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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MBC 연기대상, 혹시 '응답하라 2008' 인가요?

[주장] 2008 VS 2012 MBC 연기대상, 묘하게 닮은 이유

12.12.31 12:06최종업데이트12.12.31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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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MBC 연기대상에서 <마의>로 최우수상과 대상을 받은 배우 조승우 ⓒ MBC


조승우가 30일 2012 MBC 연기대상의 대상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마의>를 안정적인 시청률로 이끌고 있는 그이기에 대상은 얼핏 그럴싸하다. 데뷔 후 드라마 출연이 처음이라는 점에서도 추가점을 받았을 확률이 높다. 아무리 첫 출연이라 해도 영화계에서 이미 이름이 난 그에게 신인상을 줄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여러 이유로 조승우의 대상 수상 결과는 놀라울 것도, 새로울 것도 없다. 그러나 이날 철저히 찬밥신세가 된 안타까운 배우가 있었다. 바로 안재욱이다.

<빛과 그림자>와 <마의>. 어느 쪽이 더 좋은 작품이냐 묻는다면 섣불리 답을 내리기 어렵다. 두 드라마 나름대로의 장점이 있지만 사실 두 작품 다 아쉬운 측면도 크기 때문이다. <허준>·<올인>등을 집필한 최완규 작가의 <빛과 그림자>는 시청률로만 따지면 20%를 넘는 성공작이지만 지나친 연장방송의 결과로 지루한 전개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다. 시청자의 주목을 끄는 데는 성공했으나 '명작'으로 회자되기에는 여러 문제점을 노출했던 것.

<마의>는 <대장금>·<이산>·<동이>등을 연출한 이병훈 PD의 작품이라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의 수준을 기대하게 하는 작품이었다. 그러나 지난 그의 작품에 비교했을 때, <마의> 역시 똑같은 공식을 답습하며 안정성만을 추구한 느낌을 지워 버릴 수가 없다. 오히려 그들이 추구하는 세계는 예전 작품보다 더 축소되고 좁아진 탓에, 개인의 능력이 모든 걸 해결하는 전개가 오히려 사건의 고저를 불분명하게 만들어 버린 것도 문제점이다.

그러나 두 주인공, 안재욱과 조승우의 연기만은 인정할 만했다. 안재욱은 64부작이나 되는 <빛과 그림자>에서 다소 한량 같지만 사업적으로 큰 재능이 있는 주인공을 연기하며 멜로와 음모, 성공의 사이에서 다양한 감정을 표출해 냈다. <빛과 그림자> 속 이야기가 무너질 듯한 위기에 봉착할 때도, 그는 끝까지 중심을 지키며 성공을 견인했다. 조승우 역시 <마의>의 능청스러운 백광현 역할을 '역시 조승우!'라는 찬사가 나올 정도로 뛰어난 연기력으로 소화했다. 그의 장점인 정확한 발음과 섬세한 감정표현도 빛을 발하고 있다.

2008년 MBC 연기대상과 2012년 MBC 연기대상 사이, 평행이론 있다

2008년 MBC 연기대상을 공동 수상했던 배우 송승헌(왼쪽)과 김명민 ⓒ MBC


때문에 조승우에게 대상이 돌아간 것은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안재욱이라는 배우가 무관으로 물러난 것은 쉽게 납득할 수 없다. '내년에도 방영될 <마의>를 띄우겠다'는 MBC의 얄팍한 전략마저 엿보인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MBC는 이런 납득되지 않는 수상 결과를 여러 번 반복한 전례가 많다는 것이다.

