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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예체능' 농구 첫 승...모두가 MVP

[TV리뷰] 오랜만에 승전보 울린 예체능팀...재미와 감동 동시에 견인했다

13.10.30 14:32최종업데이트13.10.30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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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동네 예체능> 29일 방송된 KBS 2TV <우리동네 예체능>에서 예체능팀이 첫 농구 시합에서 승리했다.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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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 안에선 모두가 진지했다. 선발 멤버로 발탁되지 못해 벤치에서 장난을 치던 강호동, 이수근도 코트 위에서는 그 누구보다 뜨거운 투지로 진지하게 경기에 임했다. 배드민턴이 남긴 패배의 저주를 어떻게 해서든 농구로 벗어나고 싶은 모습이었다. 그들이 승리를 얼마나 바랐는지는 강호동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과 셰퍼드처럼 끈질기게 공과 상대를 쫓았던 이수근의 눈빛이 충분히 말해주고 있었다.

29일 방송된 KBS 2TV 예능 프로그램 <우리동네 예체능>에서 예체능팀이 경기도 하남 여성부팀을 상대로 기분 좋은 첫 승을 거뒀다. '예체능팀 승리'라는 자막을 언제 봤는지 까마득할 정도로 오랜 가뭄(?) 끝에 터진 이날의 승리는 보는 내내 적잖은 긴장을 유발하며 그 내용 면에서도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이끌었다.

이날 경기에서 무엇보다 놀라웠던 것은 '농구 풋내기'들의 성장이었다.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훈련 기간을 통해, 각자는 경기 일주일 전부터 과제를 부여받고 이를 성실히 수행했다. 그래도 농구가 팀플레이이기에 개인 훈련만으로 성과가 있을까 싶었지만, 이들은 각자의 기량을 뽐내면서도 팀을 위해 헌신하며 경기를 최선으로 만들었다.

이수근 "농구는 '신장'이 아니라 '심장'으로 하는 거야"

그중 이수근은 단연 발군이었다. 유리하지 않은 신체조건 탓에 선발 멤버에서도 밀리고 가장 나중에서야 코트를 밟았지만, 들어가자마자 그 특유의 순발력과 승리를 향한 의지로 팀의 활력소 역할을 톡톡히 했다. 코트 밖으로 나가는 공을 끝까지 쫓아 같은 팀 멤버에게 패스하고, 최인선 감독이 셰퍼드의 역할을 맡기자 정말 셰퍼드처럼 끈질기게 주공격수의 발목을 묶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단독 공격의 기회가 왔을 때는 주저 없이 돌파해 단독 슛을 성공시키기까지 했다. 그의 활약상에는 "농구는 신장이 아니라 심장으로 하는 거야!"라는 그의 멘트가 따라 붙어 더 큰 웃음을 자아냈다.

이수근과 같은 풋내기 수준인 강호동은 이날 경기에서 첫 득점을 올리지는 못했지만 존재만으로 상대팀에게 큰 압박을 주는 명 수비수의 역할을 해냈다. 리바운드를 몇 개 잡지 못해서 상대팀과 똑같이 점프를 뛰면 상대 선수가 겁을 먹은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인상 깊은 플레이는 없었지만 농구의 기본도 몰랐던 몇 주 전에 비해 한껏 성장한 것만은 확실했다.

예체능 원년멤버들이 농구 풋내기라면, 서지석·박진영·줄리엔강·이혜정은 단연 실력자다. 선수 출신으로 첫 득점을 가볍게 성공시킨 이혜정은 여성 멤버답게 가장 침착했다. 서지석은 다재다능 슈터라는 별명답게 슛을 득점으로 연결시키는 능력이 탁월했다. 상대가 서지석을 파울로 막아서는 일이 많았는데, 그때마다 얻은 자유투는 골대 그물을 흔들었다. 박진영 역시 주장답게 침착하고 유연한 플레이를 보였다. 줄리엔강은 큰 키를 이용해 골밑에서 슛과 리바운드를 도맡았다.

서지석이 마이클 조던의 슛과 흡사한 슛을 성공시키고 있다 ⓒ KBS


이날 <우리동네 예체능>은 모두가 MVP라고 해도 손색없을 정도로 알찬 경기 내용을 보여줬다. 게다가 방송으로서도 재미와 감동을 만들었다.

경기를 방송하는 날이면 다른 방송분에 비해 급격히 줄어드는 것이 출연자들의 멘트다. 이날 방송에서도 경기에 집중한 출연자들은 경기에 필요한 말 이외에 방송의 재미를 위한 멘트는 하지 않았다. 그나마 원년멤버로서 이 프로그램을 계속 이끌어나가야 하는 강호동, 이수근 만이 <우리동네 예체능>이 스포츠 프로그램이 아니라 예능 프로그램이라는 사실을 의식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들은 말이 먹히지 않는 경기장에서 행동으로라도 웃음을 자아내기 위해 노력했다. 이수근이 코트 밖으로 나갈 뻔한 공을 살려내면서 관중석 의자에 태연하게 앉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또한 이날 방송을 스포츠가 아닌 예능으로 이끌었던 일등공신은 뭐니 뭐니 해도 깨알 같은 자막이었다. 자막만이 예능 프로그램으로서의 사명(?)을 다하는 듯 미소부터 폭소까지 다양한 웃음을 변주했다. 박진영의 활약에는 그의 음악철학(?)을 패러디한 '블록샷반 득점반'이라는 자막을 붙이고, 줄리엔강에게는 '전천후 농구기계'란 별명의 자막이 붙었다.

이외에도 서지석의 슛 장면을 마이클 조던의 슛 장면과 교차편집하며 치켜세운 것을 시작으로, '잘했어' '최고야' '지옥까지 가는거야!' 등 예체능팀 실력에 다소 과하게 살을 붙인 자막들이 오글거리기도 했지만, 확실히 이날 자막은 <우리동네 예체능>을 예능으로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정말 오랜만에 승리를 이뤄내면서 <우리동네 예체능>은 스스로의 존재를 다시 증명해냈다. 하지만 여기서 안주하지 말고 이제는 남성 농구팀과 붙어 더 값진 승리를 따내야 한다. 다음 주 '똥개 석주일'과의 혹독한 훈련이 다음 승리의 밑거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길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jksoulfilm.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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