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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는 배우다' 이준 알아본 매니저, 톱 뮤지컬 스타랍니다

[인터뷰] 연극 '클로저'·영화 '배우는 배우다' 동시 출격한 서범석

13.10.26 09:55최종업데이트13.10.26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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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클로저'와 영화 '배우는 배우다'에 출연하는 뮤지컬 배우 서범석 ⓒ 악어컴퍼니


배우 서범석은 연극과 영화에서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다. 그는 연극 <클로저>에서 헤어진 안나에게 딱 한 번만 함께 있어달라고 집요하게 매달리고, 영화 <배우는 배우다>에서는 무명의 오영(이준 분)을 톱스타 반열에 올려놓는 매니저로 등장한다. 영화 출연 분량으로 따지면 이준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분량을 연기한다.

사실 그는 연극이나 영화보다 뮤지컬에서 티켓 파워를 좌우한다. 노래만 잘하는 뮤지컬 배우인 줄 알았는데, 연기에 대한 욕심이 상당한 배우 서범석을 24일 대학로에서 만났다.

연극 <클로저>의 한 장면 ⓒ 악어컴퍼니


- 연극 <클로저>의 래리와 영화 <배우는 배우다>의 김장호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보인다. '키 메이커'라는 점이다. 래리는 세 주인공의 관계를 쥐락펴락하고, 매니저 김장호는 무명 배우인 오영을 톱스타로 만든다.
"영화를 찍은 다음 재촬영이 있었다. 처음 대본에서는 제가 연기하는 김장호의 역할이 '왜 나왔다 들어갔지?' 할 정도로 분량이 없었다. 이런 제 캐릭터를 감독님이 연기 인생의 멘토까지 담당하는 매니저 역할로 만들어줬다. 

<클로저>의 인물들은 자기중심적으로 흐른다. 하지만 제가 연기하는 래리는 타인까지 모두 볼 수 있다. 작가가 관찰자적인 시점에서 캐릭터의 심리를 파악하게끔 래리를 설정했기에 키 메이커로 보일 수는 있다. <클로저>에서는 극 중 래리보다 앨리스가 키 메이커다. 앨리스로 사건이 시작하고 마무리된다."

- 래리의 사랑은 어떤 것일까.
"안나에게 복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막상 안나가 가겠다고 할 때는 놔줄 줄 안다. 안나 이후에도 앨리스와 잠깐 살고, 앨리스 이후에도 간호사와 잠깐 있고... 주변에 여성이 항상 있어야 하는 게 래리다. 사랑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거나 집착하지 않는다."

- 기존의 캐릭터보다 래리가 파격적인 설정이라 뮤지컬 팬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깜짝 놀랐다고 한다. 숭고한 사랑, 전작 <두 도시 이야기>는 시대의 구원이라는 메시지를 담았는데, <클로저>에서는 노골적이면서 집요한 캐릭터를 연기한다. 욕도 하고 음란 채팅도 한다. 파격적인 설정이라 팬들이 놀란다. 그럼에도 안나와의 관계에서 래리를 풀어가기보다는 앨리스가 잠시나마 휴식처로 느낄 수 있는 푸근한 래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 앨리스의 마음을 꿰뚫어 볼 수 있는 래리, 앨리스를 알아봐 주는 래리로 풀어가는 중이기도 하다. 연기하며 가장 좋았던 반응이 '애드리브야 실제 대사야?'하는 반응이었다. 애드리브와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관객이 편안하게 느끼는 걸 보고 <클로저>를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 뮤지컬 후배들이 존경하는 선배로 서범석씨를 꼽는데.
"연기로 풀어야 할 부분을 배우가 놓칠 때가 있다. 놓치는 부분을 짚어주다 보니 좋아하는 게 아닐까. 제가 기존의 뮤지컬 배우와 다른 점은 노래보다는 연기에 대한 접근을 먼저 했다는 것이다. 노래도 웬만하면 연기로 풀고 가사가 잘 들리도록 노력했다. 그 덕에 제가 하는 노래는 잘 들린다.

