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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경구 "'타워' 재난 블록버스터? 감독에게 다시 묻다"

[인터뷰] <타워>로 돌아온 '블록버스터의 아이콘' 설경구를 만나다

12.12.27 09:43최종업데이트12.12.27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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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워>로 돌아온 '블록버스터의 아이콘' 설경구를 만나다 ⓒ 이정민


<실미도>와 <해운대>로 천만 영화를 두 번이나 만들어 낸 배우 설경구. 블록버스터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설경구가 올 연말 영화 <타워>로 돌아왔다.

이번 영화에서 설경구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도심의 초고층빌딩에서 일어나는 화재를 진압하는 소방대원을 강영기를 연기했다. 강영기는 소방관으로서의 사명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인물. 2시간 내내 극의 중심을 잡으며 위기에 빠진 시민들을 구하는 것뿐만 아니라 막판 자신에게 절체절명의 순간이 오자 오랜 시간 함께 살을 부비고 살면서도 '사랑한다'는 말도, 크리스마스에 케이크 하나 제대로 사주지 못하고 고생만 시킨 아내에게 음성메시지를 남기는 대목은 그가 아닌 다른 누구를 대체하지 못할 만큼의 인상을 남겼다.

"'재난 블록버스터'로 홍보돼서 시사회가 끝나고 김지훈 감독에게 전화해서 '이거 블록버스터였어?'라고 다시 물어본 적이 있어요. 이 영화는 한 소방관과 그가 처한 상황 속 인물 군상들,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이야기가 더 좋아서 선택한 작품이었거든요."

설경구는 <타워>를 위해 소방훈련을 받은 것은 기본이고 더운 여름 내내 실제 화염과 매연, 이후에 쏟아져 내리는 강한 물줄기를 온 몸으로 받아내면서 연기를 펼쳤다. 그럼에도 설경구는 충무로 맏형님답게 담담히 "제가 선택하고 하기로 한 작품이니 열심히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배우들은 그래도 많이 보호를 받는 편인데 촬영하면서 위험천만한 순간들이 많아서 오히려 스태프들의 안전이 더 걱정됐다"라고 전했다.

'의리의 오지랖' 설경구의 인라인은?

<타워> 속 설경구 ⓒ CJ E&M


설경구는 충무로에서도 손꼽히는 의리파 배우로 꼽힌다. 가까운 지인들과 후배들이 있으면 편안한 자리를 만들어 영화 감독들에게 소개시켜 주기를 주저하지 않는 '의리의 오지랖'까지 갖추고 있는 것.

그 중 후배인 배우 김인권은 설경구와 3편의 영화를 함께 했다. 영화 <송어>를 비롯해 <해운대>·<타워>까지. 특히 설경구는 윤제균 감독과 함께 <해운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김인권을 추천해 최종적으로 작품에 합류하게 했다. 그리고 그 인연이 <타워>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를 언급하자 설경구는 손사래를 치며 "술자리에서 주사나 부리지 말라고 해요~"라면서 너털웃음을 지어 보였다. 

또 설경구는 영화 <박하사탕>으로 처음 인연을 맺었던 이창동 감독과도 끈끈한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무명에 가깝던 그를 '충무로의 발견'으로 스타덤에 오르게 했던 이가 바로 이창동 감독이다.

"기획영화 스피디하고 빠르게 돌아가는 작품을 했으니 이제 호흡이 긴 영화 하고 싶어" ⓒ 이정민


1999년 10월 14일 제4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첫 선을 보였던 이창동 감독의 영화 <박하사탕>에서 설경구는 선악이 공존하는 광기어린 명연기로 "1999년 한국영화가 발견한 최고의 수확"이라는 극찬을 받으며 충무로의 대표 연기파 배우로 자리잡았다. 이후에도 설경구는 이창동 감독과 인연이 있는 작품에 특별출연 등의 형식으로 힘을 실으며 의리를 지켜나가고 있다. 물론 노개런티다.

"이창동 감독님과 작업하면 현장의 분위기가 뭐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쫘악...프레스로 누르는 듯한 분위기에요. 머리가 계속 지끈지끈, 촬영이 끝나도 끝난 것 같지 않고 집에 가서도 계속 그 생각을 하게 됩니다. 블록버스터도 어려운 촬영이지만 이창동 감독님과의 작업은 정말 너무 힘든 작업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작업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 계속 생각하고 고민하게 만드니까 배우로서는 한층 더 성장하게 되는 계기가 되는 것 같아요. <오아시스> 이후에 몇 번의 기회가 있었지만 아직 연이 닿지 않았어요. 감독님이 부르시면 꼭 함께 하고 싶습니다."

"빠르게 돌아가는 작품 했으니, 이번에는 긴 호흡의 작품 하고파"

영화<타워>에서 소방대장 강영기 역의 배우 설경구가 13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설경구는 이창동 감독을 향해 '거장'이라는 칭호를 아끼지 않았다. 한국영화계의 진정한 어른이라는 것. 작품의 완성도, 그 결과로 스크린에 상영됐을 때 평론가들이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리는 이창동 감독. 현장에서는 어떤 스타일의 감독님일까.

"지금 돌이켜보면 <박하사탕> 때 정말 어떻게 촬영을 했나 싶어요. 철길에 서서 촬영을 하는데 기차는 오고 있고, 그런데도 정말 아슬아슬 할 때까지 끝까지 붙들고 계시는 분이에요. 자신이 원하는 그 장면이 나올 때까지요. 지금 생각하면 정말 위험천만했던 것 같아요. 현장에서는 배우와 계속 많은 이야기를 나누세요. 조곤조곤하게 계속 말씀하시죠.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물어보세요. 1차적인 답이 아닌 2차, 3차 이후의 더 깊은 곳까지 물어보고 그걸 담아내길 원하세요."

<타워>의 개봉 즘에 홍보 인터뷰를 열심히 하고 있는 설경구. 그는 현재 정우성·한효주와 함께 <감시>의 촬영에 한창이다. <전우치>·<내 아내의 모든 것> 등 내놓는 작품마다 흥행을 시키는 흥행마술사 영화사 '집' 이유진 대표의 작품이다.

"정신없이 <감시> 촬영을 하고 있어요. <그 놈 목소리> 이후에 다시 영화사 '집'과 함께 하게 됐어요.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후의 작품은 아직 정하지 못했는데, 이번에 스피디하고 빠르게 돌아가는 작품을 했으니 이제 긴 호흡의 영화를 하고 싶네요."

후배인 김인권은 설경구와 3편의 영화를 함께 했다. 영화 <송어>를 비롯해 <해운대><타워>까지. ⓒ 이정민



설경구 타워 감시 김인권 이창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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