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공격포인트 없는 기성용 아쉽다? 그럴 필요 없다

[주장] 수비형 미드필더임을 잊지 말아야... 관건은 체력

12.12.27 14:07최종업데이트12.12.27 14:39
원고료로 응원
스완지 시티(아래 스완지)의 '기라드' 기성용(23)이 한국 시각으로 27일 레딩 원정에서 4경기 만에 풀타임 출전했다. 그동안의 체력 안배 때문인지 이번 경기에서 90분을 채운 것. 이날 기성용은 패스 82개, 패스 성공률 90% 기록하며 중원에서 쉴 새 없이 공격을 전개했다. 경기 종료 후 잉글랜드 스포츠 전문채널 <스카이스포츠>는 그에게 '활기찼다(Lively)'는 호평과 함께 평점 7점을 줬다. 스완지는 레딩전에서 0-0으로 비기면서 프리미어리그 9위를 기록했다.

공격 포인트 필요 없는 건 아니지만

한국 올림픽 축구대표팀 기성용이 지난 8월 1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서 열린 해단식 및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기성용이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는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레딩전뿐만 아니었다. 이전부터 줄곧 제기됐던 목소리였다. 기성용은 지난 8월 말 프리미어리그 진출 이후 현재까지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했다. 캐피털 원 컵을 포함한 19경기에서 슈팅 33개(유효 슈팅 12개)를 날렸으나 단 한 골도 넣지 못했다. 자신의 패스가 동료 선수의 골로 이어진 장면도 없었다.

기성용에게 공격 포인트가 필요 없는 것은 아니다. 골키퍼와 수비수가 아니라면 일정한 수준의 공격 포인트가 요구된다. 공격수와 2선 미드필더들이 골을 해결 짓지 못할 때는 수비형 미드필더의 중거리 슈팅이나 문전 쇄도에 의한 골이 필요하다. 수비형 미드필더 중에서도 공격적인 성향이라면 그의 공격 포인트를 기대하는 사람들의 심리가 커질 수 있다. 기성용의 경우 스완지 이적 이후 패싱력이 아닌 역량에 의해 임팩트 넘치는 경기력을 과시한 경우가 없었다. 보다 발전적인 활약을 펼치려면 골이나 도움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다양한 장점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

그러나 '기성용은 공격 포인트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일종의 강요로 확대되는 것은 곤란하다. 필요와 강요는 다른 의미다. 강요는 필요에 비해 강제적인 성향을 보인다. 만약 기성용이 앞으로도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할 경우 그의 약점을 꼬집는 반응이 커질 가능성은 없지 않다. 자칫 기성용이 부담을 느낄 수도 있다. 수비형 미드필더가 팀의 전술 특성상 꾸준한 공격 포인트를 쌓기 어렵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인지할 필요가 있다.

분명한 것은, 기성용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공격 포인트가 아니다. 다른 수비형 미드필더들도 마찬가지. 수비형 미드필더는 포백을 보호하는 역할이며 팀의 수비 안정에 힘을 실어주면서 때로는 정교한 패싱력을 바탕으로 팀의 공격 전개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 기본이다. 때에 따라 슈팅을 날릴 수도 있으나, 공격수처럼 골대와 가까운 거리에서 골을 노리거나 동료에게 결정적인 패스를 공급하기에는 위치상의 어려움이 있다. 공격수·2선 미드필더와 같은 잣대에서 공격 포인트 여부를 평가하는 것은 무리다.

관건은 역시 체력 안배

현재로서는 기성용이 프리미어리그에 완전히 적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력만을 놓고 보면 스완지 붙박이 주전을 굳혔듯 프리미어리그에서 충분히 통했지만, 빡빡한 일정으로 유명한 프리미어리그의 한 시즌을 무난히 소화하는 것은 쉽지 않다. '기성용 절친' 이청용은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했던 시절 볼턴의 에이스로 명성을 떨쳤지만 대표팀 차출 여파와 맞물려 체력적인 어려움을 드러냈다. 지금의 기성용도 앞날의 꾸준한 활약을 위해 여전히 체력 안배가 필요한 상황이다.

기성용은 본래 공격 포인트가 부족하지 않았다. 지난 시즌 셀틱에서는 정규리그와 유로파리그를 포함한 37경기에서 7골 6도움 기록했다. 스코티시 프리미어리그와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의 경기력 차이를 감안해도 골과 도움을 생산하는 능력이 결코 약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어쩌면 기성용의 진가는 시즌 후반기 또는 다음 시즌에 제대로 드러날지 모른다. 그때는 프리미어리그 경험이 쌓일 시기다.

축구를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기성용의 공격 포인트를 기대하는 심리가 충분할 것이다. 그것이 결코 잘못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당연하다. 그러나 기성용이 골이나 도움을 올리지 못했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라우드럽 감독이 기성용의 공격 포인트 부족을 아쉬워하는 반응을 공개적으로 나타낸 적이 없었음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기성용은 팀에서 주어진 임무에 충실하면 된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개인 블로그(http://bluesoccer.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기성용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