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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싶다> 결국 '소재주의' 드라마로 남을 것인가?

상처 치유의 과정은 엉성, 사건의 전개에만 골몰

12.12.28 15:35최종업데이트12.12.28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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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싶다>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 드라마는 살인, 폭행, 거기에 성폭행까지 온갖 자극적 소재를 담고 있다. 그러나 사건들이 밀도 높게 그려지며 몰입을 이끌어냈고, 가장 논란이 되었던 성폭행 부분은 치유의 방법을 잘 그려낼 것으로 기대했기에 논란을 잠재울 수 있었다. 4회까지의 이수연(김소연 분)이 보여준 외유내강의 모습은 그 기대를 증폭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이제 불과 5회를 남겨놓은 지금, 이수연(윤은혜 분)은 드라마 내에서 가장 수동적인 존재로 전락해 있다. 지난 14년은 외국에서 강형준(유승호 분)이 가진 부와 권력 아래서 신분을 숨기고 살았고, 세상에 대해, 그리고 한정우(박유천 분)에 대한 원망만을 키우며 살았다. 그러나 한국에 돌아온 지금은 두 남자의 집착, 혹은 사랑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사람으로 그려지고 있다.

▲ <보고싶다> 이수연(윤은혜)는 현재 드라마 내에서 가장 수동적 존재로 그려지고 있다. 여러 힘든 일들을 능동적으로 헤쳐 나가던 어린시절과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 MBC


현재 드라마는 주인공들을 둘러싼 사건들을 설명하는 데 구구절절 시간을 쏟고 있다. 죽은 딸에 대한 보라엄마(김미경 분)의 복수극이 드러날 때까지만 해도 이렇지는 않았다. 시청자들은 그의 공허한 눈빛과 터져나온 눈물을 통해 성폭행 당사자와 그 주변인들의 고통에 감정이입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와 수연모(송옥숙 분)의 동병상련의 대화는 그 아픔에 설득당하게 만들었다.

드라마 내에서 가장 피해자는 이수연이다. 살인자의 딸로 낙인찍힌 것과 납치, 성폭행을 당하는 것 등, 상황은 가혹하지만 그것은 결코 그가 저지른 잘못이 아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스스로 이겨내는 모습이다. 그 어떤 위로나 연민어린 말도 당사자의 상처 깊숙이까지 닿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수연의 정신세계는 그간 강형준의 의도적 압박과 맞물려 성장은 커녕 퇴행하고 말았다. 이제는 삼각관계에 휩쓸려 들어갔고, 두 사람의 처분만 기다리고 있는 형국이다. 둘 중 누구든 힘 센 쪽이 이수연을 차지하게 되는 상황. 14년을 자신을 보듬어 준 강형준과 애절한 첫사랑의 주인공인데다 변함없는 사랑을 보여주는 한정우, 두 사람 중 누구에게 가더라도 모양새가 좀 어그러진다.

게다가 김은주(장미인애 분)는 이수연에게 아버지 김형사(전광렬 분)의 죽음에 대한 책임까지 묻고 있다. 상처받고 치유의 과정을 겪어내야 할 주인공의 모습은 도대체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 걸까. 극적인 연출을 위해 자극적 소재가 사용되었음을 비판받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 <보고싶다> 이제 불과 5회를 남겨놓은 시점에서도 사건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상처받은 주인공들의 마음이 치유될 지점은 어디일까. ⓒ MBC


남이사의 죽음과 또 다른 해리의 등장, 진범이 따로 있을지 모를 보라엄마 사건 등, 불과 몇 회를 남지 않은 상황에서 사건들은 더욱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다. 정, 관계 비리와 치정, 물욕에 얽힌 각종 사건들은 이제 드라마의 곁가지가 아니라 주요 축으로 자리잡았다.

사건과 인물들이 유기적인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이제 충분히 그려졌다. 마지막 회에 뭉뚱그린 결말로 황당함을 전하지 않으려면 이제부터라도 다친 이들의 몸과 마음의 치유 과정을 잘 그려내야 한다. 아픔을 딛고 세상에 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내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기대한다.

MBC 보고싶다 박유천 윤은혜 유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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