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민
"강우석 감독, '웅인아, 조금만 기다려라' 하더라"정웅인이 맡은 손진호는 재벌 3세다. 나이는 중년이지만 술집에서 주먹을 날리며 객기를 부리는가 하면, "너와 임덕규(황정민 분)가 싸우면 누가 이기는지 궁금하다"면서 친구 이상훈(유준상 분)을 파이트쇼 <전설의 주먹>에 출연하게 만든다.
악의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철이 덜 든 인물이다. 정웅인은 "처음에 대본을 받았을 땐, 1~2신 정도 등장하는 카메오라고 해서 실망했다"면서 "그래도 (분량보다) 좋은 인연이 우선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강우석 감독님의 작품에 대한 갈증이 있었습니다. 배우로서 변신을 하고 싶었거든요. 사극 <근초고왕>에 함께 출연하던 강성진과 강우석 감독님을 찾아갔다가 인연을 맺게 됐죠. 제작 과정이 진행되면서 대본이 보완됐고, 간추려져서 최종 4신이 되었어요. 나중에 이상훈을 가리키며 '돈 때문에 나간 것 같은데 연봉 1억 더 얹어주고 데려와'라고 하는 신은 급조해서 만든 겁니다."촬영을 준비하며 슬개골이 파열됐고, 수술을 받으면서도 지켜낸 배역이었다. 영화가 개봉한 뒤, 강우석 감독은 정웅인에게 "미안한데 다음엔 긴 것, 많은 것 하자. 조금만 기다려라"라고 얘기했다.
정웅인은 "미안한 마음이었는지, 약속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정신이 번쩍 나더라. 기분이 좋았다"면서 "다음 작품이 <공공의 적> 시리즈인 줄 알았는데 코미디라고 하더라. 강 감독님의 작품이면 뭐든지 상관없다"고 무한한 믿음을 드러냈다.
코미디 이미지 벗으려 했다? "한계 느끼기도 했다"
이정민
드라마 <커피하우스>와 사극 <홍국영><선덕여왕> <근초고왕> 등에 출연했고, 연극 무대에도 꾸준히 섰지만 대중은 아직도 정웅인을 생각하며 '코미디'를 떠올린다. 시트콤 <세 친구>, 영화 <두사부일체> 속 그의 모습을 잊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웅인은 "한때는 코미디 이미지를 벗으려고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굳이 그럴 필요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밝혔다. "내게 다른 모습을 발견한 분들과 작업해야 하는데, 과감하게 캐스팅하지 못하는 게 현실인 것 같아서"라고 했다.
"연극 등에서는 다른 모습을 찾아내면 과감하게 캐스팅할 수 있지만, 드라마는 그게 힘들잖아요. 제가 벗어나고 싶다고 해서 그럴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일정 부분 한계를 느꼈던 거죠. 그동안 이미지가 많이 노출되어서 영화를 하지 못한 것도 있어요. 그러던 중 강우석 감독님을 만났습니다. 강 감독님이 제게 '<두사부일체>까지는 괜찮았는데 그 뒤로 가는 모습이 안 좋다고 하셨어요. 그러면서 올해는 악역 좀 하라시더군요. 그렇게 세심하게 말씀해주시는 감독님은 처음이었습니다."그동안 쌓였던 독기가 스크린에서 폭발한 순간, 관객은 환호했다. 적은 분량에도 묵직한 존재감을 뿜어낸 그에게 '신 스틸러'라는 수식어도 붙었다. 옷가게 점원, 메이크업 아티스트 등 주변 사람들도 영화를 보고 열띤 반응을 나타냈다고. 이에 대해 정웅인은 "기분이 좋다"면서도 "주인공은 아무나 못하는 것 같다. 촬영하며 링거를 맞고 그러는 게 다 이유가 있는 것 같다"고 겸손을 표했다.
정웅인에게 <전설의 주먹>이란? "10년 바라볼 큰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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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자는 그에게 "당신의 전설은 언제냐"고 묻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정웅인은 "나의 전설은 <전설의 주먹> 다음 작품부터"라고 답한다. "정웅인이 이런 것 하겠어?"라고 의심했던 이들에게 분량에 상관없이 빛나는 신 스틸러의 모습을 보여주며 물꼬를 텄으니, 앞으로는 꾸준히 영화에 나서는 일만 남았다고 했다. "배우는 고르는 게 아니라 여러 가지를 많이 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톱 배우들이 존재하고 제가 있어야지, 투톱 이런 것은 굉장히 위험한 발상인 것 같아요. 전 딱 앞으로 10년을 봅니다. 드라마와 연극도 계속하겠지만, 영화에서 5년 뒤 제 모습은 분명히 달라져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강우석 감독님에게 배운 거예요. 비성수기에도 작품을 걸 수 있는 자신감 말이죠. <전설의 주먹>이 제겐 큰 힘이었거든요. 이 영화를 통해 만들어졌던, 응축됐던 모습이 다음 작품을 통해 나타날 때 비로소 작은 전설이 시작되는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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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웅인, 머리카락까지 뽑은 덴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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