 특유의 자신감 농구에 대한 철학을 고수하며 이들의 기량을 끌어올리는데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이었다.

김효범은 한때 국내 최고의 슈팅가드중 한명으로 평가받았던 선수다. 뛰어난 장거리슈터이면서도 특유의 탄력있는 플레이를 통해 파워풀한 돌파, 덩크슛 등 화려한 플레이까지 자유자재로 구사했다. 하지만 군 문제 발언 등으로 구설수에 오르며 팬심을 잃어가기 시작하는 가운데 거액을 받고 이적했던 SK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플레이를 펼치며 계륵으로 전락하기에 이른다.

그런 상황에서 허재감독은 지난 시즌 전력강화의 목적으로 외국인선수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김효범을 전격 영입했다.

박경상은 작년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4순위로 팀에 입단한 2년차 가드다. 입단 당시만 해도 중앙대 출신 장신가드 유병훈(190cm)을 원했던 팬심에 밀려 '미운오리새끼'취급을 받았지만 특유의 자신감있는 플레이를 통해 리빌딩 주역의 한명으로 이미지를 바꾸기 시작한다.

박경상은 고교 시절부터 '한국판 아이버슨'으로 불렸다. 단신이면서도 한번 폭발하면 아무도 막지 못할 만큼 무시무시한 공격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하지만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며 명성만큼 성장하지 못했고 어느덧 톱 가드 라인에서도 밀려난 지 오래였다. 박경상 본인조차 지명이후 "1라운드에 뽑히기만 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기에 이름이 불린 순간 깜짝 놀랐다"고 밝혔을 정도다.

박경상에게 KCC는 기회의 땅이다. 특출난 장점없이 자신감만 가득한 단신가드이지만 그러한 마인드를 높이 사는 허감독이 있기에 수없이 많은 기회를 받을 수 있다. 정해진 패턴만 중시하는 감독이 지휘하는 팀이었다면 자칫 박경상은 가치도 인정받지 못하고 묻힐 수도 있었다.

어쨌든 지난 시즌 팀의 주득점원으로 활약했던 김효범-박경상은 올 시즌 들어 주전경쟁에서 밀려난 상태다. 대학최고의 가드로 명성이 자자했던 슈퍼루키 '데릭민구' 김민구(경희대·191cm)가 전체 2순위로 팀에 합류한 가운데 부상으로 지난시즌 내내 잠정휴업이었던 장신포워드 장민국(24·199cm)이 본격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이다. 확정은 되지 않았지만 현시점에서 KCC가 낼 수 있는 최상의 멤버는 김민구-강병현-장민국-노승준-외국인선수라고 할 수 있다.

선수입장에서 주전으로 뛰고 안뛰고는 큰 차이가 있다. 경우에 따라 더 분발하기도 혹은 좌절하기도 한다.

김효범같은 경우는 많은 시련을 겪은 탓인지 여러모로 성숙한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SK시절만해도 혼자 하는 농구를 펼친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지만 올 시즌 들어 완벽한 가자미(?)로 거듭났다.

특유의 자신감있는 공격력은 여전하지만 자신이 주역이 되기보다는 강병현-김민구 등에게 먼저 기회를 양보하고 자신은 받쳐주는 플레이를 펼치고 있다. 공을 오래 소유하기보다는 빠르게 패스를 돌리고 공을 가지고 있지 않을 때도 끊임없이 움직이며 빈공간 창출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다.

거기에 잘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수비에도 적극적으로 열심히 임해 허감독의 신임을 사고 있다. 팬들도 어느덧 김효범에게 '벤치 에이스'라는 수식어를 붙여주며 고마워하는 분위기다.

반면 박경상은 2년차 징크스에 시달리고 있다. 그는 단신가드임에도 팀조율보다는 자신의 공격이 먼저인 전형적인 공격형 가드다. 어찌보면 1번보다는 2번 혹은 포워드가 어울리는 성향의 선수라고 할 수 있다. 신장이 작기 때문에 1번을 볼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지난시즌 같은 경우 팀 내 득점할 선수가 너무 없었기에 이런 플레이가 통했다. 그러나 올 시즌은 다르다. 김민구-강병현 등은 박경상보다 신체조건도 월등하거니와 공격력에서도 한 수 앞서는 선수들이다. 이럴 경우 박경상은 자신의 공격욕심을 자제하고 이들을 받쳐주는 플레이를 해야 한다.

하지만 이게 잘 안된다. 아마시절부터 워낙 자신이 먼저 공격을 하는 것을 즐겼던 스타일인지라 도우미 역할이 어색하다. 거기에 드리블도 불안하고 시야도 좁아 팀플레이시 실책이 너무 많다.

화려한 플레이는 종종 나오지만 볼 운반이 잘 안되는지라 지켜보는 팬들 입장에서는 불안하기만하다. 드리블이 안좋을 경우 속공시 빠른 패스를 통해 동료들에게 다음 플레이를 맡겨야하는데 앞뒤 안가리고 골밑만보고 뛰다가 상대수비에 막히면 어쩔 수 없이 죽은 패스를 빼주거나 허둥지둥대다 공을 빼앗기기 일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경상은 KCC에 필요한 선수다. 타고난 강심장에 한번 폭발하면 걷잡을 수 없는 엄청난 공격력을 가지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에이스마인드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은 아쉬운 부분이 많을지 몰라도 아직 어린선수인지라 발전가능성은 충분하다. 다만 본인이 더 좋은 선수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팀에 녹아드는 플레이가 절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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