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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녹이는 '참깨와 솜사탕', 먹지 말고 들어볼래요?

[인터뷰] EP앨범 들고 나타난 홍대 밴드 '참깨와 솜사탕', 들을수록 매력

13.05.04 09:56최종업데이트13.05.04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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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참깨와 솜사탕. ⓒ 파스텔 뮤직


홍대 인디신에서 이름만 대면 아는 밴드나 뮤지션도 어느덧 서른을 훌쩍 넘긴 경우가 많다. 관록(?)의 아티스트가 활발한 활동을 하는 건 분명 반길 일이다. 하지만 재기발랄한 팀들이 정착하지 못하고 사라져버리는 현실은 우리나라 인디음악계의 서글픈 단면이기도 하다.

여기, 홍대 인디신의 평균나이를 확 깎아줄 팀이 등장했다. 이 팀의 평균나이는 22.6세! 그것도 보컬을 맡은 이의 나이는 방년 스무 살이다. 바로 최기덕(보컬·기타·작곡, 24), 박현수(퍼커션, 24), 유지수(보컬·작사, 20)로 이뤄진 밴드 '참깨와 솜사탕'이 그 주인공이다.

어리다고 놀리지 말자. 고등학생 때부터 노래를 만들고 거리에서 공연을 해온 이들이니까. 거리에서 자신의 곡을 연주해왔던 최기덕이 스무 살 때 박현수를 만났고, 4년 뒤 또 다른 스무 살 보컬 유지수를 영입하면서 지금의 팀이 탄생했다.

① 알아보자 '참깨와 솜사탕', 그 탄생의 배경은?

밴드로서 이들이 함께 활동한 기간만 치면 3년이다. 2010년 자신들의 음악을 EP(Extended Play) 앨범 형태로 발표를 했고, 올해 다시 10곡을 꾹꾹 눌러 담아 EP앨범을 발표했다. 정규앨범 발매 직전, 실험적 차원에서 발매하는 EP앨범을 두 번이나 내놓은 셈이다. "참깨와 솜사탕만의 성격이 집약된 곡으로 정규앨범 작업을 하고 있다"는 리더 최기덕 군의 말로 위안을 삼자. 파스텔 뮤직과 참깨와 솜사탕이 만나 새 출발하는 의미가 담긴 게 이번 앨범이었다.

그건 그렇고 '참깨와 솜사탕'이라니. 일단 이름부터 이들을 궁금하게 한다. 뭔가 고소하고 달콤해 기분이 좋아질 것 같으면서도 공복에 들으면 배가 고파질 느낌 같기도 하다. 들어보니 구입한 지 1주일 지난 델리만쥬에서 핀 곰팡이 꽃이 팀명의 유래였다. 우연히 그 델리만쥬를 본 박현수 군이 던진 "요즘엔 빵 위에 솜사탕과 참깨를 뿌려주냐"라는 말이 밴드 명으로 굳어진 것. 상당히 기발한 발상이었지만 이름 때문에 이들은 고민 아닌 고민도 해야 했다.

"밴드의 얼굴(?)인 지수가 이름 때문에 탈퇴까지 고민했어요. 일단은 잡아야겠다는 생각에 바꿔보자고 하고 고민을 했죠. 에피톤 형에게 전화를 했어요. 팀 이름 때문에 싸우고 있다고 하니까. 형이 특유의 말투로 '너희 이름은 이미 굳어져서 소속사에서도 말릴 거다 그냥 가'라고 하셨죠.

부끄럽지만 예전에 거리에서 공연을 할 때 '몽키 바이트'라는 이름을 썼어요. 사전에서 나름 단어를 찾아 지은 이름인데, 몽키 오바이트라고 부르는 분도 있더라고요. 사전에서 찾은 이상한 단어들의 조합보다 '참솜'이 더 낫지 않나요? 현수와 팀명을 고민할 때도 정말 좋다고 느꼈어요." (최기덕)  

"초반엔 불만이 있었죠. 처음 들었을 때 이름이 굉장히 유치하게 들렸어요. 고등학생 때니까 친구들이 항상 곁에 있잖아요. 밴드 이름이 '참깨와 솜사탕'이라니까 친구들이 이상하다고 해서 유치하단 생각이 든 거죠. 바꾸는 걸 추진했는데 지금은 괜찮아요. 오빠들이 소중하게 생각하니까요." (유지수)

밴드 참깨와 솜사탕. 왼쪽부터 멤버 박현수(퍼커션, 24), 유지수(보컬, 작사, 20), 최기덕(보컬, 기타, 작곡, 24). ⓒ 파스텔 뮤직


② '참깨와 솜사탕'의 음악 세계는?

팀명 유래에 담긴 우여곡절처럼 이들의 노래엔 저마다의 감성이 짙게 베여있다. 마치 20대 초반의 이들이 부른 거라곤 믿을 수 없을 정도의 깊은 감성이었다. '여기까진가요', '없잖아', '이즐께', '3.14' 등의 노래엔 참깨와 솜사탕만이 표현할 수 있는 개성과 함께 사랑과 사람에 대한 나름의 고민이 꾹꾹 담겨있었다. 과하게 표현하지 않고 일상 언어로 담담하게 풀어 쓴 가사 또한 인상적이었다.

