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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후의 명곡' 차지연은 가수? 진정한 배우를 꿈꾸다

[박정환의 뮤지컬 파라다이스] '잃어버린 얼굴 1895' 차지연 인터뷰

13.09.18 09:50최종업데이트13.10.08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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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배우 차지연
뮤지컬 배우 차지연서울예술단

배우 차지연의 공백기는 6개월 안팎이었다. <아이다> 이후 <몬테 크리스토>나 다른 작품으로 뮤지컬 팬을 찾을 줄 알았지만, 그 기간에 차지연은 두 발 전진을 위해 재충전을 하고 있었다.

차지연은 한 작품을 마치자마자 다른 작품으로 무대에 서는 다른 배우들과 달리, 휴식이라는 무대 위 행간의 미를 아는 배우였다. 명성황후의 이야기를 다룬 <잃어버린 얼굴 1895>로 반년 만에 관객을 찾는 차지연을 지난 12일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만났다.

- 이번 작품은 국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서양 음악 일색이던 기존의 뮤지컬에 비해 본인의 색깔과 잘 맞을 것 같다. 
"<서편제>와는 다른 한국적인 맛을 어떻게 낼까 고민이다. 이는 작곡가나 연출가가 해결해줄 부분이 아니라 제가 해결해야 할 부분이다. <잃어버린 얼굴 1895>에는 6~7분가량의 굿이 있다. 굿을 하는 장면에서 명성황후가 한을 토하는 부분이 있다. 이 장면에서 <서편제>와 겹치지 않았으면 한다. 

<서편제>에서는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구음을 하며 장례식을 치른다. <잃어버린 얼굴 1895>의 굿 장면에서는 명성황후가 억울하게 죽은 어머니, 너무나 일찍 세상을 뜬 아이들, 대원군과 고종의 관계 등 여러 요인으로 한을 표현한다. 어떻게 하면 이 부분을 좀 더 세련되게 선사할 수 있을까 고민이다."

- 명성황후를 다룬 기존 영화나 드라마와 비교하면 <잃어버린 얼굴 1895>는 명성황후의 다른 면을 부각한다.
"이 작품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역사 공부를 많이 하게 되었다. 그런데 공통점을 하나 찾았다. 명성황후의 인간적인 면모를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었다. '나는 조선의 국모다'라는 비장한 면만 강조된다. <잃어버린 얼굴 1895>는 기존의 장르가 다뤄온 명성황후의 비장함 외에도 인간적인 면모를 무대 위로 펼쳐놓는다."

서울예술단

- <아이다>를 마치고 이번 공연을 하기까지 공백기가 있었다.
"<아이다>를 마치고 미국 뉴욕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뉴욕에 한 달 있었다.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 12편을 보았다. 느낀 점이 많았다. 브로드웨이 뮤지컬은 무대 위 배우와 관객이 자유로웠고, 배려가 있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배우가 나오면 공연 중에라도 상관하지 않고 '브라보'를 외치며 환호한다. 배우는 자연스럽게 관객의 환호에 화답한다. 이런 자연스러운 모습이 부러웠다.

톰 행크스가 출연하는 공연 <럭키 가이>를 보았다. 도로 하나를 막고 바리케이드로 둘러싸인 가운데 운 좋게 맨 앞줄에 서 있었다. 톰 행크스가 나왔을 때 '사람들이 밀면 영락없이 밟히겠구나'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단 한 사람도 자리에서 벗어나지 않았고 밀치는 사람도 없었다. '헤이 톰, 나를 봐 주세요'(룩 앳 미)라고 할 뿐이지 질서 정연한 팬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미국에서 돌아오는 길에 일본에 들러 극단 사계의 공연도 보았다.

