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김광석 씨의 노래를 부르는 박학기. 30일 방영 <라디오스타> 중 한장면
MBC
만약 이날 <라스> MC들이 '웃음'이라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혔다면, '김광석의 친구들' 편은 그 흐름이 크게 깨지고 말았을 것이다. 웃음도 아니고 감동도 아닌 어정쩡한 방송으로 그쳤을 지도 모른다. 그런데 4MC는 굳이 웃음을 고집하려 하지 않았다. 필요할 땐 농담을 '툭툭' 던지면서도 그 바탕엔 게스트의 말에 귀 기울이고, 故 김광석 씨를 추모하는 마음이 깔려있었다.
'웃음'만이 예능의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 이날 <라스>가 증명해낸 또 하나의 '예능의 정석'이었다.
<달빛프린스>, 책을 너무 가볍게 여기지 말라 이날 <라디오스타>를 보며 떠 오른 예능프로가 하나 있다. 바로 <달빛프린스>다. <라스>가 음악을 소재로 한다면 <달빛프린스>는 책을 전면에 내세운다는 점에서 두 프로그램은 유사성을 갖는다. 하지만 시청자의 평가나 두 프로그램이 음악과 책을 대하는 태도는 천지차이다. <달빛프린스>는 방송 2회 만에 '위기론'을 불러일으켰고, 심지어 MC들도 자신들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의 정체성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 막 시작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무언가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이날 <라디오스타> '김광석의 친구들' 편은 '책'을 주제로 색다른 토크쇼의 길을 찾고 있는 <달빛프린스>에게 하나의 이정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달빛프린스>의 MC 강호동
KBS
사실 음악과 책은 여러모로 공통분모가 많다. 한 가수의 삶을 그의 음악을 통해 엿볼 수 있듯, 책은 저자의 인생이 녹아있기 마련이다. 또한 시대에 따라 유행이나 흐름이 변하더라도 꾸준히 사랑받는 '스테디셀러'가 존재한다. 우리는 그걸, 명곡과 명작이라 부른다. 음악과 책 모두 아날로그 정서가 녹아있는 오래된 예술작품이라는 점과 우리의 삶을 소재로 한다는 점도 유사점이라 볼 수 있다.
그런데 <라디오스타>가 음악을 대하는 태도와 <달빛프린스>가 책을 대하는 태도는 확연히 다르다. "책을 소재로 시청률 올리려는 것 아니냐"는 김수로의 말처럼 <달빛프린스>는 기본적으로 책을 프로그램을 위한 수단으로 생각한다. 책이 담고 있는 세계관을 조명하거나 책의 메시지가 현제 우리가 사는 사회에 어떤 의미로 재해석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결국 책 속에 등장하는 대사 맞추기 같은 퀴즈로 그 책을 이해하려 한다. 심지어 탁재훈을 내세워서는 책을 읽지 않고 읽은 척 할 수 있는 팁을 제시한다. 웃음 강박관념이 빚어낸 참극이다.
▲<달빛프린스> MC 탁재훈.
KBS
물론 <달빛프린스>는 예능프로그램이다. 때문에 웃음을 포기하란 소리는 아니다. 책을 내세웠다고 해서 프로그램을 교양프로그램으로 만들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이날 <라디오스타>처럼 과감히 웃음을 포기하더라도 하나의 메시지만은 분명하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 솔직히 지난 2회 방송 동안 <달빛프린스>가 '개밥바라기별'과 '리어왕'을 통해 시청자에게 어떤 의미를 전달했나?
음악을 듣는 사람들이 저마다 자기의 인생을 대입시켜 다른 감정을 느끼듯, 책 역시 마찬가지다. 읽는 사람이 누가 되냐에 따라 책은 상반된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한다. 책 속에 담긴 유명한 대사나 문구는 인터넷을 통해서도 쉽게 검색할 수 있다. 굳이 방송에서 다룰 필요는 없다. 다만, 게스트가 되었든, MC가 되었든, 그 책을 통해 무엇을 느꼈는지 자신의 삶을 덧붙여 조금 더 솔직하게 이야기를 나눴으면 좋겠다.
음악과 책 속에는 희노애락(喜怒哀樂)이 녹아있다. <달빛프린스>가 조금 더 책을 진지하게 대할 때, 그 안에 숨어있는 기쁨과 슬픔, 분노와 웃음이 나타날 것이다. 부디 책을 웃음을 위한 소재로 가볍게 다루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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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프린스>, <라디오스타>에게 배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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