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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수의 대상 수상 축하한다... 그러나 씁쓸한 뒷맛

박명수의 대상 수상, 축하 이전에 걱정되는 이유

12.12.30 10:55최종업데이트12.12.30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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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연예대상이 박명수의 손을 들어주며 막을 내렸다. 박명수는 올 해 <무한도전>, <일밤-나는 가수다><일밤-매직콘서트 이것이 마술이다><최강연승 퀴즈쇼-Q> <코미디에 빠지다-거성사관학교> 등에 출연하며 사실상 MBC 예능에서 가장 크게 활약한 예능인이다. 특히 <코미디에 빠지다>는 3년 만에 부활한 MBC의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으로서 박명수처럼 이미 버라이어티에서 활약하고 있는 예능인의 출연은 의미가 컸다. 박명수 덕에 프로그램 인지도가 올라가고 신인 코미디언들까지 덩달아 주목받을 기회를 제공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박명수의 이번 수상을 마냥 기뻐하기엔 왠지 뒷맛이 씁쓸하기 그지없다. 물론 MBC에서 누구보다 많은 활약을 했지만 그 활약이 과연 단순히 방송국을 위한 것이었는지, 아니면 시청자도 인정하는 것인지에 관한 물음을 던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박명수 2012 mbc 연예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박명수 ⓒ mbc


MBC는 파업의 여파로 <무한도전>이 장기 결방되는 등 아직 내홍을 치르고 있다. <무한도전>은 MBC의 대표 예능이고 결방되던 그 순간까지 시청자들의 관심 안에 있었던 유일한 프로그램이다. 이런 프로그램이 장기간 결방한 것이 아이러니하게도 박명수에게는 가장 득이 되는 일이 되었다.

박명수는 MBC가 전체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 선택한 가장 훌륭한 대체 카드였다. 무려 다섯 개 이상의 프로그램 출연에서도 보이듯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으면서도 다작을 마다치 않는 예능인이 바로 박명수였기 때문이다. 박명수가 MBC에서만 이런 활약을 보인 것은 단순히 박명수가 주목받고 사랑받아서라기보다는 MBC 예능국이 파국으로 치달았기 때문이다. <무한도전>을 제외하고는 그 어느 하나 제대로 된 기획을 내놓지 못한 예능국, 거기다가 파업의 여파까지 덮치면서 MBC는 아쉬운 대로 박명수라는 카드를 꺼내놓은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아이러니한 것은 시청률이 아니면 사퇴까지 하겠다는 경영진의 결연한 마음과는 달리, 박명수가 이런 정책의 대치점에 있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박명수의 활약과는 별개로 박명수가 출연하는 프로그램은 그 어느 하나 신통한 성적을 내지 못했다. <최강연승 퀴즈쇼-Q>는 폐지가 결정됐고 <나는 가수다> 역시 존망이 불투명하다. <코미디에 빠지다>는 시즌2로 돌아오지만, 박명수의 출연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인지도가 현저히 낮다.

다른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많은 출연을 감행했음에도 유재석이 이끄는 <무한도전>을 제외하고는 박명수의 활약은 눈에 띄지 않는다. 이것은 사측의 '시청률 우선주의'에 반하는 결과임에는 물론, 시청자들이 대상을 쉽사리 인정할 수 없는 이유다.

▲ 박명수 대상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는 박명수 ⓒ mbc


박명수는 분명 재능 있는 예능인임에는 분명하다. 그 재능이 과연 송곳처럼 옷을 뚫고 나와 다른 이들에게 각인되었는가 하는 지점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다른 사람들이 인정할만한 성과가 없는 예능인이 성과 제일주의인 MBC의 대상을 거머쥐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모순이다.

박명수는 MBC 파업의 여파로 특혜를 입고 결국 대상마저 MBC의 특혜로 거머쥔 모양새가 되었다. 이 대상이 과연 박명수에게 짐이 아니라 앞으로의 미래가 될 수 있을까. 의미 없는 대상 수상 결과는 그에게 축하 보다는 걱정스러운 말 한마디를 던지게 한다.

▲ 유재석 2012 mbc 연예대상에서 PD상을 수상한 유재석 ⓒ mbc


박명수가 아니면 대안이 없었다는 것 또한 문제다. 가장 강력한 후보인 유재석 역시 <무한도전> 결방과 <놀러와> 폐지라는 악재가 겹치며 대상 수상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사측의 입장과 이권만을 생각했을 때는 당연한 결과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박명수를 선택한 것은 결코 찬사받을 수 없는 일이다. 여론과 상관없이 사측에 충성하고 비위를 잘 맞춘 사람에게 대상의 영애가 간다는 것은 방송이 시청자가 아닌, MBC 자체에 속해 있음을 던지는 메시지 같기 때문이다. 박명수가 아니면 어떤 대안도 내놓지 못한 경영진의 안일함과 독단을 질책해야 하는 시점이다.

최우수상을 받은 박미선은 이런 말을 했다. "제 소신대로 '시청자는 볼 권리가 있다'는 생각에 열심히 방송했다. 제가 방송을 시작한 지 25년이 됐는데 이 상은 그 개근상으로 생각하겠다."라고. 물론 시청자의 볼 권리를 우선시하는 그들의 소신을 비난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가 말했듯 대상은 개근상도 아니고 공로상도 아니다. 뭔가 석연치 않은 대상의 결과가 참으로 씁쓸한 이유다.

▲ 박미선 2012 mbc연예대상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박미선 ⓒ mbc


박미선 역시 <엄마가 뭐길래> 폐지로 마음고생이 컸다. 그는 "시트콤 안 한다는 말을 기사로 접했는데 그러지 마시고 좋은 작품 많은데 더 많은 장르 개발해주셔서 열심히 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 역시 MBC 정책의 피해자 중 한 사람으로서 아쉬운 마음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최우수상을 받을 정도의 예능인을 피해자로 전락시킨 방송국의 행보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 박명수 역시 지금 이 대상 수상 결과가 승자의 승리일지 피해자의 어부지리일지 그것은 앞으로의 그의 활약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님에, 그는 승리를 만끽하기도 전에 부담감에 짓눌려야 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박명수 박미선 유재석 2012 MBC 연예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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