해외 무대를 보며 느낀 점이 많다. 한국에서는 무대에서 관객을 보았는데 제가 관객의 입장이 되어보니 팬심이란 걸 느낄 수 있었다. 좋아하는 배우의 공연을 보기 위해 날짜를 잡고 티켓팅을 하고 객석에 앉아 보니 '오늘 그 배우가 나오는 거야? 어머, 어떡해?'하는 마음으로 오는 관객이 많겠구나 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관객의 마음을 느끼게 되어서 감사한 시간이었다. 좋아하는 공연을 보기 위해 전부터 날짜를 계산하고 시간과 돈을 투자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런 부분에서 느낀 점이 많다. 한국에서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예술단

- 역지사지가 느껴진다. 전에는 미처 몰랐던 관객의 심정을 헤아리게 되었으니 말이다. 이러한 관객의 입장을 이번 공연에 어떤 방식으로 반영하고자 하는가.
"무언가를 남기지 말고 최선을 다해 공연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아이다>를 공연하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왜 이렇게 미련하냐, 약게 행동하지 않느냐'고 충고하는 분들이 있음에도 인지도를 향해 달려가는 사람이 아니었으면 한다. 좋은 뮤지컬 배우였으면 좋겠지만 그 전에 좋은 배우였으면 좋겠다. 힘이 있고 깊이 있는 배우였으면 한다.

주목받는 것보다 자기가 갈 길을 묵묵히 걸으면서 배우로 성장하고 싶다. 여러 작품을 하면서 여기를 보아도 차지연, 저기를 보아도 차지연... 이런 다작 배우가 아니라 <서편제>의 송화면 송화, <잃어버린 얼굴 1895>의 명성황후면 명성황후 등 배우다운 모습을 드러내고 싶은 욕심이 있다.

또 오랜 시간 무대에서 멋있게 늙어갔으면 좋겠다. 세월이 지나고 나이 드는 걸 받아들이면서 할머니가 될 때까지 연기하며 살고 싶다. 훗날 누군가가 저를 롤 모델 삼고 싶다면 존경스럽다고 표현할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

- 욕심이 많아 보인다. 차지연 하면 노래 잘하는 뮤지컬 배우로 인식되지만 노래를 잘 소화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메소드 연기까지 탐내는 부분이 눈에 보인다. 
"그런 것 같다. 처음에는 뮤지컬 배우가 꿈이 아니었기 때문에 '노래를 시원하게 부르면 되는 건가 보다'하고 더 많이 발성하고 소리를 지르면서 노래했다. 그런데 뮤지컬을 하면 할수록 노래보다 연기가 중요하다는 게 느껴진다.

명칭 자체가 뮤지컬 '가수'가 아닌 뮤지컬 '배우'다. 노래를 소홀하게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배우라는 두 글자에 제 마음이 점점 옮겨지더라. 저를 더 많이 비우면서 자연스럽게 숨 쉬는 듯한 여유 안에서 노래하고 싶다."

서울예술단

- 일 욕심이 많아서 연애를 못 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누군가를 사모하는 마음이 작품 할 때 큰 원동력이 된다. 연애의 감정이 아니라 누군가를 사모하는 감정을 간직한 상태로 작품을 하면 그 감정이 살짝 묻어나서 좋은 반응을 얻는다. 지금은 연습하고 작품을 준비하느라 외로울 틈이 없다."

- 대중은 뮤지컬 배우보다 <불후의 명곡>의 가수로 인식한다. 음반을 낼 계획이 있다면.
"회사를 나와서 자유로운 상태다. <불후의 명곡>을 하며 좋은 무대에 섰다. 가수는 자기 색깔을 나타내야 한다. 하지만 뮤지컬 배우는 (자기 색깔이) 없는 상태에서 배역의 색깔을 입어야 한다.

가수로 설 때 '너 무슨 색깔이야?'라는 질문을 들으면서 느끼는 괴리감이 상당했다. 덕분에 가수로서의 꿈보다는 배우라는 길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만에 하나 앨범을 내더라도 혼자 읊조리는 듯한 자작곡, 어쿠스틱한 앨범을 낼 것 같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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