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트레인스포팅>다섯명의 친구 중 세 명이 마약에 중독되어있다. 대니 보일 감독은 이들의 방황을 비난하지도, 미화하지도 않는다.
Miramax Film
철저하게 무절제하고 불건전하며, 무기력한 청춘들의 이야기. 너무도 많이 엇나가 있어서 우리는 절대로 저렇게 살 수 없다는 걸 잘 알지만, 그렇기 때문에 주인공들의 제멋대로인 모습에서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되는 영화. 대니 보일 감독의 1996년작, 트레인스포팅이다.
마크(이완 맥그리거 분), 스퍼트(이완 브렘너 분), 토미(케빈 맥키드 분), 식보이(sick boy, 조니 리 밀러 분), 벡비(로버트 칼라일 분)는 스코틀랜드에 살고 있는 이십 대의 청년들이다. 이들은 또래들이 선망할 만큼 모범적인 인생을 살고 있지도 않고, '이유없는 반항'의 제임스 딘처럼 폼 나게 비뚤어진 것도 아니다. 다섯 중 셋이 마약중독자이며, 모두 꿈도 직업도 없다. 실업수당을 계속 받기 위해 취업공단에서 주선해준 일자리의 면접을 일부러 엉망으로 보고, 양로원의 티비를 훔쳐다 팔아 그 돈으로 마약을 맞는, 속칭 '찌질한' 인생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그런 스스로의 현실에 주눅들지 않는다. 제도권 안에 포함된 주류들을 부러워하지도 않는다. 세상에 순응하며 사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답이 거의 정해진 선택만을 하며 살고 있다고, 이들은 생각한다. 최신형 가전제품을 선택하고, 좋은 직장을 선택하고, 깔끔한 옷과 정돈된 생활습관을 선택하고, 알맞는 배우자를 선택해 함께 늙어가고, 결국 가족들에 둘러싸여 죽는 것을 선택하는 대다수의 사람들 속에서 이 청년들은 당당히 소신을 밝힌다. '나는 인생을 선택하지 않기를 선택한다.'
항상 더 좋은 것을 고르는 데 골몰해 있던 우리에게 있어서는 충격적인 답안이다. 이것이 가능할까 싶지만, 이들은 정말 그 말처럼 '되는 대로' 살아간다. 몰려다니며 마약을 하거나 괜히 지나가는 사람을 놀리고, 가끔은 술집의 싸움에도 휘말리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에 특정한 이유는 없다. '그러고 싶어서', 혹은 '어쩌다 보니' 하는 식이다. 그러다 보니, 관객도 눈살을 찌푸리기보다는 어이없는 실소를 먼저 터뜨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