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밀물 경고부터 '아리가또'까지…내한 공연 대참사들

[흥미기획] 한국 찾은 해외 뮤지션들, 이런 경우도 있었다

13.06.08 10:27최종업데이트13.06.08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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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스타>는 스타는 물론 예능, 드라마 등 각종 프로그램에 대한 리뷰, 주장, 반론 그리고 인터뷰 등 시민기자들의 취재 기사까지도 폭넓게 싣고 있습니다. 언제든지 '노크'하세요. <오마이스타>는 시민기자들에게 항상 활짝 열려 있습니다. 편집자 말

해외 뮤지션들의 내한 공연 후기에는 언제나 훈훈한 미담들이 따라오곤 한다. 한국 여자들의 외모에 반했다는 윌.아이.엠의 느끼한 멘트부터, 기타리프를 우렁차게 따라 부른 관객들에게 감동한 메탈리카의 벅찬 표정, 그리고 팬들의 환호에 감동한 '상남자' 에미넴의 이례적인 하트 세레모니까지!

그러나 안타깝게도 모든 뮤지션들이 한국에 와서 감동을 받고 돌아가는 건 아니다. 밀물 경보부터 초라한 티켓 판매 굴욕, 광복절 말실수까지 한국에 와서 야유와 굴욕을 맛본 해외 뮤지션들의 '내한 공연 대참사'를 소개한다. 누가 더 황당하고 불쌍한지, 순위를 매기는 건 오로지 독자들의 몫!

최악의 공연 참사, 1992년 뉴키즈 온 더 블락 내한공연

 뉴키즈온더블록
뉴키즈온더블록뉴키즈온더블록 공식 홈페이지

이건 진짜 '참사'다. 인명피해가 발생했다는 이야기다. 1992년 2월17일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뉴 키즈 온더 블록(New Kids On The Block)의 공연 중, 청중들이 무대 한가운데로 몰려들면서 백 여 명이 연쇄적으로 넘어졌다. 이 과정에서 여고생 한 명이 사망하고 70여명이 실신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 되는 공연. 당연히 사회적 파장은 컸다. 이 사건 이후 정부는 한시적인 내한 공연 금지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무질서한 팬덤 문화와 주최측의 부실한 대응 탓에 국민들은 해외 뮤지션들로부터 얻을 수 있는 문화적 혜택으로부터 장시간 멀어져야 했다.

2001년 굴욕의 동대문 메탈페스트와 500의 용사들

티켓이 안 팔리는 것도 재앙이라면 재앙이다. 세계적인 메탈밴드 세풀투라(Sepultura), 슬레이어(Slayer), 머신헤드(Machine head) 세 팀의 조인트 콘서트인 2001년 메탈페스트는 내한 공연 역사상 가장 초라한 티켓 판매 실적을 기록한 공연으로 기억된다. 모두 빌보드 상위권에서 노는 영웅적 밴드들이지만, 공연장에 모인 관객은 고작 500명 남짓. 지금 떠올려도 눈물이 앞을 가릴 정도다.

그러나 티켓 판매 성적이 초라할수록 뮤지션들을 사랑하는 소수 팬들의 열정은 그만큼 돋보이는 법. 뮤지션들의 굴욕을 막기 위해 당당히 돈을 주고 공연장을 찾은 이 마니아들을 용사로 부르는 건 어떨까. 메탈페스트 500용사, 오프스프링 300용사, 더 백신스 70용사…. 아니다. 그냥 관두는 게 좋겠다.

2001년 부산 국제 록 페스티벌, 나이트위시 물병 투척 사태

관객의 태도가 뮤지션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경우도 있었다. 2001년, <부산 국제 록 페스티벌>에 참가한 메탈 밴드 나이트위시(Night wish)의 키보디스트 투오마스 홀로파이낸(Tuomas Holopainen)이 스탠딩 석에서 날아온 물병에 얼굴을 맞은 것이다. 키보드 튜닝 시간이 길어진다는 이유였다.

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고, 동시에 관객들은 박자와 음정이 흔들리는 나이트위시의 상처받은 모습을 한 시간 동안 지켜봐야 했다. 그들에게 한국은 데뷔 이후 처음 진행하는 아시아 투어의 출발지였다. 생전 처음으로 한국을 찾은 기대감이 상처로 바뀌는 데에는 단 1초도 걸리지 않았다. 당연하게도 그 사건 이후 나이트위시는 10년째 한국을 찾지 않고 있다. 앞으로도 한국을 찾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2008년 이티피 페스트, 더 유즈드의 "아리가또" 망언 대참사

 더 유즈드
더 유즈드더 유즈드 공식 홈페이지

이번엔 돈 주고 공연 본 관객이 불쌍한 경우다. 뮤지션 스스로가 자멸을 초래한 경우이기도 하다. 2008년 광복절,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이티피 페스트>에서 미국 밴드인 더 유즈드(The Used)가 한국 관객들을 향해 일본어로 '고맙다'는 뜻의 "아리가또"라는 표현을 쓴 것. 분위기는 순식간에 싸해졌고, 30분이 넘는 긴 튜닝 타임에 바짝 약이 오른 관객들은 일본어 인삿말에 분노를 표출하며 야유를 보내기 시작했다.

정작 본인들은 왜 야유를 받는지 모르고 있었다는 게 함정! 공연 직후 국내 팬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더 유즈드는 공식 홈페이지에 부랴부랴 해명 글을 올렸다. 이게 더 가관이다. "우린 무대에서 많은 농담을 한다"라니. 유럽 전승 기념일(제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국이 독일에 승리한 날-편집자 주)에 독일말로 '당케!'(고맙습니다)를 외치고 "그냥 농담일 뿐이었어!" 라고 하면 과연 그쪽 사람들도 '쿨'하게 웃어 넘겼을까?

"8월 15일은 한국의 독립기념일"이라며 국내 팬들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낸 메탈리카와 비교를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다. 수고스럽게 비행기 한 번 더 안 타도 되니 그냥 일본에서 놀다 바로 미국으로 가시라. 음악이 어떻든 정중히 사절할 테니.

2009년 부산 국제 록 페스티벌, 비극의 오버킬 대참사

부산 다대포 해수욕장에는 슬픈 전설이 있다. 2009년 8월 '부산 국제 록 페스티벌'의 마지막 무대를 장식하게 된 미국의 베테랑 메탈밴드 오버킬(Overkill). 터질 것 같은 드럼 연주를 앞세워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리고, 이내 히트곡인 'Fxxk You'를 부르려는 순간, 공연이 끝났다. 밀물 때문이었다. 대피권고 방송과 동시에 다대포 해안가에 거칠게 밀물이 들어차기 시작했다. 오버킬이 무대에 올라선지 10분이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공연을 즐기던 관객들은 방송을 듣고 황급히 대피했고, 밀물은 장비를 치울 틈도 주지 않고 사정없이 무대 앞까지 밀려 들어왔다. 10분 동안 노래를 부르다 말고 무대를 내려온 오버킬은 이 사건 이후 4년째 한국을 찾지 않고 있다. 밀물 트라우마가 깊게 남은 모양이다.

뉴키즈온더블록 더 유즈드 나이트위시 오버킬 메탈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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