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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 한 번 못 가본 나, 'EDM 노인' 박명수에게 도전하다

[공연리뷰] '글로벌 개더링 코리아 2013', 8시간 만에 느낀 전자음의 매력

13.10.14 09:42최종업데이트13.10.14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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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스타 ■취재/이미나 기자| 고백하자면, 내일 모레 서른이 되는 이날 이때까지 클럽에는 발을 들여 놓은 적이 없었다. '음주가무'중 '음주'와 '가'까지는 이따금 '잘 한다'는 호평까지 들을 정도였지만, '몸으로' 흥을 표현한다는 게 어색하다는 이유로 '무'와는 그리 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즐겨보는 프로그램인 MBC <무한도전>에서 박명수가 EDM(Electronic Dance Music)을 부르짖을 때도 '그게 뭐?'라며 시큰둥해 하던 어느 날, 전 세계 유수의 DJ들이 모인다는 '그 곳'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 12일 경기도 용인시 캐리비안 베이에서 2만 관중과 함께한 <글로벌 개더링 코리아 2013>가 그 주인공. '전 세계적'으로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라는 말에 그만 마음이 동해 버린 것이다.

오후 6시: '괜히 왔다' 후회도 했지만…

12일 경기도 용인시 캐리비안베이에서 열린 <글로벌 개더링 코리아 2013>에서 관객들이 공연을 감상하고 있다. ⓒ VU엔터테인먼트


호기롭게 입장권 팔찌를 차고 입장한 지 딱 30분. 날이 아직 어둡지 않은 탓에 어깨를 까딱거려봐도 어색함이 가시지 않았다. 무대 뒤편에 마련된 의자에 가만히 앉아 쭈뼛쭈뼛 주변을 둘러봤다. '오늘만을 기다려 왔다'는 듯 익숙하게 몸을 흔드는 모양새들이 예사롭지 않다.

'괜히 왔다' 하는 후회가 밀려오는 순간, 밴드 칵스의 멤버이자 DJ로 활동하고 있는 숀이 환한 웃음을 지으며 무브 스테이지의 부스 위로 올라왔다. 미리 관객이 따라 부를 구절을 적어 둔 종이를 펼쳐 보이며 호응을 유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메인 무대인 글로벌 스테이지에 비하면 소규모 무대였지만, 그 덕분에 DJ와 호흡하는 관객의 에너지는 더욱 크게 전해져 왔다. 생소한 음악이라도 결국은 무대 위의 공연자와 관객 사이의 '무언가'가 통하기만 한다면 된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은 그 때다. 춤이 좀 어설프면 어떻고, 음악을 잘 모르면 어떤가. 용기를 얻고 다음 무대로 향하기로 했다.

오후 8시: '오, 신나는데?'…쌀쌀한 공기, 어느새 '후끈'

밴드 이디오테잎이 12일 경기도 용인시 캐리비안베이에서 열린 <글로벌 개더링 코리아 2013>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다. ⓒ VU엔터테인먼트


심기일전하고 글로벌 스테이지로 향하니 이디오테잎의 무대가 한창이다. 이디오테잎은 전자음악과 밴드음악의 경계를 허문 독특한 구성과 tvN <더 지니어스: 게임의 법칙>에 삽입된 BGM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팀으로, 해외에서도 그 이름을 널리 알리고 있다.

판이 깔아졌으니, 이제는 어색함을 날려 보낼 시간이다. 제법 어두워진 틈을 타 말 그대로 '리듬에 몸을 맡기기로' 했다. 금세 쌀쌀했던 공기가 훅 더워지면서, 절로 '신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뒤를 이은 신예 DJ 포터 로빈슨의 무대에서도 흥은 이어졌다. 2000년대 초 한국에서도 유명세를 떨쳤던 DDR로 일렉트로닉 음악을 처음 접했다는 포터 로빈슨은 음악과 함께 '스트리트 파이터'와 '시끌별 녀석들' 등의 캐릭터가 담긴 화려한 영상을 선보이며 눈길을 끌었다. 포터 로빈슨의 메가 히트곡 '랭귀지'가 울려 퍼질 때, 흥도 절정에 달했다.

