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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사건 착각 주민신고까지? 손예진이 전한 <타워>의 추억

[인터뷰] 배우 손예진, 도전을 외치고 행복해했던 기억 <타워> 속에 있었다

12.12.28 09:03최종업데이트12.12.28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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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타워>에서 푸드몰 매니저 서윤희 역의 배우 손예진이 10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미소를 짓고 있다. ⓒ 이정민


톱배우라는 수식어는 아무에게나 주어지지 않는다. 배우 손예진을 톱배우로 분류할 수 있는 데는 물론 이견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한국 영화계에서 소중한 이유는 단순히 스타성만 지닌 여배우가 아닌 작품을 통해 인정할만한 연기력을 지니고 있어서다.

지난해 <오싹한 연애>를 통해 그는 다시 한 번 그 사실을 증명해보였다. 호러와 로맨틱 코미디의 조합이라는 낯선 레시피를 손예진이 맛깔스럽게 꾸며놓았다. 당시 관계자들 사이에선 '과연 될까'라는 의구심이 있었지만 영화는 흥행에 성공, 손예진에겐 또 하나의 흥행 목록이 됐었다.

모험이라고 표현하기가 과할 순 없지만 분명 손예진은 도전을 즐기는 배우였다. 올 겨울 출연한 <타워>도 그 연장선에 있었다. 불을 소재로 한 거대 재난블록버스터에 도전장을 내밀었던 것.


영화 <타워> 너무 생생해 주변 시민들이 경찰서에 신고까지

작품으로는 1년 만이지만 이미 <타워>는 올해 초 촬영이 끝난 상황이었다. 또 다른 차기작 <공범>도 최근 촬영을 마친 만큼 손예진은 은근 바쁜 나날을 보내왔다. 홍보 일정을 통해 <타워>를 복기하는 그녀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용감히 도전장을 냈고 성공적으로 마쳤기 때문일 것이다. 당당히 '<타워>의 추억'이라 할만 했다.

"영화 <타워> 도전! 막 이래요(웃음). 행복한 경험이었어요. 이런 현장은 처음이었거든요, 그동안은 항상 감정선을 따라가는 역할이다 보니 긴장도 많았고 심리적인 압박도 많았거든요. 물론 이 작품도 힘든 설정이긴 했죠. 죽음과의 사투였고, 몸으로 뛰는 거였으니.

근데 되게 신났어요. 마치 예전에 대학생 때로 돌아가 작품을 함께 찍는 느낌? 몸이 힘들다는 사실을 떠나서 저한테는 마냥 행복했던 거 같아요. 근데 힘들긴 했어(웃음)! 엘리베이터에 하루를 갇혀서 찍기도 했고요. 그렇게 다른 배우들과 밀착 호흡하면서 정이 생긴 거 같아요."

여배우로서 당연히 잘 나와야 한다는 생각을 할 법하지만 손예진은 대수롭지 않은 투로 "화재 현장이잖아요! 뭐 알아서 만들어 주시겠지 했어요"라고 말했다. "가장 자연스러운 게 예쁘다"며 "막 땀 내며 뛰는데 예뻐 보이면 더 대박!"이라고 웃었다. 근데 손예진 그 사실을 알고 있을까. 손예진은 그냥 걸어만 다녀도 빛난다는 걸. 뭇 남성들이 아직도 설레 한다고 말하니 더 크게 웃어 보였다.

"진짜 고생하긴 했어요. 당시 파주 세트장이었는데 그때 우리가 피를 칠하고, 먹을 칠하고 다들 힘들어서 모여 있는데 경찰 분이 오시는 거예요. 동네 주민 분들이 실제 상황인 줄 알고 신고를 하신 거였죠. 우린 멍한 채로 나와서 숨을 몰아쉬고 있는데 얼마나 리얼해보였으면 그랬을까요(웃음)."

영화 <타워>의 한 장면. ⓒ CJ엔터테인먼트


만약에 OOO이라면? <타워>를 빙자한 물음에 손예진은...

영화 <타워>는 초고층 주상복합 빌딩에서 단 하루 동안 벌어지는 화재와의 사투를 담은 작품이다. 여기서 날짜가 중요하다. 12월 24일. 그렇다. 커플이 살아 숨쉬고, 온 가족이 행복해 마지않으며 사랑을 나눌 법한 기념일이다.

영화 속 등장인물들은 나름의 사연이 있다. 어떤 이는 로또를 맞아 건물을 구입한 게 바로 그 타워였고, 프러포즈를 받는 커플도 묘사된다. 그래서 물었다. 결혼 적령기라 할 수 있는 손예진이 받고 싶은 프러포즈는? (손예진은 2004년 어느 인터뷰 자리에서 32세 정도에 결혼하고 싶다는 바람을 밝힌 바 있다)

"제가 진짜 그렇게 말했어요? 어떡해. 내년에 어떻게 해요. 내년에도 열심히 일해야죠. 주변에 결혼할 사람들도 아직 많아요(웃음). 음, 그래도 결혼은 늦게 하고 싶진 않아요. 서른 다섯 살 전에는 하고 싶은데!

프러포즈라. 어렸을 땐 별 생각 없었거든요. 오글거리기도 하고요. 근데 요즘엔 근사하게 받고 싶은 생각이에요. 유튜브를 보면 플래시몹 영상들이 많잖아요. 어떤 영상을 봤는데 친구들이 라디오 노래에 맞춰서 춤추고 노래하면서 한 명씩 커플에게 꽃을 주고 지나가는 거였어요. 나를 위해 지인들이 그렇게 같이 축하해 주면 너무 행복할 거 같아요."

영화<타워>에서 푸드몰 매니저 서윤희 역의 배우 손예진이 10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매력적인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기자 역시 그 지인들 틈에 끼고 싶다는 사담 아닌 사담을 손예진에게 전했다.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도 결국 영화 <타워>가 가진 특유의 분위기 때문이다 싶었다. 속도감 있는 블록버스터지만 <타워>가 주시하던 순간은 사람들이 가장 행복해 하던 때였다. 물론 가장 행복해 하던 순간에 찾아온 불행이지만 손예진 역시 <타워>를 통해 사람들이 인간미를 느꼈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자연 재해가 아닌 인간의 욕심 때문에 일이 난 거잖아요. 그 빌딩 안에는 거주하는 사람도 있을 거고 청소하시는 분도 있고, 저처럼 직원인 사람도 있어요. 각자의 이야기가 다 있는 삶인데 9·11 사건이든 대구 지하철 참사든 너무 말도 안 되는 순간에 운명을 달리하는 분들이 계시죠.

그래서 영화를 통해 조금이나마 인간에 대한 따뜻함을 느꼈으면 해요. 감사하며 살기? 이런 마음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이 영화를 찍으면서도 어떤 교훈을 찾기 보단 그냥 존재에 대해 생각했죠. 돈이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삶과 죽음에서 인간은 존재하는 거잖아요. 그리고 소방관 분들처럼 궂은일을 하시는 분들에 대한 생각도 했고요. 이렇게 서로의 소중함을 알아가는 과정이 중요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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