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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러와'의 무자비한 마무리, 수치심이 들었다

[TV리뷰] 24일 황급히 막 내린 MBC <놀러와>, 8년이라는 시간이 무색

12.12.25 15:50최종업데이트12.12.25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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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막을 내린 MBC <놀러와> ⓒ MBC


이제 와 고백컨대, 최근의 MBC <놀러와>를 좋아하지 않았다.

8년이라는 긴 시간의 전통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새로운 포맷을 도입하면 할수록 개편이 아니라 개악이 되어가는 <놀러와>를 보면서,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이 나도 모르게 들곤 했다. 폐지설이 보도됐을 때만 해도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이 앞서기도 했다. 굳이 누가 그 폐지 결정을 내렸다고 해서 옹호할 것이 아니라, 제 생명을 다한 프로그램이라면 굳이 억지로 자리를 지키기보다, 더 추해지기 전에 떠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담담한 소회를 가지기도 했다.

한 회도 빠지지 않고 <놀러와>를 지켜 본 골수팬은 아니지만, 8년이란 시간 동안 무수히 바뀌는 형식 속에서도 놀러온 게스트들과 흥겹게 한 회를 보내려던 다양한 시도들을 기억하는 1인으로서 그 마지막은 지켜보아야 할 의무가 느껴졌다.

그런데 지난 24일, 413회로 대미를 장식하는 <놀러와>는 도무지 이게 마지막 회인가 싶을 만큼, 그 어느 곳에도 마지막이라는 느낌 하나 없없다. 마지막 장면에서 '그동안 놀러와를 시청해 주셔서 고맙습니다'라는 자막 하나를 겨우 넣었다. 그것마저 다 읽기 전에 허겁지겁 뮤직비디오를 집어넣더니, 장황한 협찬사 소개로 마무리 지었다. 마치 길가다 다짜고짜 따귀라도 한대 맞은 듯 치욕감이 느껴진다고 할까.

도대체 무엇이 그리 급하기에, 얼마나 으리으리한 후속 프로그램이 대기를 하고 있기에, 수십 명의 피디들과 그보다 더 많은 스텝들 그리고 8년 동안 올곧이 <놀러와>를 지켜 온 MC 유재석과 김원희, 단 몇 달 혹은 몇 년이라도 함께 해온 패널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남길 시간도 주지 않고 허겁지겁 도망이라도 치듯이 프로그램을 끝내야 했을까?

제 아무리 '떠날 때는 말없이'라지만, 월요일 밤 겨우 시청률 4% 남짓 하는 이 프로그램을 지켜본 것이 죄악이라도 되는 듯, 오랜 시간의 추억을 곱씹어볼 예우는커녕 찬물을 끼얹는 <놀러와>의 엔딩은 흡사 우리 사회에서 효용 가치가 다한 인간은 이렇게 대접받는다는 표본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 같았다. 언젠가 나도 분명 저런 대접을 받을 날이 올지도 몰라 라는 공포감조차 드는 마지막이었다. 이 정도라면 가히 '숙청'에 버금가는 대접이 아닌가.

더 무서운 건, 그런 무자비한 처리가 마치 다가올 새(?) 시대에 대한 우울한 전조 같다는 점. 그래도 새로운 해가 다가오면 기대라는 걸 해보게 되는데, <놀러와>의 무자비한 마무리와 <개그콘서트> '용감한 녀석들'의 대통령 당선자에 대한 개그가 도마 위에 오르는 등의 상황은 마치 진압군이 밀려오는 듯하다. 단지 오지랖 넓은 착각이었으면 좋겠지만, 새해가 무섭다.

놀러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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