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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어디가', 어른들 머쓱하게 만든 준수의 아빠사랑

[TV리뷰] MBC '일밤-아빠! 어디가?', 아이들 울리는 복불복 게임 자중해야

13.07.22 11:07최종업데이트13.07.22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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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방영한 MBC <일밤-아빠 어디가> 한 장면 ⓒ MBC


<오마이스타>는 스타는 물론 예능, 드라마 등 각종 프로그램에 대한 리뷰, 주장, 반론 그리고 인터뷰 등 시민기자들의 취재 기사까지도 폭넓게 싣고 있습니다. 언제든지 '노크'하세요. <오마이스타>는 시민기자들에게 항상 활짝 열려 있습니다. 편집자 말

단순 승패를 가로 짓는 차원을 넘어, '복불복'으로 식사와 취침마저 제한하는 게임 버라이어티 홍수 속. 아빠와 아이의 가족 여행을 테마로 한  MBC <일밤-아빠! 어디가?>(이하 <아빠 어디가>)는 그동안 '복불복'에 적잖은 피로감이 쌓인 시청자들에게 간만에 편안히 웃으면서 볼 수 있는 훈훈한 프로그램이었다.

그런데 요즘들어 <아빠 어디가>에서도, 복불복 원조 KBS <해피선데이-1박 2일>(이하 <1박 2일>) 정도는 아니지만, 서서히 게임과 미션으로 한 가족을 차별대우하는 움직임이 계속 발견되고 있다.

프로그램 첫 회 임의로 하룻밤 묵을 집을 정하고, 일찍 일어난 순서대로 아침 식사 재료가 달라지는 것은 양반이었다. 지난 학교 캠핑에서는 운동장에 텐트칠 장소가 비좁다는 이유로 윤민수, 윤후 가족이 덩그러니 옥상 위에 올라가 힘겹게 텐트를 치더니, 지난 21일 서해 태안 갯벌 캠핑장에서는 김성주, 김민국 가족만 캠핑카에서 취침하지 못하는 일이 일어났다.

가족 수에 맞게 캠핑카 다섯 대를 준비했지만, 제작진은 끝내 김성주 가족에게 캠핑카 탑승을 허락하지 않았다. 다른 가족은 모두 캠핑카에서 잘 수 있는데, 자기 가족만 캠핑카가 아닌 텐트에서 자게된 것이 못내 서운한 민국이, 결국 오랜만에 눈물을 뚝뚝 흘렸다. 아니나 다를까. 방송이 나간 직후, 수많은 누리꾼들은 무려 10살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 복불복에 승복하지 못하고 울음을 터트리는 민국이의 의젓하지 못함을 지적한다.

<아빠 어디가> 첫 회부터 연이어 다른 가족보다 좋지 않은 집에 하룻밤 머물게 된 민국이는 눈물을 뚝 흘렀다. 몇몇 시청자들은 초등학교 3학년 어린이 민국이의 울음에 그때보다 더 반감을 표했다. 그런데 민국이의 눈물에 대해 시청자들이 상당한 거부반응을 보임을 모를 리가 없는 <아빠 어디가> 제작진들은 구태여 또 다시 민국이의 눈물을 화면에 내보냈다.

그런데 이제는 제작진뿐만 아니라, 아빠들 사이에서도 프로그램의 재미를 위해 자청하여 '복불복' 놀이에 열중하는 것 같다. 이날 아빠들 간의 달리기 시합에서 진 이종혁은 가슴 위를 제외하곤 몸 전체가 모래에 파묻히는 벌칙을 받아야했다.

게임 전부터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힌 아들 준수. 역시나 불길한 예감은 한 번도 틀린 적이 없다. 아빠 이종혁이 다른 아빠들이 미리 파놓은 구덩이에 들어가는 동안, 준수의 표정은 당장이라도 울 것 같았다. 파묻힌 이종혁 앞에서 수박을 먹으며, 이종혁 옆에 씨를 뱉겠다는 삼촌들의 짓궂은 농담도 준수에게는 한 귀로 흘려들을 수 있는 장난처럼 들리지 않는다.

아빠의 얼굴에 씨를 뱉겠다는 삼촌들로부터 아빠를 지키기 위해, 모래에 묻힌 이종혁 앞에 올라탄 준수. 아빠를 지키겠다는 준수의 강력한 의지에 삼촌들 살짝 당황하면서도, 그럼에도 여기서 준수를 놀라게 할 장난을 멈출 아저씨들이 아니다. 농담 삼아, "수박 껍질을 한 장소에 모아놓으라"며 장난스럽게 수박껍질을 이종혁 앞에 살짝 던지는 성동일의 움직임에 '아빠 지킴이' 준수는 바로 아빠 앞에 있는 수박 껍질을 멀리 던진다.

제작진과 주요 출연진이 바뀌기 전 <1박 2일>의 복불복이 큰 사랑을 받은 것은, 성인 어른 또한 게임이나 미션을 통해 불운을 받아들여야한다는 것이 어렵다는 전제 조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카메라 앞이기도 하지만, 복불복을 통해 자신의 불운을 기어이 받아들이는 <1박2일> 출연진들의 의연한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과 동시에 감동을 안겨주었다.

그런데 <아빠 어디가>는 다 큰 성인도 감내하기 어려운 복불복의 승패를 어른보다 더 상처받기 쉽고 경쟁 체제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에게 강요하고 있었다. 지난주, 단순한 가위바위보 게임에도 아이들이 서운함에 눈물을 흘리는 장면을 봤음에도, <아빠 어디가> 제작진은 그 다음 주 태연히 한 가족 캠핑카 낙오를 계획하고야 말았다.

그날따라 유독 아이들에게 가혹하게 다가올 수 있는 설정이 많았던 '태안 갯벌 체험'을 살린 것은 역시나 <아빠 어디가>의 일등 공신인 아이들이었다.

한 살 동생 준수를 끔찍이 아끼고 하나라도 더 챙겨주려는 후의 자상한 배려와, 자신이 손수 잡은 맛조개를 방생하는 민국이의 따뜻한 마음씨는 꼭 누군가와의 경쟁구도를 못 붙여 안달이 난 어른들이 간과할 법한 더불어 사는 삶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삼촌들의 짓궂은 장난도 머쓱하게 하는 준수의 아빠 사랑은 오늘도 수많은 시청자들을 미소 짓게 한다.

역시 <아빠 어디가>의 원동력은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순수하고도 귀여운 아이들에게 있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개인 블로그(너돌양의 세상전망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아빠 어디가 일밤 윤후 이준수 김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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