가사에 의미를 심고, 끊어 읽기를 해서 잘 들린다. 잘 들리는 게 중요하다. 배우의 감정이 아무리 좋아도 관객에게 들리지 않으면 그 감흥이 전달되지 않는다. 반대로 감정 전달이 서툴어도 관객에게 잘 들리면 관객은 캐릭터의 감정을 상상할 수 있다."

연극 <클로저>의 한 장면 ⓒ 악어컴퍼니


- <배우는 배우다>에서 김장호는 오영을 스타의 자리까지 올려놓고 버림받는다.
"뮤지컬을 할 때는 아이디어를 제안할 수 있는 위치다. 하지만 영화는 이제 갓 발을 들여놓아서 그 정도의 위치는 아니다. 카메라 앵글을 쫓아가기도 바쁘다. 현장에서 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면 대본에서 좀 더 갈 수 있는 지점, 예를 들면 마지막에서 오영이 좌절할 때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해 보자'라고 용기를 북돋웠다면 제가 연기하는 김장호도 좀 더 비중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영화 현장에서 그 정도는 아니다."

- 뮤지컬 외길 인생을 걷다가 연극에 이어 영화에도 출연한다.
"저는 뮤지컬 배우이면서 동시에 연기자다. 모든 장르를 아우르는 배우가 되어야 한다. 무대에 서는 동안 제 존재감, 대사의 정확성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이를 연극이나 영화에서 반영하고자 노력한다. 반면에 뮤지컬에서 하던 대사 톤이나 발성이 연극이나 영화 작업에는 방해될 수 있다. 연기하는 매체의 성격에 맞게 자연스럽게 반영하고자 노력한다."

- 라이선스 뮤지컬은 창작 뮤지컬만큼 배우의 색깔을 입히기 쉽지 않다. 그럼에도 서범석씨는 자신의 색깔을 덧입힐 줄 안다.
"원작을 열심히 읽어야 가능하다. 라이선스 뮤지컬이 국내에 들어올 때에는 완성본으로 온다. 우리나라 창작뮤지컬처럼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은 다음에 오는 완성본이다. 완성본에는 빠지는 요소가 있다. 저는 완성본 뒤에 감춰진 빠진 요소를 찾아내려고 노력한다.

왜 그래야만 하는가를 찾으려고 굉장히 노력한다. 원작을 열심히 읽다 보면 제가 생각하는 심리와 작가가 생각하는 심리가 다를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원작에서 답을 찾으려고 한다. 대본을 분석하고 인물이 왜 이렇게 움직이는가 고민하는 것을 20년 동안 했다."

연극 <클로저>의 한 장면 ⓒ 악어컴퍼니


- 앞서 서지영씨와 인터뷰할 때 "같이 뮤지컬을 공부한 사람 중 지금까지 남은 사람은 서범석씨밖에 없다"는 말을 들었다. 
"'뮤지컬 배우로 뭘 해야 할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다. 노래였다. 노래를 집중적으로 공부하고 연구했다. 처음부터 뮤지컬 배우가 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연기자가 되자는 생각이 앞섰다. 연기자가 되어야 하는데, 뮤지컬을 하면 연기자가 될 것 같았다.

미국에서는 제일 알아주는 배우가 영화배우가 아니다. 뮤지컬 배우다. 노래와 춤, 연기를 모두 할 줄 알아서다. 연기자가 노래와 춤, 연기를 모두 할 수 있는 분야가 뮤지컬이라 뮤지컬을 시작했다. 뒤에서 춤추는 앙상블 생활을 열심히 했다. 그러다가 '왜 나는 앙상블만 하지? 왜 배역을 못 받지?'하는 고민을 했다. 

결국 '노래를 잘해야 배역을 받는다'는 답을 찾았다. 그 뒤부터 노래를 연구했다. 레슨 선생님 네 분을 거치며 하루에 9시간 이상 노래했다. 그랬더니 배역이 오더라. 그런데 배역이 다가 아니었다. 연기로 노래를 풀어갈 줄 알아야 하나의 노래를 완성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음표만 따라가는 게 아니라, 이 노래를 통해 관객과 어떤 정서를 나눌 수 있는가를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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