갑작스레 대상을 작품에 돌리며 <최고의 사랑> 전원이 대상 수상자가 되는 웃지 못 할 행보를 보인 것이 지난해의 일이다. 2010년에는 <동이> 한효주와 <역전의 여왕> 김남주를 공동 대상으로 선정했다. 또한 2008년에는 <베토벤 바이러스> 김명민과 <에덴의 동쪽> 송승헌이 공동 대상을 받으며 구설에 올랐다. 이 중 2008년의 상황이 2012년 지금과 지나치게 닮아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2008년 김명민은 <베토벤 바이러스>로 신드롬에 가까운 열풍을 일으켰다. 그가 연기한 '강마에'는 전무후무한 캐릭터로 각광 받았고 각종 패러디로 재탄생됐다. 또한 김명민은 이 캐릭터로 명불허전의 연기력을 선보이며 배우로서 더욱 공고한 위치를 점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 김명민을 MBC조차 외면하지 못했다. 누가 봐도 그 해의 최고의 연기는 김명민이었기 때문이었다. 김명민에게 대상이 돌아가지 않는다면 엄청난 파장에 시달릴 것이 분명했다. 결국 MBC가 택한 방법이 <에덴의 동쪽> 송승헌과 공동 대상을 주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더욱 큰 파장을 일으켰고, 결국 '공정성 논란'까지 낳았다. <에덴의 동쪽>은 당시 아직 종영되지 않은 상태였다. 꽤 괜찮은 시청률을 보이고 있었지만 진부한 소재와 공감가지 않는 캐릭터 구성은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일부 출연진의 '연기력 논란' 속에서, 주인공을 맡은 송승헌 역시 연기로는 전혀 화제성을 불러일으키지 못한 것이 사실이었다.

결국 이 논란은 '연기대상'을 단순한 이슈 메이커로 본 MBC의 패착이었고, 상의 의미와 본질마저 크게 훼손시킨 기억으로 남았다. 그리고 이 같은 MBC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에덴의 동쪽>은 이듬해 방영된 KBS 2TV <꽃보다 남자>에게 처참히 패하며 초라하게 퇴장했다. 갖은 방법을 동원해 <에덴의 동쪽>에 화제를 몰아주려 했지만, 그 결과마저 신통치 않았던 것이다.

2012년 MBC 연기대상, 두고두고 '흑역사'로 남을 듯

호연에도 불구, 2012 MBC 연기대상에서 '무관의 제왕'에 그친 배우 안재욱(왼쪽)과 '올해의 연기자상'만을 받은 배우 이성민 ⓒ 이정민


2008년의 상황과 지금이 겹쳐 보이는 것은 <에덴의 동쪽>이 많은 상을 독식하며 <뉴하트> 같은 의미 있는 작품들이 찬밥신세가 되었던 당시 연예대상의 모습이 2012년에도 고스란히 보였다는 점에서다. 2012년 최고의 화제작 중 하나로 꼽힌 <골든타임> 이성민에게 '방송 3사 PD가 뽑은 올해의 연기자상'만을 안긴 것이나, 우수 연기상 수상자 손담비와 황금연기상 수상자 전광렬만을 남긴 <빛과 그림자>가 그 예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 이런 전략은 이미 실패의 가능성이 예견된 것이다. 지금은 <꽃보다 남자>처럼 강력한 작품이 없지만, <마의> 역시 공고하고 절대적인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지는 못하다. 경쟁사에서 <마의>를 뛰어넘을 만한 더욱 강력한 작품이 나올 때 <마의>는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조승우의 연기가 아깝지 않도록 더욱 스토라인에 힘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똑같은 '주말특별기획'이었던 <신들의 만찬>과 <메이퀸>을 연속극 부문과 특별기획 부문으로 나누면서까지 상을 안겼던 MBC가 안재욱을 최우수상 후보에도 올려놓지 않았다는 점은 쉽게 이해할 수 없다. 조승우조차 수상소감에서 '안재욱 선배님'을 언급하지 않았는가. 아무리 연기대상이 '그들만의 잔치'라지만, 64부작을 이끌고 연말 시상식까지 나온 배우를 '무관의 제왕'으로 남겨둔 것은 두고두고 MBC 연말 시상식의 '흑역사'로 남을 듯하다.

연기대상 조승우 안재욱 이성민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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