오후 10시: 여유 생기니, 주변 둘러볼 틈도…'옥에 티'엔 눈총도

DJ 포터 로빈슨이 12일 경기도 용인시 캐리비안베이에서 열린 <글로벌 개더링 코리아 2013>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다. ⓒ VU엔터테인먼트


포터 로빈슨과 함께 이번 <글로벌 개더링 코리아 2013>으로 한국을 처음 찾은 프랑스의 신예 DJ 마데온은 유독 여성 팬들의 뜨거운 환호를 받았다. 1994년생으로 11살에 작곡을 시작해 EP앨범을 발매하자마자 전 세계 DJ 랭킹 50위권에 진입하는 등의 천재적 캐릭터에, '꽃미남'이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을 정도로 귀여운 외모를 동시에 갖췄기 때문.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관중과 함께 어느덧 꽤 앞쪽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흥도 흥이지만, 이제는 어색함 없이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생겼던 탓이다.

일단 여유를 되찾자 주위를 다시 둘러볼 수 있게 됐다. '글로벌 개더링'이라는 말과 걸맞게, 다양한 나라에서 온 이들이 스스럼없이 한국 관중과 대화를 나누고 어울려 노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콧수염이 달린 선글라스나 영화 <브이 포 벤데타>에 등장했던 가면, 동물 옷, 바나나 옷 등으로 주위의 시선을 받는 사람들도 있었다.

다만 술의 힘으로 지나치게 흥이 오른 이들은 '옥에 티'였다. 흡연 구역이 따로 지정되어 있음에도 많은 이들이 함께 춤을 추는 곳에서 담배를 태우고, 이리저리 사람들을 밀치며 자신만의 세계에 빠진 이들을 피하느라 혼이 났다. 아, 쫌. 

오전 12시~ : 다리가 아파와도, 음악만 나오면 어느새 '들썩'

DJ 팻보이 슬림이 12일 경기도 용인시 캐리비안베이에서 열린 <글로벌 개더링 코리아 2013>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다. ⓒ VU엔터테인먼트


포터 로빈슨과 마데온이라는 걸출한 신예 DJ를 만난 뒤에 등장한 인물은 바로 2010년 남아공 월드컵·2011년 만리장성 공연·2012년 런던 올림픽 폐막식 등으로 위용을 떨친 '거장' DJ 팻보이 슬림이었다. 최근 한량 같은 삶을 한 마디로 표현한 '먹고, 마시고, 춤추고, 반복하라'(Eat, Sleep, Rave, Repeat)라는 트랙을 발표하며 다시 한 번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킨 팻보이 슬림은 몇 시간의 다리 놀림으로 온 묵직한 피로함을 잊게 만드는 마법을 선보였다.

여세는 페리 코스텐의 무대에까지 이어졌다. 이미 종아리의 온 근육이 '살려 달라' 외치고, 무릎까지 뻐근해 오는 상황이었지만, 신기하게도 음악만 나오면 절로 몸이 들썩거렸다. 아, 신발을 신기만 하면 춤을 추게 된다는 안데르센 동화의 주인공은 바로 이런 느낌이었을까. 이에 더해 늦은 시간까지 남아 있는 관객을 배려한 페리 코스텐의 무대매너도 절로 힘이 솟게 했다. 한국 관객을 배려해 만든 듯한 무대 영상과 호응 유도는 고래처럼 무거웠던 몸도 춤추게 했다.

온몸에 근육통 와도, 신선한 '일탈'이었다

DJ 페리 코스튼이 12일 경기도 용인시 캐리비안베이에서 열린 <글로벌 개더링 코리아 2013>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다. ⓒ VU엔터테인먼트


여전히 공연에 한창인 페리 코스텐를 뒤로 하고 아쉽게 발걸음을 뗀 시간은 다음날 오전 2시 30분. EDM 1일차 초보, <글로벌 개더링 코리아 2013> 체류 8시간여 만에 쿵쾅거리는 전자음의 매력을 느꼈다. 이쯤 되면 'EDM 노인' 박명수에게 감사의 배꼽 인사라도 드려야 할 것만 같다.

비록 안 쓰는 근육을 무리해서 쓴 탓에 다음날 온몸에 파스를 붙여야 하는 신세가 됐지만, 매일같이 키보드만 두드리는 생활을 하다가 만난 <글로벌 개더링 코리아 2013>는 신선한 일탈의 경험을 선사했다. 흥을 표현하는 데 있어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게 됐다는 것도 또 하나의 수확이다. 몸짓이 좀 어설프면 어떤가, 춤은 자신감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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