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클로저>의 한 장면
악어컴퍼니
- 연극 <클로저>의 래리와 영화 <배우는 배우다>의 김장호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보인다. '키 메이커'라는 점이다. 래리는 세 주인공의 관계를 쥐락펴락하고, 매니저 김장호는 무명 배우인 오영을 톱스타로 만든다."영화를 찍은 다음 재촬영이 있었다. 처음 대본에서는 제가 연기하는 김장호의 역할이 '왜 나왔다 들어갔지?' 할 정도로 분량이 없었다. 이런 제 캐릭터를 감독님이 연기 인생의 멘토까지 담당하는 매니저 역할로 만들어줬다.
<클로저>의 인물들은 자기중심적으로 흐른다. 하지만 제가 연기하는 래리는 타인까지 모두 볼 수 있다. 작가가 관찰자적인 시점에서 캐릭터의 심리를 파악하게끔 래리를 설정했기에 키 메이커로 보일 수는 있다. <클로저>에서는 극 중 래리보다 앨리스가 키 메이커다. 앨리스로 사건이 시작하고 마무리된다."
- 래리의 사랑은 어떤 것일까."안나에게 복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막상 안나가 가겠다고 할 때는 놔줄 줄 안다. 안나 이후에도 앨리스와 잠깐 살고, 앨리스 이후에도 간호사와 잠깐 있고... 주변에 여성이 항상 있어야 하는 게 래리다. 사랑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거나 집착하지 않는다."
- 기존의 캐릭터보다 래리가 파격적인 설정이라 뮤지컬 팬들의 반응이 궁금하다."깜짝 놀랐다고 한다. 숭고한 사랑, 전작 <두 도시 이야기>는 시대의 구원이라는 메시지를 담았는데, <클로저>에서는 노골적이면서 집요한 캐릭터를 연기한다. 욕도 하고 음란 채팅도 한다. 파격적인 설정이라 팬들이 놀란다. 그럼에도 안나와의 관계에서 래리를 풀어가기보다는 앨리스가 잠시나마 휴식처로 느낄 수 있는 푸근한 래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 앨리스의 마음을 꿰뚫어 볼 수 있는 래리, 앨리스를 알아봐 주는 래리로 풀어가는 중이기도 하다. 연기하며 가장 좋았던 반응이 '애드리브야 실제 대사야?'하는 반응이었다. 애드리브와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관객이 편안하게 느끼는 걸 보고 <클로저>를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 뮤지컬 후배들이 존경하는 선배로 서범석씨를 꼽는데."연기로 풀어야 할 부분을 배우가 놓칠 때가 있다. 놓치는 부분을 짚어주다 보니 좋아하는 게 아닐까. 제가 기존의 뮤지컬 배우와 다른 점은 노래보다는 연기에 대한 접근을 먼저 했다는 것이다. 노래도 웬만하면 연기로 풀고 가사가 잘 들리도록 노력했다. 그 덕에 제가 하는 노래는 잘 들린다.
가사에 의미를 심고, 끊어 읽기를 해서 잘 들린다. 잘 들리는 게 중요하다. 배우의 감정이 아무리 좋아도 관객에게 들리지 않으면 그 감흥이 전달되지 않는다. 반대로 감정 전달이 서툴어도 관객에게 잘 들리면 관객은 캐릭터의 감정을 상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