"가사는 아직 대부분 제가 쓰는데 정규앨범에선 멤버들이 한 곡씩 내기로 했어요. 제 스타일이 아직은 많이 녹아있지만 앞으론 멤버들의 감성에 저도 영향도 받을 거 같아요. 제가 말을 멋있게 만드는 걸 싫어해요. 철학도 아직은 관심이 안 가고요. 경험을 더 해봐야겠죠? 지금은 제 마음을 주변에 얘기하는 것만으로도 벅차요." (최기덕)

"지금의 앨범은 기덕 오빠의 언어잖아요. 그래도 서정성이 담긴 거 같아요. 제가 가사를 쓴다면 조금 달라질 거 같기도 하고요. 지금 발표한 앨범은 우리가 지나온 과거를 함께 담아서 보내자는 의도도 있어요. 앞으로 발표할 정규앨범에선 참깨와 솜사탕의 스타일이 집약되도록 작업해야죠." (유지수)

혈기왕성한 20대답게 이들은 창작에 대한 욕구로 가득 차 있었다. 혹자는 '참깨와 솜사탕'의 음악을 듣고 대중적이라는 평을 하기도 했고, 장르적으로 '애시드 팝'의 느낌이라는 평도 했지만 이들은 그러한 규정에서 자유롭고 싶은 생각이었다.

"음악성이라는 말 자체가 제한을 두는 표현이니까요. R&B적 음악을 한다고 표현하면 그팀에게서 김광석씨 같은 음악을 기대할 순 없잖아요. 우린 김광석 풍의 포크도 했다가, 흑형(흑인 형님들)이 머리 흔드는 노래도 해보고 뉴에이지도 지향해요." (최기덕)

"규정되는 걸 싫어하죠. 하나의 이미지로 굳혀지잖아요. 다양한 음악을 해보고 싶어요." (유지수)

"그렇다고 우주 멀리 가는 음악은 아니에요. 어느 장르라고 물었을 때 선뜻 대답하기가 어려운 정도죠. 지금은 어쿠스틱이 주가 되다보니까 포크적 성격이 강한데 나중에 추후 나올 앨범은 어떻게 달라질지 모르겠어요." (박현수)

밴드 참깨와 솜사탕. ⓒ 파스텔 뮤직


참깨와 솜사탕 미리 맛보기

이번 앨범에 실린 모든 곡에 이들의 사연과 감정이 담겨 있다지만, 그 중에서도 나름 특별한 사연이 있는 몇 곡을 추려서 소개해본다. 이른바 '참솜 미리 맛보기'.

우선 앨범에 담긴 곡들은 최기덕 군이 군복무 시절 썼거나, 그 전에 쓴 곡들의 모음이다. 그 중 '없잖아'는 군대를 제대하고 쓴 노래. 친구도 떠나고, 만날 사람도 없던 당시 상태를 표현한 곡이었다. 역시 갓 제대한 군인은 외롭다. 최기덕 군은 "제대를 하면 세상이 바뀔 줄 알았다. 근데 그게 아니었다"고 표현했다. 그때 당시 허망하면서도 복잡한 심경이 '없잖아'에 담겼다.

인터뷰 내내 말 수가 적었던 박현수지만 감수성만큼은 탁월해 보인다. 고등학교 시절 나름 그림 그리기를 즐겼던 그는 최기덕과 나름의 시화집을 만들기도 했다. 박현수가 그림을 그리면 거기에 최기덕이 시를 붙이는 식이었다. 장난스럽게 시도한 '놀이'였지만 이때 만든 시가 지금의 앨범 5번 트랙인 '사진은 때때로 거짓말을 한다'에 담겨있었다.

3.14라는 제목도 눈에 띤다. 얼핏 화이트데이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는데 알고 보니 원주율을 표현한 거였다.

"제목을 완벽하게 생각하지 못한 곡이었어요. 보통 노래를 만들고 파일로 저장하잖아요. 이곡은 마땅한 제목이 없어서 파일명이 '으엉엉'이었어요. 가사 내용이 헤어진 사람을 못 잊고 떠올리는 모습인데 미련이 끝나지 않는다는 생각에 고민에 고민을 하다가 원주율 3.14로 가게 됐죠." (유지수)

'이즐께'라는 곡은 의도적으로 맞춤법을 파괴한 경우다. 이에 대한 최기덕 군의 해명이 참 영리하다. '잊을게'라는 노래 제목이 워낙 많아서 자칫하면 윤도현, 윤미래의 동명 곡에 묻힐 걱정을 했단다. 그래서 그냥 발음대로 제목을 짓게 됐다고. 다음 앨범에서 또 다른 맞춤법을 파괴한 제목이 또 나올 수도 있다고 하니 기대해 봐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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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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